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를 띄우다】읍내 장터에 가면 오만 물건들이 다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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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를 띄우다】읍내 장터에 가면 오만 물건들이 다 있었다
  • 한들신문
  • 승인 2020.09.28 1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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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편지 집배원 표영수, 시인

귀가歸家

표성흠

읍내邑內 새 장터 돼지 전에서

비선거리 까지

질금 질금 한 잔씩 걸치던

용덕이 아재

그 손에 들린 꼬드리 두 손

아가미에 질끈 동인 짚내끼

눈을 맞아

사슬이 되었다.

한창 시절엔

중모리 중중모리 휘모리 열두 가락 따라

나무짐 바차 놓고

씨름판에 뛰어들던

그 장정이

오늘은 휘청거리며 눈을 맞으며

만만한 황소고삐 대신에

사슬을 쥐고

귀가歸家를 서두르고 있다.

 

우리들의 사랑은 바람이어라. 1982

 

그때 그 시절엔 읍내 장터에 가면 물건뿐 아니라 타처에서 몰려온 장꾼들로 구름을 이루었고 물건을 사고파는 일이며 사돈네 소식뿐 아니라 세상 소식을 다 들을 수 있는,

사람과 이야기와 인정과 물건과 흥정과 거래가 있는, 그런가 하면 겨우 작은 욕구 하나를 건져 올려 들고 가기도 하는 그런 곳이기도 했다.

거창 읍내엔 두 군데 장터가 있었다. 물 건너 금천동엔 가축시장이라고 하는 새 장터가 있었고,

 

우리들의 용덕이 아재, 오늘도 소 한 마리 정도는 몰고 와서 새 장터에서

막걸리 한 잔은 했어야 했었는데.......

 

언 손에 겨우 고등어 두 손 지푸라기에 묶어 들고 눈을 맞으며 집으로 돌아가는 용덕이 아재, 우리들의 모습이요 내 모습 아니겠는가.

언젠가는 북적이던 시장도 파장이 되고, 머리에 흰 눈을 맞으며 본향으로 돌아가야만 하는 인생...

그렇지 시장터 같은 인생, 꼬드리 두 손이라도 들고 갈 수 있다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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