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를 띄우다】아홉산에 아직도 그대로 남아 있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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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를 띄우다】아홉산에 아직도 그대로 남아 있는 듯하다
  • 한들신문
  • 승인 2020.10.19 1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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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편지 집배원 신승열, 시인

선화공주님은

신중신

선화공주님은 세간* 소문에
“와들 이래캐쌌는지요?”
고운 눈썹을 찌푸리고는 
애써 울먹임을 감추더랍니다.

우리의 선화공주님은
“내가 머 어쨌다고예?”
중치가 막히는지 그만
말문 닫고 돌아앉았다 합니다.

천년하고도 한 사백년 더 전
너무 예뻐 달밤 연꽃도 고개를 돌린다는
선화공주님, 여태껏
뜬눈으로 하얗게 날을 새운답니다.

*선화공주가 믿는 불교에서 ‘세간’은 유정(有情)한 중생이 서로 의지하며 살아가는 세상’을 뜻한다.

『심상 7월호, 2013년』


이 시의 배경은 거창이다.

더 정확히는 1400년 전 거창의 아홉산 취우령이다.

서동요로 인해 경주에서 쫓겨난 선화공주

서동을 찾아 부여로 가기 위해 신라와 백제의 국경인 거창을 찾아오지만

서동을 만나지 못하고 아홉산 취우령에서 숨을 거두게 되는 슬픈 사랑의 이야기이다.

비를 취한다는 뜻의 취우령은 선화공주의 눈물로 해석된다.

 

연분홍 봄날 같은 예쁜 선화공주의 모습이,

아직도 뜬 눈으로 하얗게 날을 새운 선화공주의 애틋함이,

1400년이 지난 지금의 아홉산에 아직도 그대로 남아 있는 듯하다

 

혹여 아홉산 취우령에 가게 되면

내가 머 어쨌다고예울먹이는 선화공주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 보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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