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님과 함께 하는 치유와 성장 이야기]화가 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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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님과 함께 하는 치유와 성장 이야기]화가 났다고 말했다
  • 한들신문
  • 승인 2020.09.28 1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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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윤주(첫):교육학 박사

조윤주(첫) 선생님은 교육학 박사(상담심리전공)·초등학교 교사이면서 상담전문가입니다. 치유와 성장 공간 더 어스(THE EARTH)에서 치유작업과 상담 활동, ᄒᆞᆫ철학을 바탕으로 한 ᄒᆞᆫ상담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쉬는 시간이 되자, 나는 그녀가 서클 안에서 내게 보여준 태도에 화가 나고 불쾌했다고 말했다. 그녀가 서클 참여자를 위한 의도도 이해할 수 있었고, 서클 분위기를 좀 더 부드럽게 하기 위해 나의 의견을 농담 삼았다는 것도 알았다. 그러나 자신의 바른의도를 위해서 나의 발언과 의견을 가로막고 제안을 농담의 희생양을 삼은 것은 무척이나 기분이 나쁘고 언짢다고 말했다. 나는 서클의 일원이자 진행자이기도 했기 때문에 나 역시 존중받을 권리가 있다고 그녀에게 말했다. 그녀는 몰랐다는 듯 눈이 동그래졌고 이윽고 미안하다고 말했다. 사과하는 그녀에게 내 이야기가 불편했을 건데 너그럽게 받아줘서 고맙다고 했다. 서클을 마친 후 그녀는 서둘러 인사를 하며 자리를 떴다.

며칠 뒤 그녀를 다시 만난 아침은 어색했다. 그녀는 밥을 먹지 않아서 힘이 없다고 했고 정말 그런 것처럼 웃지도 않고 목소리도 작았다. 옆에 있는 다른 사람하고만 이야기를 나누었고 내 쪽으로는 시선을 돌리지 않았다. 그때 내가 불편하다고 해서 내가 불편해졌나? 이제 그녀는 나에게 말도 걸지 않고 함께 하는 이 프로젝트 일도 함께 하지 않으려 할지 모른다. 나와는 지인 관계이지만 그녀와는 제법 친한 몇몇 사람들과 혹시 그날 있었던 일을 서로 나누었을지도 모른다. 나를 상당히 까칠한 사람으로 보면 어떡하지? 그들과의 원만했던 인간관계에 실금이 가는 건 아니겠지?

고개 돌려요. ! 어깨 힘 빼요! 힘 빼라니깐!” 추나 치료 선생님의 말이 짧고 언성은 높았다. 얼떨결에 고개를 더 많이 돌리니 목뼈를 끌어당겨서 비트니 삐그덕 소리를 냈다. 목뼈가 찌그러지는 소리를 내며 자리를 찾아가는 것 같았지만 평온한 내 마음은 중심을 이탈했다. 안마침대에 누워 짧은 물리치료(?)를 받으면서 심장이 쿵쾅거리고 호흡이 짧아지고 얼굴이 뜨거워졌다. 내가 지금 화가 났구나! 치료를 마치고 치료비 계산을 하고 다시 추나 치료실에 들어가 선생님께 드릴 말씀이 있다고 했다. 언성을 높여서 말하는 것이 기분이 나빴다고 말했다. 치료 선생님은 황당해했다. 그래서 어쩌란 말이요? 저에게 소리치지 마세요. 제가 화가 났다고요. 화를 내지 않고 화가 났다고 말했다. 나보고 너무 예민하게 반응하지 말라고 했다. 내 눈에서 불꽃 레이저가 나왔다.

어차피 말해도 못 알아듣는 사람인데 그냥 내가 참을 걸 그랬나? 다음에 내 목과 허리를 치료해주지 않겠다고 하면 어쩌지? 내 목과 허리를 치료할 때 기분 나쁘다고 마구 함부로 다루어서 내 목과 골반이 더 이상해지는 건 아닐까? 그렇다면 나는 누구한테 가서 이 부당함을 말해야 할까?

일주일 사이에 내게 온 비슷한 경험을 살펴본다. 잠시 흔들린다. 내가 선택한 행위에 대해 혼란스러운 마음이 일어난다. 괜히 말했나? 긁어서 부스럼이 되지는 않을까? 그냥 농담으로 했으니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게 옳았을까? 내 몸의 치료를 위해 의탁하고 있는 처지인데 그의 선한 의도를 알고 있으니 그깟 반말쯤은 내가 수용하는 것이 더 나았을까? 그랬다면 그녀는 앞으로 나와 관계가 더 돈독해지고 돈독해지는 만큼 나를 존중하게 될까? 그랬다면 그 치료 선생님은 내 몸을 더 정성껏 돌볼 수 있고 내 몸이 빨리 회복이 될까? 그랬다면 나는 내 선택과 좀 더 성숙한 듯이 보이는 나 자신을 만족스러워했을까?

원만한 인간관계를 위해서, 좀 더 솔직하게 말하자면 그 인간관계에서 오는 여러 불이익을 감당하지 않기 위해 상대방으로 인해 촉발된 부정적인 감정을 혼자 삼키기 위해 끙끙거린 적이 많았다. 좀 더 선한 내가 참아야지, 좀 더 너그러운 내가 참아야지, 좀 더 배운 내가 참아야지. 그러나 그런 주문들은 더 이상 힘을 내지 못했다. 10미터 도움닫기로 달려와서 발로 빵 차주고 싶다. 그러나 뒷일이 감당이 되지 않는다. 가만히 있으면 가마니로 볼 것 같고 참으면 참기름으로 볼 것 같아서 속에서 부글부글 끓어도 내 감정을 저만치 밀쳐두고 눌렀다. 그러나 이번에는 안 그랬다. 전혀 그러고 싶지 않았다. 내가 나를 지켜주고 보호해주고 싶었다. 나는 화가 났다. 분명한 지각이었다. 화난 감정에서, 그리고 그 이유에 대해 분명한 지각이 있었고 한걸음도 물러나고 싶지 않았다. 그들과 다른 방식으로 표현했다. 반말을 하거나 언성을 높이지도 않았으며 상대방을 유모어의 희생 제물로 삼지도 않았다.

어쩌면 그 치료사 선생님 말씀처럼 내가 너무 예민하게 반응한 것일 수도 있다. 그만큼 그들은 자신이나 타인에 대해 둔감했을 터이다. 자신을 대하는 누군가의 불친절한 태도에 예민하게 반응하는 것이 타인에 대해 무례하고 친절하지 못한 스스로의 태도에 둔감한 것보다 훨씬 낫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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