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학교 이야기 4]두발자전거 도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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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학교 이야기 4]두발자전거 도전기
  • 한들신문
  • 승인 2020.11.17 1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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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상초 교사 김대중

아이들의 희망에 따라 학교에서 자전거 4대와 안전 장구를 구입했다. 그 후 흥사단의 자전거 안전교육을 마치고 학년별로 자전거를 배우게 되었다.

 3학년은 자전거를 조금 타던 아이, 혼자서 1m씩 탈 수 있던 아이, 그리고 네발자전거를 타던 아이, 이렇게 4명이 있었다. 처음에 조금 타던 준수는 체육 시간마다 조금씩 혼자서 탔다. 이내 혼자서 잘 타게 되었다. 혼자 1m씩 탈 수 있던 선주는 준수처럼 스스로 배울 수 있겠다 싶어 혼자 타게 했다. 하지만 그게 어려웠는가 보다. 조금 타더니 그냥 네발자전거 타겠다고 했다. 조금 더 지나면 잘 탈 거 같았는데, 혼자 하는 게 부담이었나 싶어 잡아주기로 했다. 학교 자전거는 뒤에 짐받이가 없어서 보통 잡아 줄 때처럼 뒤 칸 짐받이를 잡고 도와줄 수가 없다. 그래서 핸들 가운데와 왼쪽 손잡이를 함께 잡고 중심을 잡아주면서 타게 했다. 아이들이 넘어지는 걸 걱정해서 걱정 없이 자전거를 탈 때까지 잡아주었다. 교장 선생님도 함께 지도해 주셨는데, 교장 선생님은 시선을 멀리 두라고 하셨다. 그렇게 해서 1m만 탈 수 있던 선주가 드디어 혼자 타게 되었다. 조금 탈 수 있어도 곁에서 잡아주는 게 필요했던 거였다.

그렇게 선주가 타게 되니 긍정적인 라이벌이던 지선이가 곧바로 두발자전거를 타겠다고 했다. 내가 잡아주고 브레이크 잡고 왼발로 서기, 중심 잡기, 시선 앞으로 보기같이 다양한 연습을 거쳤다. 처음엔 너무 어깨에 힘이 들어가서 어깨에 힘을 뺄 수 있도록 최대한 많이 타라고 했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자 상체에서 힘이 빠졌고, 중심을 잡는 데 감각이 생기자 스스로 탈 수 있게 되었다. 학급 안에 라이벌이 있을 때 아이에게 긍정적인 동기가 됨을 다시 느끼게 되었다.

명우는 그래도 무서운지 안 타려고 했다. 이제 자전거를 타게 된 준수, 선주, 지선이는 쉬는 시간이고 체육 시간이고 자전거를 타려고 했다. 명우는 체육 시간에 다른 걸 하고 싶어 했다. 하지만 어머니의 기대도 있고, 친구들은 타는데 못 타는 게 안타까웠다. 안전 장구를 차고 오라고 한 뒤, 같이 자전거 연습을 했다. 몸에 얼마나 힘을 주는지 핸들이 뻑뻑했다. 하지만 중심은 조금 더 잘 잡는 거 같아서 누구보다 중심을 잘 잡는구나!”하고 격려해 줬더니 그걸 자랑하였다. “내가 누구보다 더 중심을 잘 잡는대.”라고 큰 소리로 말하며 만나는 사람마다 자랑했다. 그러면서 용기를 얻었는지 명우는 집에 가서도 연습했고, 드디어 탈 수 있게 되었다. 격려가 얼마나 중요한가!

그렇게 모두가 자전거를 타게 되었다. 그즈음 전학 온 지영이는 그네만 탔다. 그러다 자전거 타기에 도전했다. 하지만 자전거를 탈 때 집중하지 않고 다른 데 신경을 써서 먼저 집중시키려고 노력했다. 그래도 내심 기대를 했다. 키가 커서 쉽게 잘할 거라고 생각했던 거다. 그렇게 좀 조급히 연습을 진행했더니 안 하려고 했다. 아차 싶어 지영이의 감정을 읽어주고 충분히 며칠의 시간을 주었다. 며칠을 쉬고 다시 본격적으로 하다 보니 중심은 의외로 잘 잡았다. 다만 브레이크 잡고 멈추는 걸 잘 못 했다. 그냥 다리가 길어서 브레이크 잡지 않고 두 발로 어어~”하면서 멈추었다. 그걸 고치려고 브레이크 잡고 서기를 중점적으로 연습했다. 그러다 바로 타버렸는데 너무 수월하게 타는 것처럼 보였다. 오빠들이 자전거 타는 게 부러웠던지 처음 탄 날, 서서 잠깐 타기도 했다. 하지만 브레이크를 잘 사용하지 못하니 조심시켰다. 아이들에게는 그 아이의 특성에 맞게 지도가 필요하였다.

두 번째로 전학 온 민철이는 다른 아이들이 모두 자전거를 타도 처음엔 네발자전거를 탔다. 민철이에게 두발자전거를 타보자고 했다. 어깨에 힘도 많이 안 주고 자연스레 핸들을 움직이면서 중심을 어느 정도 잡고 탔다. 스스로는 몰랐지만, 민철이 몸이 자연스럽게 중심을 잡고 있는 거다. 그래도 내가 손을 놓으면 바로 브레이크를 잡고 섰다.

민철아, 선생님이 손을 놓은 이유는 네가 탈 수 있기 때문에 놓은 거야. 사실은 조금 전부터 이미 핸들은 잡는 시늉만 했단다. 핸들만 잡는 시늉을 선생님이 벌써 몇 번이나 하고 네가 탈 수 있겠구나 싶어서 놓은 거란다. 그러니 너를 믿고 타 봐...” 그래도 실감이 나지 않는지 계속 잡아주길 바랐다. 그래서 몇 번 더 잡아줬지만, 힘을 빼고 도와주는 시늉만 했다. 민철이는 정말 스스로 탈 수 있는 상태였다. 자신감이 문제였다. “그럼 민철아, 선생님이 어깨를 잡아줄게하였다. 그렇게 잡아주고, 시늉만 하고, 어깨 잡아주고 그러다 보니 자신이 탈 수 있다는 걸 느끼기 시작했다. 조금 지나자 손을 놓아달라고 하면서 스스로 타기 시작했고 며칠 동안 꾸준히 타면서 실력을 쌓아나갔다.

아이들은 다 저마다 제 빛깔로 자전거를 배우고 탔다. 각자 나름대로 다 달랐지만 자전거 타기는 성취의 시간이었고 소중한 경험이었다. 또한 교사로서 아이들을 이해하는 시간이기도 했다.

(2020.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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