교도소 갈등, ‘교도소 백서’ 갈등으로 번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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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도소 갈등, ‘교도소 백서’ 갈등으로 번지나?
  • 박재영 기자
  • 승인 2020.09.18 1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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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단체, ‘백서는 교도소 지은 다음에..’
원안 측, ‘주민투표 까지만 담는 백서, 왜 반대하나?’
이전 측, ‘자료부터 모으는 방법도 고민해야’ 중재 고심
지난 27일 열린 간담회. 일부 위원들이 퇴장하며 갈등을 빚었다.
지난 27일 열린 간담회. 일부 위원들이 퇴장하며 갈등을 빚었다.

교도소 논란은 주민투표로 일단락 되었다라며 거창군이 백서편찬위원회를 구성, 교도소 유치부터 주민투표 까지 과정을 담은 거창구치소 갈등 해소 백서(아래 백서)’를 만드려고 하자 거창 내 시민·사회단체가 우려를 제기했다. 이들 단체는 또 다른 지역 갈등이 생길 것이라며 반대의 입장을 밝혔다.

교도소 반대 운동에 참여했던 시민·사회단체의 자료까지 모두 모아 백서를 제작하려고 했던 백서편찬위원회도 곤란한 상황이 됐다. 특히 원안 측과 이전 측 모두 백서 편찬위에 참여하고 있는데, 내부에서도 의견이 조율되지 않고 있다. 이 갈등의 결론은 9월 중 열릴 예정인 백서편찬위원회 3차 회의에서 논의될 예정이다.

 

거창 시민사회단체, ‘교도소 백서 중단하라요구

거창군농민회, 거창군여성농민회, 거창여성회, 사람사는세상거창지부, 전국교직원노동조합거창지회, 푸른산내들, 함께하는거창 등 거창 내 7개 시민사회단체는 지난 824, 거창군이 추진 중인 거창구치소 갈등 해소 백서편찬에 반대하는 입장을 발표했다.

이들 시민사회단체는 먼저 시기가 적절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성명서에서 시민사회단체들은 백서는 일이 매듭 된 이후에 편찬하는 것이 상례인데, 이제 교도소 토목공사를 시작한 지금 백서를 편찬하는 것을 누가 보아도 시기상조라고 말했다.

이어 편찬 기간이 지나치게 짧다고도 했다. 이들 단체는 “7~8월에 자료를 수집하고 9~10월에 집필하며 11월에 인쇄, 배부한다는 계획인데, 지금까지 거창 교도소 반대 운동이 앞장섰던 인사들은 대체로 백서 편찬과 자료 수집에 응하지 않고 있다라며 이번 백서는 거창군이 갖고 있는 자료의 짜깁기에 불과해 제대로 된 백서가 만들어질 가능성은 없다라고 말했다.

또 이들 단체는 백서편찬위원회의 활동 중단을 요구하며 만약 이 백서가 출판되면 또다시 지역민의 갈등과 분열이 일어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백서편찬위원회, 중재하려 했지만..

백서편찬위원회는 이 같은 시민·사회단체의 입장 발표에 당혹해하며 중재를 위한 자리를 마련했다. 지난 27, 거창읍사무소에서 백서편찬위원회 관련 단체 간담회를 열고 시민·사회단체의 입장을 들으려고 했지만, 7개 단체 중 4개 단체가 불참했다.

간담회에서 권순모 백서편찬위원장은 자리가 불편해질 수 있더라도 나와서 이야기를 해보자고 해 이 자리를 만들었다. 어떤 과정을 거치더라도 조율을 하면서 이야기를 해야 해서 힘들 줄 알면서 모셨다라며 오늘 자리를 시작으로 숙의 과정을 거쳐 이 안에서 해결방안을 찾아야 한다. 긍정적으로 갈 수 있게 열띤 토론을 부탁드린다라고 했다.

그러나 토론이 진행되자 참여자들의 입장이 엇갈렸다. 시민·사회단체 자격으로 참여한 홍정희 씨는 백서는 반드시 필요하다. 분명히 해야 한다. 이 갈등이 발생한 배경부터 주민투표, 공사 착공, 마무리까지 담아야 한다. 지금 운영 중인 법조타운 민간협의체도 결국 갈등 해소의 차원에서 운영되는 조직인데, 그 협의체의 결과도 없는데 백서를 발간한다는 것은 빠르다고 생각한다.”라며 모든 건 공사가 끝난 시점에서 주민들의 의견을 들어 백서를 발간했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백서편찬 위원회 한경우 위원은 “(원안 측인) 저희 단체는 이미 합의를 해서 이 자리에 왔는데, 다시 양측이 합의점을 찾아서 이 회의에 올라오게 한다는 것은 문제가 있다.”라며 합의점을 못 찾으면 결국 백서 편찬이 안된다는 것 아니냐? 시민단체 분들이 먼저 합의점을 찾아 자료를 주겠다는 결론이 도출되어야 원안 측도 이 자리에 올 수 있는데, 이전 측은 지금 자료도 못 내주겠다는 이야기만 하고 있어 답답하다라고 말했다.

백서편찬위원회 최종은 위원도 나중에 법조타운 완성 이후 양측의 자료로 백서를 발간하는 것이나 주민투표까지의 과정을 요약해 발간하는 거나 별 차이가 없는 것 아니냐?”라며 일방적으로 자료를 싣지도 않고, 다들 확인하고 검토해서 발간하는 데다 한 측이 유리하거나 불리하게 쓰는 것도 아닌데 너무한 것 같다라고 전했다.

그러자 백서편찬위원회 백종숙 위원이 중재했다. 백 위원은 자료를 모으는 것에 대해서는 모두가 반대하지 않을 것이라 생각한다. 거창군이나 양측의 자료를 연도별로 정리해 인터넷 공간에 기록하는 작업만 우선 하면 된다고 생각한다라며 필요할 때 합의가 되면 전문가가 참여해 책으로 내면 좋겠다. 책의 한계를 뛰어넘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시민·사회단체 자격으로 참여한 정광희 씨도 책으로 만들기에는 방대한 분량으로, 누구나 볼 수 있게 인터넷 기록을 한다는 것에는 찬성한다라고 말했다.

이에 권순모 위원장은 인터넷 공간에 기록으로 남기고 차후에 교도소가 완성된 이후나 공감이 됐을 때 책으로 만들든지 하면 될 것 같다. 모두들 여기에 공감은 하시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세 명의 백서편찬위원들이 퇴장하며 회의는 파행으로 치닫기도 했다.

이 같은 사태에 대해 거창군 관계자는 일단 백서는 백서편찬위원회가 결정하는 것으로, 9월 중 다시 회의를 거쳐 논의가 될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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