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평빌라 이야기 서른한 번째]할머니는 이번 여행을 잊지 않겠다 2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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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평빌라 이야기 서른한 번째]할머니는 이번 여행을 잊지 않겠다 2편
  • 한들신문
  • 승인 2020.09.28 1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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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윤 씨(가명)가 직장 구한다고 했을 때, 가족들은 시설에서 그저 편안하게 지내기 바란다.’ 했습니다. 서툴러서 혼날까, 실수해서 피해 입힐까, 남에게 손가락질당할까 봐 그랬다고 할머니가 나중에 말했습니다. 그랬던 할머니가, 사장이 있고 동료가 있는 시내 한가운데 번듯한 가게에서 손자가 일하는 모습을 보며, 당신 손자도 뉘 집 손자처럼 일할 수 있다는 걸 보며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손자와 여행을 가자고 할 때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손자는 손자대로 당신은 당신대로 걱정이라며 쉬 허락하지 않았습니다. 옆에서 도울 사람이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서야 마음을 놓았습니다. ‘할머니 여행 부산 해운대’, 성윤 씨가 적은 메모를 따라 할머니와 부산 해운대로 여행을 갑니다. (1편 요약)

 

‘DAY 1 : 부산 버스터미널­부산역­태종대­해운대­할머니 부산.

DAY 2 : 해운대­아쿠아리움­거창­할머니­레스토랑.’ 스케치북에 지도, 교통, 일정을 적었습니다. 부산 지도를 출력해서 성윤 씨가 오리고 붙였습니다. 여행지에서 할 것을 그림으로 적었습니다. 여행 일정을 적으며 한눈에 익히고 정리하기 바랐습니다.

여행 가는 날 아침 일찍 할머니 댁에 갔습니다. 성윤 씨가 할머니에게 모자를 선물했습니다. 자기 옷 사면서 준비한 겁니다.

밭에 갈 때 쓰는 모자만 있는데, 고맙다.”

성윤 씨가 직접 고른 모자예요.”

성윤아, 예뻐?”

예쁘다. 흐흐흐.”

모자는 할머니에게 잘 어울렸습니다. 모자는 여행 내내 제 몫을 했습니다. 할머니는 모자를 손자만큼 귀하게 다루었습니다. 바다를 가로지르는 이층 버스에서 모자가 날아갈까 봐 손으로 붙들었고, 바람 많은 곳은 벗어서 손에 꼭 쥐었습니다. 할머니가 들고 온 양산은 한 번도 펴지 않았습니다.

날아가면 안 되지. 윤이가 사 줬는데.”

호텔에 짐을 풀었습니다. 성윤 씨가 성윤 씨 이름으로 예약한 호텔입니다. 성윤 씨가 직접 서명하고 체크인 했습니다. 해 질 무렵, 해운대 백사장에 갔습니다. 성윤 씨가 사진을 찍어 달라 했습니다. 사진 찍어 달라는 건 처음입니다. 밀려왔다 밀려가는 파도를 쫓으며 성윤 씨가 물 가까이 갔습니다.

물이 안 무섭나 보네. 윤아, 신발 벗고 웃옷 벗어 두고 갔다 와.”

할머니 허락을 기다렸다는 듯, 성윤 씨는 웃옷을 벗고 바다에 들어갔습니다.

둘째 날은 계획대로 아쿠아리움 실내 보트장에서 보트를 타고 상어 수족관을 누볐습니다. 돌아오는 길에 성윤 씨가 일하는 레스토랑에서 저녁을 먹었습니다. 손자 일하는 곳을 보여드리고 싶었고, 그곳에서 할머니에게 대접하고 싶었습니다.

윤아, 너 여기서 일하나?”

레스토랑. 레스토랑.”

핸드폰에서 보셨던 장소가 여기예요. 성윤 씨는 유리창 닦아요.”

할머니, 음식이 입에 맞으세요?”

별 음식을 다 먹어 보네. 좋아.”

스테이크. 스테이크.”

윤이가 사 주는 음식을 다 먹고. 고맙다, 윤아.”

들어갈 때도 나올 때도 사장님에게 손자 잘 부탁한다고 할머니가 당부했습니다. 할머니의 당부에, 성윤 씨가 잘한다고 사장님이 대답했습니다.

할머니 댁 마당에서 성윤 씨가 할머니에게 쓴 엽서를 읽었습니다.

할머니, 카네이션, 부산 여행, 버스, 해운대, 아쿠리움, 사랑해요, 건강하세요, 성윤이가.”

할머니가 웃었습니다. 할머니도 지난밤 손자에게 편지를 썼습니다. 잠든 손자 옆에서 손자 쳐다보면 미안 부족한마음을 꾹꾹 눌러 가며 할머니는 손자에게 편지를 썼습니다.

 

성윤이가 할머니와 부산 여행을 와서 이층 버스를 타고, 해운대해수욕장 와서 구경도 잘하고, 저녁 식사 후에 야구 연습장에 가서 성윤이가 야구 잘 치고 너무도 기뻤다. 할머니도 성윤이가 야구 치는 모습을 바라보니까 기쁘기가 한량없다. 호텔 숙소에 들어와 윤이하고 자고, 다음 21일 수족관 구경을 할 예정이다. 부산 여행 마치고 오후에는 거창 도착. 저녁 식사는 윤이 직장 다니는 식당에서 저녁을 먹고 할머니는 집으로 간다. 할머니는 성윤이랑 이번 여행을 잊지 않겠다. -성윤이 쳐다보면 미안 부족한 성윤 할머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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