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편지 집배원 표영수, 시인
귀가歸家
표성흠
읍내邑內 새 장터 돼지 전에서
비선거리 까지
질금 질금 한 잔씩 걸치던
용덕이 아재
그 손에 들린 꼬드리 두 손
아가미에 질끈 동인 짚내끼
눈을 맞아
은銀 사슬이 되었다.
한창 시절엔
중모리 중중모리 휘모리 열두 가락 따라
나무짐 바차 놓고
씨름판에 뛰어들던
그 장정이
오늘은 휘청거리며 눈을 맞으며
만만한 황소고삐 대신에
은銀 사슬을 쥐고
귀가歸家를 서두르고 있다.
『우리들의 사랑은 바람이어라. 1982』
그때 그 시절엔 읍내 장터에 가면 물건뿐 아니라 타처에서 몰려온 장꾼들로 구름을 이루었고 물건을 사고파는 일이며 사돈네 소식뿐 아니라 세상 소식을 다 들을 수 있는,
사람과 이야기와 인정과 물건과 흥정과 거래가 있는, 그런가 하면 겨우 작은 욕구 하나를 건져 올려 들고 가기도 하는 그런 곳이기도 했다.
거창 읍내엔 두 군데 장터가 있었다. 물 건너 금천동엔 가축시장이라고 하는 새 장터가 있었고,
우리들의 용덕이 아재, 오늘도 소 한 마리 정도는 몰고 와서 새 장터에서
막걸리 한 잔은 했어야 했었는데.......
언 손에 겨우 고등어 두 손 지푸라기에 묶어 들고 눈을 맞으며 집으로 돌아가는 용덕이 아재, 우리들의 모습이요 내 모습 아니겠는가.
언젠가는 북적이던 시장도 파장이 되고, 머리에 흰 눈을 맞으며 본향으로 돌아가야만 하는 인생...
그렇지 시장터 같은 인생, 꼬드리 두 손이라도 들고 갈 수 있다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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