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평빌라 이야기 서른네 번째]기대한다면 기회를 주고 기다려라(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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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평빌라 이야기 서른네 번째]기대한다면 기회를 주고 기다려라(2)
  • 한들신문
  • 승인 2020.11.17 1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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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평빌라

언젠가 혼자 목욕할 날을 기대하고 기다리며 혼자 할 수 있는 것을 조금씩 늘리고 있다. 오늘은 휠체어 벨트 푸는 것을 시도했다. 인성이 휠체어에는 벨트가 세 개 있다. 가슴 벨트는 혼자 풀 수 있지만 배 벨트는 못 한다. 오늘은 시간을 충분히 주고 풀어 보라고 하니 몇 번 시도 끝에 성공했다. 요즘은 다리 벨트에서 다리 빼는 것도 잘한다. 잘했다고 칭찬했다.

2014811일 일지, 임우석

 

1편에서, 인성이 지원 요령을 쓴 때가 20131, 그때는 은성이 스스로 풀 수 있는 벨트가 없었습니다. 17개월 만에 가슴 벨트를 풀고 다리 벨트에서 발을 뺄 수 있게 되었습니다. 기대하며 기다린 결과입니다.

 

스위치 샤워기가 있다. 구부리면 물이 나오고 펴면 잠겼다. 처음 보는 것이라 혼자 할 수 있을까 싶었는데, 정말 쉽게 성공했다. 평소 손을 많이 사용하게 하는데 그 덕분인가 싶다. 머리 감고 헹구는 것, 비누칠하고 헹구는 것도 혼자 곧잘 했다. 인성이가 나서서 엉덩이도 내가 씻을게요.” 했다. 직원이 돕는 부분이 줄고 인성이가 하는 부분은 늘어난다. 인성이도 그게 좋은지 신나서 한다. 목욕 다 하고 로션도 스스로 발랐다. 손에 로션을 짜주면 얼굴, , , 배는 인성이가 바른다. 목욕 마치고 인성이가 한마디 했다. “오늘 목욕 내가 다 했네.”

2014106일 일지, 임우석

 

어제처럼 인성이가 혼자 하도록 기다렸다. 전에는 샤워기를 아무 데나 던져놓았다. 물을 틀고 잠그느라 직원이 샤워기를 쥐여 줬기 때문이다. 이제 스스로 샤워기 물을 틀고 잠글 수 있으니 본인이 샤워기를 관리해야 한다. 그래서인지 함부로 놓지 않고 다시 쥐기 편한 곳에 잘 두려고 애썼다. 이렇게 요령을 익히는가 보다. 오늘도 한마디 했다. “엉덩이 내가 씻을게요. 수건도 내가 씻을게요. 이제 선생님이 안 도와줘도 돼요.”

2014107일 일지, 임우석

가슴 벨트를 푼 지 두 달 만에 혼자 할 수 있는 게 또 늘었습니다. 샤워기 물을 틀고 잠그는 것을 혼자 하게 되었습니다. 인성이가 쉽게 사용할 수 있는 샤워기를 찾은 덕분이죠. 인성이가 아주 잘 사용했고요. 그랬더니 신나서 더 많은 곳을 스스로 씻으려 하고 더 잘 씻으려 했습니다. 더해서 목욕 마치고 청소까지 한다고 나섰습니다. 급기야 오늘 목욕 내가 다 했네. 이제 선생님은 안 도와줘도 돼요.” 합니다. 자기 삶의 주인으로 사는 모습, 이런 거죠. 사회사업 제대로 잘한 증거, 이것이죠.

 

만약 당신의 아이가 언젠가는 컵으로 물을 마시는 기술을 습득할 것이라고 기대한다면, 당신은 아이가 성공하기 전에 가능하면 보다 많은 기회를 줄 것이다. 반면에 당신이 그렇게 기대하지 않는다면, 당신은 그가 보내는 첫 번째 어려움의 신호에 도움을 준다거나 그가 필요한 것보다 더 많은 도움을 주게 될 것이다. 그로 인해 그가 그 기술을 습득하지 못하게 될 것이 틀림없다.”

뇌성마비 아동의 이해, 일레인 게라리스 지음, 시그마프레스

기대한다면 더 많은 기회를 주라 합니다. 어떤 기회요? 컵의 물을 쏟고, 컵을 떨어뜨리고, 심지어 컵을 놓쳐 산산이 부서지고 바닥은 엉망이 되는 그런 기회를 주라는 겁니다.

떨리는 손을 뻗어 있는 힘 다해 혼자 하려는 찰나에 잠깐! 잠깐! 잠깐! 내가 도와줄게. 도와달라 하지 그랬어.” 하며, 먹여 주고 입혀 주고 씻겨 준다면 나중이 어떨까요? 기대한다면 기회를 주고 기다려야 하겠습니다.

월평빌라 동료들에게 가장 어려운 게 무엇인지 물었더니, 기다리는 것이랍니다. 그리고 기다리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합니다. 기대한다면 기회를 주고 기다려라, 사랑한다면 기회를 주고 기다려라. 할 수 있는 거기까지 할 수 있게 함이 사람다움을 지키고 살리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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