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창양민학살 억울한 죽음 뒤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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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창양민학살 억울한 죽음 뒤처리
  • 한들신문
  • 승인 2020.10.19 1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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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김운섭 전 거창사건유족회장

이 기고는 고 김운섭 전 거창사건유족회장이 거창사건 당시 겪은 경험을 책으로 만든 ‘거창양민학살 억울한 죽음 뒤처리’입니다. 한들신문은 당시 김 전 회장이 겪은 생생한 경험담을 기고로 옮기면서, 생동감을 전하기 위해 책에 사용된 표현까지 그대로 인용함을 알려드립니다.

▶ 차  례 ◀

실무위원회 개최
법의 희비◀
유족회 총회 및 심의위원회개최◀

거창사건 위령사업계획
건국50주년 추모행사 열린 음악회
합동위령사업비 확보를 위하여 

법의 희비

거창사건 등 명예회복에 관한 특별조치법그렇게도 오랜 세월 애간장을 태운 법이 제정되었는데, 시행 첫 단계인 유족등록부터 일자를 어기고 홍보를 제대로 하지 않아 누락자가 많이 발생하였다. 한시법이기 때문에 지정된 일자가 지나면 재론할 수가 없다.

유족등록을 끝내고 19961020일 제845주기 합동위령제 및 추모 행사는 거창군이 주관을 하였다. 유족등록을 받느라고 정해놓은 일자를 늦추어, 박산 묘역 뒤편에서 1,000여 추모객을 모시고 1, 2, 3부로 진행되었다.

1부 합동위령제는 유족회 문병현 회장의 개제 선언으로, 초헌관 정주환 군수, 아헌관 이재선 군의회 의장, 종헌관 강호식 거창경찰서장 순으로 제례를 올렸다. 2부 추모 행사에서 경과보고를 통해 원혼들이시여 반분도 풀리지 않는 특별법을 개정하여 확실한 명예회복이 이루어질 수 있게 해달라고 축원(祝願)을 하였다. 정주환 군수의 내빈 소개와 추모사, 거창, 합천 통합 이강두 의원, 특별법 제정에 많은 협조를 해주신 김진석 신라 김 씨 총재의 추모사에 이어 문병현 유족회장의 인사말을 끝으로 추모식을 마치고, 3부 민속학자 심우성 선생님이 원혼(寃魂)들을 극락(極樂) 세계로 인도하는 진혼굿을 끝으로 특별법 제정 후 첫 행사를 마쳤다. 법 제정에 많은 역할을 한 합천의 권해옥 전의원은 국회에 입성치 못해 참석 대신 조전을 보냈고 김혁규 경남지사도 조전을 보냈다.

특별법이 제정되므로 행정적으로 뒷받침이 되는 변화가 일고 있으나, 일부 유족들은 망연자실이다. 유족의 범위가 배우자, 자녀(자녀가 사망한 경우 그 재산 상속인) 부모 또는 조부모 형제자매이다. 멸족(滅族)을 당하여, 친인척이 제사라도 지내주기 위해 양자로 입적(入籍) 하였는데 자격이 안된다.

부부 중 한쪽이 희생되어 새 배우자를 만나 낳은 자식은 계자 이것도 안 된다. 시부모가 희생되어 남편과 같이 살다가 남편이 죽으면 며느리는 자격이 없다. 중유의 모 아주머니는 시부모가 희생되어 남편과 같이 살면서 시동생 시누이를 자식처럼 키워서 시집 장가보내고, 시어른의 제사와 산소의 벌초를 해오면서, 남편이 먼저 타계하므로 며느리가 유족 행세를 해왔는데 자격이 안 된다.

대신 장가, 시집을 가 외지에 나가 사는 시동생, 시누이는 자격이 된다. “남편 대신 유족회 일은 내가 다 해왔는데 유족이 아이라카면 말이 됩니까?” 법이 아니었으면 왈가왈부할 일이 없었을 텐데, 법 때문에 순박한 아주머니의 마음을 상하게 하여, 희비가 엇갈렸다. 어디 이런 일이 이 아주머니뿐이겠는가, 보상이 나온다면 칼부림 날 집도 있을 것이란다. 희생자와 유족의 명예회복보다 돈이 우선인 것 같아서 마음이 무거워진다.

 

유족회 총회 및 심의위원회개최

거창양민학살희생자유족회1997312일 총회를 개최하여 새로운 집행부를 구성하였다. 회장 임호섭, 부회장 문철주, 김운섭. 총무 조성제, 재무 이갑수, 감사 문창근, 김용제, 문병현 회장이 장기간 최선을 다해 왔으므로 잠시나마 무거운 짐을 내려놓으시고 쉬게 하는 것도 도리일 것 같았다.

