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이 부족한 지’ 미리 점검하고 대책 세워야
커피잔부터 맥주캔까지 관광객이 휩쓸고 간 의동마을 은행나무길에는 여기저기 쓰레기가 버려져 있었다. 가장 많이 눈에 띈 건 물티슈다. 길과 바로 옆 수로에 까지 많은 물티슈가 버려져 있었다. 특히, 버려진 마스크도 눈에 띄었는데, 170m 남짓한 은행나무길에서 5장이나 발견됐다.
의동마을 은행나무길은 잎이 노랗게 물드는 가을철 약 15일 남짓한 기간 동안 수만 명의 관광객들이 몰리는 ‘명소’이지만, 쓰레기통이나 자루를 비치하거나 안내 표지판을 설치하는 등의 관리가 전혀 되지 않고 있다.
이렇게 관광객이 버리고 간 쓰레기는 동네 주민들이 치우기 전까지 그대로 방치되어 있다. 산책을 나왔다는 주민 ㄱ씨는 “쓰레기를 버린 사람들도 문제지만, 이렇게 많은 사람이 몰릴 때 신경을 안 쓰는 행정도 이해가 안 가긴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북상면 월성리에 조성된 ‘서출동류 걷기 길’에도 지난여름 장마 때 떠내려 온 쓰레기가 수개월 동안 방치되어 있었다. ‘명품 걷기 길’을 만들겠다던 거창군의 노력이 여기저기 걸려 있는 쓰레기 때문에 빛을 발하지 못했다.
지난 24일, 거창의 하천에서 쓰레기를 줍는 시민 모임인 ‘수달 친구들’이 해당 구간에서 3시간 동안 쓰레기 수거 활동을 벌인 결과 큰 자루 30개 양을 수거했다.
불과 3km도 되지 않는, 강의 최상류 구간에 캠핑족이 버린 쓰레기, 하천변 불법 구조물에 사용된 것으로 추정되는 철 구조물, 농사에 쓰이는 비닐 등 엄청난 쓰레기들이 버려져 있었던 셈이다. 이는 걷기 길을 중심으로 수거된 쓰레기이며, 건너편은 손을 대지도 못했다.
의동마을과 북상 걷기 길은 쓰레기가 문제였다면 감악산은 ‘자동차’가 골칫거리였다. 추석 이후 주말마다 많은 관광객들이 감악산을 방문했지만, 제대로 된 주차장이 마련되어있지 않아 길가 수백 미터 구간에 주차를 해 통행을 방해했다.
두 대의 차량이 지나지 못하는 ‘좁은 길’도 문제였다. 거창군청 산림과 공무원들이 주말마다 교통정리를 했지만, 몰려드는 관광객들의 차량을 모두 제어하기에는 쉽지 않았다.
지금은 주차장이 마련됐고, 지난주부터는 해병대전우회에서 교통 통제를 해 흐름이 많이 개선됐다. 하지만 본격적으로 관광객들이 몰리기 전인 지난달 28일, 간부 공무원들이 현장을 방문해 점검했지만, 이 같은 문제를 예상하지 못했다.
지난 17일 감악산을 방문했지만 결국 가보지도 못하고 돌아왔다는 주민 ㄴ씨는 “차가 막혀 올라갈 엄두조차 내지 못했다”라며 “거창에서 온 우리는 다시 오면 되지만, 멀리서 온 사람들은 되돌아가지도 못하고 안타까웠다”라고 말했다.
거창 주민들은 ‘행정의 세심함’이 아쉽다고 지적했다. 거창의 관광지에서 사진을 많이 찍는다는 주민 ㄷ씨는 “관광객이 오기 전 쓰레기를 수거하거나, 불법 투기를 못하게 쓰레기통을 마련해주는 것, 그리고 미리 예상되는 문제점을 고민하고 방법을 마련해두는 게 ‘다시 오고 싶은 관광지’라는 느낌을 받게 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라며 “행정이 그런 작은 세심함을 보인다면 관광객은 거창에서 좋은 인상을 남기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