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도서연구회 거창지회와 함께하는 어린이 책 여행 (67)「팬티 입은 늑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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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도서연구회 거창지회와 함께하는 어린이 책 여행 (67)「팬티 입은 늑대」
  • 한들신문
  • 승인 2020.09.18 1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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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도서연구회 임혜윤
윌프리드 루파노 글 / 마야나 이토이즈 그림 / 김미선 옮김 / 키위북스 / 2018.8
윌프리드 루파노 글 / 마야나 이토이즈 그림 / 김미선 옮김 / 키위북스 / 2018.8

 

늑대를  잘 아시나요?

긴 장마와 폭염이 가을에 자리를 내어주지 못하고 9월이 시작되었습니다. 겨울에 시작된 전염병이 여전히 2학기 개학에 발목을 잡고 있어 온라인 수업과 사회적 거리두기가 지속되고 있습니다. 선선한 바람과 함께 준비했던 모든 행사, 공연, 강연들이 취소되어 아쉬움을 전하고 그런 가운데 의료계 파업과 경기 침체로 사람들의 불안은 높아지고 있습니다. 불안과 미움은 커져서 싸움으로 번지고 저마다 힘든 나날을 보내고 있는 우리 모두 함께 읽어 보고 생각할 책이 있어 소개해 보려 합니다.

 

프랑스 출신 만화 시나리오 작가인 윌프리드 루파노 작가의 <팬티 입은 늑대>라는 그림책입니다.

그동안 우리가 만나온 늑대의 이미지는 아기돼지 삼 형제를 잡아먹으려고 바람을 훅 날려 버린 늑대와 빨간모자의 할머니를 잡아먹고 배가 불룩해진 늑대가 먼저 떠오릅니다.

날카로운 눈빛과 뾰족한 송곳니 거친 털은 늑대의 이미지로 굳혀져 버렸습니다. 언제부터 우리들 머릿속에 두려움의 존재로 새겨졌는지 의심 없이 당연하다 받아들였던 것 같습니다. 늑대와 같은 갯과인데 사람들 곁에 사는 개는 사람들의 가족과 같은 존재가 되었는데 늑대는 여전히 무섭고 두려운 동물로 남아 있습니다. 그런데 늑대와 팬티라니 무슨 내용일지 호기심이 발동합니다.

책 표지에 늑대가 달려오고 있습니다. 동그랗고 커다란 눈은 겁이 많아 보이고 유독 길고 큰 코와 작은 입은 소심해 보입니다. 표지를 보니 귀엽고 앙증맞은 빨간 줄무늬 팬티를 입은 늑대가 달려가고 있습니다. 책 소개 박스 위에는 늑대를 놀란 눈으로 바라보는 고슴도치 아주머니도 보입니다. 주조색인 파란색은 발이 닿아 있는 거로 보아 땅을 나타내고 있는 것 같습니다. 빨간색 부분을 가만히 들여다보니 울창한 나무들이 있는 숲이 보입니다. 아마도 늑대가 급히 달려가는 곳이 숲 속 어디인가 봅니다. 우리도 늑대를 따라 그가 사는 숲 속으로 들어가 볼까요?

 

깊은 산속, 산꼭대기에 늑대 한 마리가 살았어요. 울음소리는 멀리서 들어도 온몸이 얼어붙을 듯 살벌하고 눈빛도 무시무시한 늑대였어요.

숲 속 동물들은 입을 모아 말했어요. 굶주린 늑대가 숲으로 내려오면 끝장이라고요. 마주치는 순간, 엉덩이를 콱! 물고 질질 끌고 간다고요.”

 

늑대를 직접 만났다는 동물들은 없어도 늑대에 대한 소문들은 진실이 되어 늑대 대응법이 만들어지고 교육도 자주 하고 있습니다. 늑대 관련 범죄 추리 소설은 베스트셀러가 되어 불티나게 팔리고 있나 봅니다. 늑대 울타리, 올가미, 경보기 사업은 수익을 올리고 있습니다. 늑대에게 살아남기 위한 태권도 학원도 인기가 좋습니다. 다람쥐가 파는 불안한 마음을 진정시켜 주는 견과류도 잘 팔립니다. 여기에서 나의 시선이 잠시 멈춥니다. 숲 속 동물들의 크기는 다 비슷하게 그려져 있는데 유독 눈에 들어오는 동물이 다람쥐입니다. 찢어진 눈 모양과 유난히 세워 올린 꼬리털이 세대 변화를 잘 타는 인물로 읽힙니다.

오늘 아침신문에는 이런 기사가 특종으로 실렸습니다.

늑대가 숲 속 동물을 둘이나 또 잡아갔답니다.”

 

그리고 아기 돼지를 찾는다는 전단지가 여기저기 붙어있습니다. 숲 속 동물들의 모든 관심사는 한 곳에 집중되어 있고 세금을 올려서 늑대 잡는 특수부대도 편성했다고 합니다.

그러던 어느 날

늑대가 나타났다!!! ”

 

누군가 외쳤지만 늑대를 알아보는 이가 아무도 없습니다. 오랫동안 늑대를 연구했다는 사슴도 정작 늑대를 알아보지 못합니다. 팬티 입은 늑대에게 달려와서 늑대가 나타난 긴급상황이니 어서 숨으라고 특수부대원들이 말을 합니다. 우습기도 하고 씁쓸한 장면입니다.

 

죄송합니다만... 제가 늑대거든요.”

 

늑대 전문가들이 모이고 같은 평가를 내놓습니다. 날카롭기보다 흐리멍덩한 눈빛과 부드러운 털, 무엇보다 귀여운 줄무늬 팬티를 입은 늑대는 없다고 말합니다.

늑대도 변론을 내놓습니다.

본인은 늑대가 맞으며 언덕 위에 혼자 살고 있고 아기 돼지들은 코빼기도 본 적 없다고 말입니다. 고기는 정육점 고기만 사다 먹고 있으며 부끄럽지만 엉덩이가 추위를 많이 타서 이를 가엾이 여긴 올빼미 아줌마가 팬티를 선물로 주셨는데 본인을 위기에서 구해 준 소중한 팬티라고 합니다.

이것은 올빼미의 증언에서도 확인이 됩니다. 늑대가 추운 겨울날 집 앞 바위 위에 앉았는데 순간 엉덩이가 너무 시려 놀란 나머지 큰소리로 아울~~!’ 하고 울었고 기분이 나빠져 눈빛이 포악해지고 털이 곤두서 있었다고 합니다. 이 모습이 안타까워 손수 짠 줄무늬 팬티를 늑대에게 주었다고 합니다. 이제야 늑대의 이미지의 진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어떤 여론에도 흔들리지 않은 올빼미의 모습이 부럽기까지 합니다. 순식간에 동물 사회는 패닉 상태가 되어 버립니다. 그리고 큰일 났다고 생각합니다.

 

잠깐!

그동안 내가 무서워서 힘들었던 거 아니야?

내가 무섭지 않다는 걸 알았는데도 왠지 더 힘들어 보인다?

도대체 왜 사는 거야?

두려움이 삶의 이유야?”

 

이제 모두 삶의 이유, 사는 이유를 찾자고 외치겠지요?

숲 속 동물들 이야기에 우리 사회가 있고, 마주하고 싶지 않은 우리의 모습이 있습니다.

<팬티 입은 늑대>는 나. 우리, 사회를 비춰볼 수 있고, 다양한 해석과 토론을 할 수 있는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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