회칙도 보완하고 사업비는 회비와 보조금 및 찬조금으로 운영하기로 하였다. 65일 사단법인 설립 허가를 받아 법원에 등기도 마쳤다. 우리 유족회는 정치와 무관 할 수가 없다. 모든 것을 정치적으로 풀어야 하기 때문이다. 역대 정권(이승만, 박정희, 전두환, 노태우)이 임기 말에 독재와 부정축재로 어느 하나도 깨끗한 정권이 없었다. 되풀이되는 역사를 보아온 김영삼 대통령은 부정축재 협의로 전두환 노태우를 감옥으로 보내면서, “한총련 김영삼 체포 결사대 천만 서울시민에게 드립니다.”라는 유인물에 14천억이란 비자금을 조성한 건국 이래 최대 부정부패라고 했다.

사실인지 확인할 길은 없지만 어마어마한 유언비어가 난무하는 것은 나 같은 소시민은 어안이 벙벙할 뿐이다. 946주기 합동위령제 및 추모 행사는 83010시 박산 묘역 뒤편에서 비를 맞으며 거행되었다.

민주당에서는 년 년이 국회의원을 보내셨는데 금년에는 이규정 의원이 참석하셨다. 행사비를 아끼려고 천막도 제대로 준비 못해 비를 맞으며 중식을 먹었다. 유족회로서는 년 년이 봉행되는 합동위령제가 큰 행사이다. 희생자를 위로하고, 오신 손님 들게 중식이나마 소홀(疏忽) 하지 않으려고 최선을 다한다.

권력자들은 수천억 수 조원을 치부(致富)하는데, 단돈 몇 푼이라도 아끼려고 싼 곳을 찾아 시장을 헤맨다. 유족 등록이 끝나고 실무위원회를 한지도 2년이 지나도록 심의위원회를 열지 않아 거창사건 등 처리지원단에 채근을 하였더니, 산청, 함양에서 자료가 늦어져 그렇단다.

아무런 대책도 없는 그들 때문에 90일 등록기간이 55일로 단축되었다. 그러면서도 산청, 함양 김성곤 회장은 고맙다 그나마 미안한 생각을 전혀 하지 않는데 대하여 얄밉기까지 했다.

김동영 의원은 김영삼 대통령의 측근이었기 때문에 우리 유족들은 크게 기대를 걸었는데, 제정된 법에 실망을 남긴 채, 19971218일 대선은 김대중 씨가 대통령에 당선되었다. 곧바로 왕도 전두환, 노태우가 사면되었다. 김영삼, 김대중 두 대통령은 야당 시절 거창 유족들에게 참으로 우호적이었다.

그러므로 국방장관에게 산청, 함양이 무슨 근거로 거창 법에 포함될 수 있는지 산청, 함양이 배포한 호소문을 동봉하여 탄원서를 보냈으나 답이 없다. 모든 행정이 민원인을 무시하고 제멋대로다. 국무총리가 위원장이 되는 심의위원회가 법 공포 후 2년 여가 지난 1998217일 광화문 정부종합청사에서 열렸다. 문병현, 이철수, 문병언, 임호섭, 이갑수 거창 유족대표 5명은 당당하게 회의장으로 들어갔다.

문철주 씨와 나는 밖에서 대기 중이었는데, 산청, 함양 대표들을 감추는 느낌이 들어 지원단 직원에게 물었더니, 서로 부딪칠까 봐 그렇다고 한다. 노력도 하지 않고 남이 애써 만들어 놓은 법에 끼어들었으니 그럴 만도 하지만, 산청, 함양 유족회 김성곤 회장의 당당한 모습은 어디 가고 자존심 죽여 가면서 숨어 다니며 추한 모습으로 한이 풀리겠는가?

유치하게 거창 법에 매달리지 말고 노력하여 떳떳한 명예회복을 해야 원혼들의 한을 풀어주는 길일 것이다. 김영삼 대통령 시대는 끝나고 김대중 대통령 시대가 열리는데, 세상이 얼마나 썩었는지 210일 자 조선일보 만물상에 신 오적이 나왔다.

김지하 시인은 오적 이란 시로 박정희 정권 때 구속까지 당했으면서도 또 신 오적을 내놓았다. 썩어빠진 정치를 풍자한 시라서 호감이 간다. 우리의 울화를 대신 말해 주는 느낌이다.

다음에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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