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 아닌 식수 부족, ‘사방 공사’가 원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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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 아닌 식수 부족, ‘사방 공사’가 원인?
  • 박재영 기자
  • 승인 2020.11.17 15: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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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 수 명, 수개월 째 식수 부족 시달려
사방 공사로 인한 식수 관 파손 등이 원인
‘해당 구간 사방 공사, 필요했나?’ 문제제기도

몇 개월 동안 물을 떠다 마셨습니다. 그 불편은 누가 보상해줍니까?”

위천면 황산리 황산마을에 거주하는 일부 주민들이 때 아닌 식수 부족 현상으로 고통을 받고 있다. 벌써 7개월째 이어진 식수 부족으로 한 주민은 트럭에 식수탱크를 싣고 일주일에 몇 번씩 위천면에서 물을 받아 나르고 있다.

황산마을은 전통한옥마을인 황산 1구와 작은 개울 건너인 황산 2구로 나뉘어 있다. 하지만 이번에 피해를 입은 곳은 황산 1구에서 호음산 등산로 방면으로 조금 떨어진 민가가 모여 있는 곳이다. 현재 이곳에는 4가구 정도가 모여 사는데, 이 주민들이 식수 부족으로 불편을 겪고 있다.

 

이곳에서도 조금 떨어진 곳에 할머니 한 분 사는 가구도 있는데, 이 앞 냇가까지 와서 물을 떠가곤 했습니다. 얼마나 힘드셨겠습니까?”

 

현재 황산 1구와 황산 2구에는 상수도 시설이 연결되어 있는데다 지안골이라 불리는 곳에도 마을 상수도가 있어 식수가 부족하지 않은 상황이다.

이에 반해, 피해를 입은 주민들은 황산 저수지 상류에서 흐르는 계곡수를 끌어와 식수로 이용하고 있다. 그러나 황산 저수지 상류에서 사방 공사가 시작된 이후부터 물이 나오지 않는 경우가 발생했다.

황산마을 위 사방댐 공사현장. 멀리 보이는 저수지가 ‘황산 저수지’
황산마을 위 사방댐 공사현장. 멀리 보이는 저수지가 ‘황산 저수지’

 

원인은 사방 공사

거창군산림조합(아래 산림조합)은 지난 429일부터 지난달 말까지 약 9억 원을 들여 황산리 산 3-1번지 일원에 사방 공사를 실시했다.

사방 공사는 많은 비로 인해 산사태 등이 우려되는 지역에 토사가 하류로 흘러내리지 못하도록 인공적으로 댐이나 시설을 설치하는 것을 말한다. 경사가 심하거나 작은 비에도 도랑의 흙이 흘러내리는 곳에 인위적으로 자갈 등을 퇴적시켜 경사로를 안정시킨다.

이 사방 공사에서도 두 개소의 사방댐을 건설했으며, 하천의 범람을 막을 수 있도록 0.8km 구간에 계류(실개천) 보전을 실시했다.

그러나 공사 과정에서 계곡수를 끌어오는 배관이 끊어지거나 관로가 막혀 식수 공급이 중단된 적이 많았다.

특히, 식수원이었던 곳도 사방댐 공사구역에 포함되다 보니 더욱 상류에서 물을 끌어올 수밖에 없었는데 최근 가을 가뭄으로 상류 물이 줄어들어 식수 공급 자체가 중단되기도 했다.

주민들은 지금까지 수개월 동안 문제를 제기했지만, 그때그때 조치하는 땜질식 처방이 전부였다고 말했다. 이곳에 거주하는 주민 ㄱ씨는 물이 안 나와서 말하면 상수 관을 고쳐주고, 그러다 또 터지고...... 비가 오면 흙탕물이 나오기도 하고. 공사 전에는 이런 적이 없었다.”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이 같은 고통이 앞으로 몇 개월은 더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는 것이다. 사방댐 공사 과정에서 사용한 시멘트에는 유독 물질이 포함되어 있는데, 안정화될 때까지 최소 3개월 이상 걸릴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산림조합도 이 같은 문제를 인식하고 있으면서도 피해 정도를 축소하기만 했다. 산림조합 관계자는 불편을 끼쳐드린 부분이 있다.”라면서 한 번씩 낙엽이나 물이 딸려 안 나온 정도이며, 문제가 생기면 바로 조치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 같은 태도에 대해 주민 ㄴ씨는 최근에 단수된 게 가물어서 그렇다는데, 지금까지 수십 년 동안 살면서 한 번도 가뭄 때문에 물이 안 나온 적은 없었다. 문제가 많다.”라며 물이 안 나오면 사는 게 사는 게 아니다. 대책이 없어 기다리고 있는데, 언제까지 이래야 하는지, 누가 보상을 해줄지 속상하다라고 말했다.

‘황산지구 상수원 수원지’임을 알리는 팻말이 구겨져 있다.
‘황산지구 상수원 수원지’임을 알리는 팻말이 구겨져 있다.

 

사방공사, 꼭 필요했나 살펴봐야

특히, 환경단체는 해당 구간 바로 아래에는 제법 규모가 큰 황산 저수지가 있는 곳으로, 굳이 손을 대지 않아도 문제가 없었을 것이라며 의문을 제기했다. 사방 공사의 목적이 산사태 방지인데 애초 큰 저수지가 있어 산사태 걱정이 없는 곳이라는 것이다.

거창 내 환경단체인 푸른산내들 이순정 사무국장은 정말 필요한 곳에 사방공사를 해야 하는데, 여기저기 공사만 해놓고 보는 식으로 진행된 곳이 제법 있다.”라고 설명했다.

이 사무국장은 올해 장마 당시 북상면의 한 지역에서는 사방사업을 한 계곡에서는 산사태가 발생하지 않았으나 바로 옆 계곡에서 토사가 흘러내려 피해가 생겼다.”라며 산사태가 발생할 곳을 예상하지 못하고 사업만 하고 있다는 증거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사방 공사로 인한 주민 불편에 대해 기다리라는 식이 아닌 산림조합 차원의 책임 있는 자세가 필요하다.”라며 앞으로 사방 공사 추진 과정에서도 적합성 여부를 면밀히 살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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