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평빌라 이야기 서른두 번째]처음이자 마지막 단체 나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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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평빌라 이야기 서른두 번째]처음이자 마지막 단체 나들이
  • 한들신문
  • 승인 2020.10.19 1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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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평빌라

월평빌라 문 열고 첫해, 입주자 전원, 직원 일부, 가족 몇 명, 지인 몇 명 해서 삼십 명 정도가 거창 인근으로 나들이 갔습니다. 토요일 오전 여유 있게 다녀왔습니다.

직원들이 음식을 준비했습니다. 집에서 농사지은 수박 참외 상추 양파 마늘 고추 가져오고, 가스버너 프라이팬 불판 돗자리도 직원들이 집에서 가져왔습니다. 간식을 사거나 후원금을 내기도 했습니다.

삼삼오오 산책하며 놀다가 고기가 익자 둘러앉아 점심을 먹었습니다. 그때 누군가 갑자기 소리를 질렀습니다. 누구는 그 소리를 따라 했고요. 그제야 점심 먹는 풍경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소리 지르는 사람, 따라 하는 사람, 달래는 사람, 뛰어다니는 사람, 따라다니는 사람, 휠체어에 앉아 먹는 사람, 먹여 주는 사람, 급하게 먹는 사람, 말리는 사람.

주변 시선이 우리에게 집중된 것도 눈에 들어왔습니다. 우리는 아무렇지 않은데 주변 사람들은 당황스러운 게 분명했습니다.

나들이에 대한 평가가 분분했습니다. 즐거웠다는 사람은 또 가자고 했고, 주위 시선이 부담스럽고 싫다며 단체로는 가지 말자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나들이하는지 구경거리 되는지 모르겠다고 했습니다.

단체 관광 다녀오는 시설 입주자들을 본 적이 있습니다. 주변 시선에 낯섦과 동정이 담겨있었습니다. 단체 산행 다녀오는 산악회원들을 보는 시선과는 달랐습니다. 아마 그런 시선이 우리에게도 향했던 모양입니다.

단체 나들이 가더라도 입주자와 잘 의논하여 진행하면 당사자의 나들이가 될 겁니다. 그렇게 위안할 수 있겠습니다. 그러나 잘 여쭙고 의논해도 단체 나들이에서 받는 낯설고 불편한 시선은 피하기 어렵습니다. 소그룹이나 개별로 갔을 때의 인격적인 도움이나 자연스러운 행동을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첫 단체 나들이, 그 후로는 가구별로 혹은 마음 맞는 사람끼리, 가능하면 다섯 명 넘지 않게 갔습니다. 이제는 가구별로 가는 경우도 드뭅니다. 부모형제와 가족 나들이, 친척 집 방문, 학교 수학여행과 체험학습, 교회 수련회와 나들이, 직장 동료와 여행, 친구들과 여행 같은 입주자 저마다의 일로 다녀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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