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도서연구회 거창지회와 함께하는 어린이 책 여행 (69)「대추 한 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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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도서연구회 거창지회와 함께하는 어린이 책 여행 (69)「대추 한 알」
  • 한들신문
  • 승인 2020.10.19 1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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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도서연구회 김은옥
장석주 시 / 유리 그림 / 이야기꽃 / 2015
장석주 시 / 유리 그림 / 이야기꽃 / 2015

저게 저절로 붉어질 리는 없다

저의 이번 책 소개는 시 그림책입니다. 장석주의 시에 유리 작가가 그린 <대추 한 알>입니다. 한 알의 대추가 영글기까지의 모습을 사계절에 담았습니다. 벼를 가꾸고 거두는 일 년 농사를 짓는 농부의 마음을 담았습니다. 자식을 키우는 부모의 마음을 담았습니다.

모진 비바람을 견디며 대추를 품어낸 대추나무, 쓰러진 벼를 세우는 아버지는 한 몸입니다. 한 알의 대추에, 벼이삭에 깃든 무서리의 날과 땡볕과 초승달의 날들을 생각해봅니다.

 

책 표지에는 대추나무가 한그루 있고 아들과 아버지가 대추나무 그늘 밑에 앉아 있습니다.

아들은 아마도 학교에서 돌아오는 길인 것 같고 아버지는 논일을 하다 잠시 쉬고 있는 것 같습니다. 아들은 학교에서 있었던 일을 조잘거리며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가슴이 따뜻해져 옵니다.

한 장을 넘기면 동구 밖 대추나무 밑에 엄마와 딸이 나물을 캐고 있고 아들은 강아지와 놀고 있습니다. 대추나무에는 새잎이 돋아나고 있습니다. 멀리 경운기가 보이고 아버지는 논을 갈 준비를 합니다. 봄을 맞이하는 손길이 분주합니다. 동구 밖 대추나무도 잎을 다 내고 꽃을 피우고 있습니다. 벌들이 분주히 꿀을 모으고 꽃을 피우게 합니다.

 

저게 저절로 붉어질 리는 없다

 

꽃이 핀 자리에 대추가 맺힙니다. 아버지와 엄마의 모내기하는 손길도 바빠집니다. 아침이슬을 머금은 대추의 알이 굵어집니다. 대추나무 아래 아이들이 즐겁게 학교에 갑니다.

벼가 자라는 논에 피를 뽑는 아버지에게 엄마와 아이들은 새참을 나릅니다. 대추나무 그늘 아래서 맛난 새참을 먹겠지요.

대추알이 점점 굵어집니다.

 

저 안에 태풍 몇 개

저 안에 천둥 몇 개

저 안에 벼락 몇 개

 

밤새 내리는 비에 아버지는 논물을 터줍니다.

 

저게 저 혼자 둥글어질 리는 없다

 

대추가 빨갛게 영글어갑니다. 모진 비바람에 대추가 떨어집니다.

엄마와 아버지는 쓰러진 벼를 일으켜 세웁니다. 그렇게 견뎌낸 대추나무는 빨갛게 대추를 물들입니다. 들판은 어느새 황금빛으로 물이 듭니다. 대추도 붉은 태양 아래 빨갛게, 빨갛게 더 붉어집니다.

 

저 안에 무서리 내리는 몇 밤

저 안에 땡 볕 두어 달

저 안에 초승달 몇 날

 

달빛을 머금고 대추는 더 붉어집니다. 아버지는 추수를 하고 엄마는 대추나무를 텁니다. 대추나무 아래 엄마와 아빠와 아이들은 달큰한 대추를 먹습니다. 아버지의 손에 들린 붉디붉은 대추 한 알, 그 한 알에 땡볕과 초승달이 담겨 더없이 달큰합니다.

대추나무에 눈이 소복이 내리고 장에 다녀오는 엄마와 아빠를 아이들은 맞이합니다.

 

대추 한 알을 키우기 위한 태풍과 천둥과 벼락과 무서리와 땡볕과 초승달의 힘은 경이롭습니다. 그 힘을 붙잡아 저게 저절로 붉어질 리는 없다.”, “저게 저 혼자 둥글어질 리는 없다는 시인의 감탄에, 논을 가꾸는 아버지의 구슬땀과 견주며 해석한 그림 작가의 시선에 탄복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우리 집에도 대추나무가 있습니다. 이사 올 때 회초리 같이 가는 두 그루의 나무를 심었습니다. 몇 년 전에 한 그루는 잘라냈습니다. 너무 많이 달리는 대추를 감당할 수 없었고 대추나무가지가 소나무를 방해했기 때문입니다. 아쉽지만 선택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대문을 열고 들어서면 제일 먼저 맞이해주는 대추나무는 참 듬직합니다. 굵은 대추알을 위해, 겨울을 견디기 위해 대추를 턴 후엔 가지치기를 합니다. 겨우내 가지는 앙상하여 물이 오를까 싶은데 이른 봄만 되면 새싹이 삐쭉 올라옵니다. 그 순간 얼마나 경이로운지 모릅니다. 해마다 대추가 열리면 썰어 말려 간식으로도 먹고 따끈한 차를 만들어 이웃과 나눕니다. 넉넉히 나눠주는 기쁨을 올해도 함께합니다. 무서리와 땡볕과 초승달을 담은 달큰한 대추 한 알의 맛은 더없이 잊을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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