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도서연구회 거창지회와 함께하는 어린이 책 여행 (71)「만희네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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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도서연구회 거창지회와 함께하는 어린이 책 여행 (71)「만희네 집」
  • 한들신문
  • 승인 2020.11.17 1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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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도서연구회 김은옥
권윤덕 글/그림 / 길벗어린이 / 1995.11
권윤덕 글/그림 / 길벗어린이 / 1995.11

우리 집에 놀러 오세요

그림책을 보는 소소한 즐거움 중의 하나는 나의 유년시절이 떠오르는 거예요. 어떤 책은 보는 순간 마치 타임머신을 탄 것처럼 어린 시절로 데려가죠. 그 속에서 천천히 거닐다가 나오면 마음이 따뜻해져 옵니다. 오늘 소개할 책은 바로 그런 책이에요. 만희네 집으로 놀러 가 볼까요?

 

책을 펼치면 앞표지와 뒤표지가 이어져있어요. 만희네 집 앞모습과 뒷모습이 보이네요. 2층 양옥집이에요. 대문 앞에는 키 큰 나무와 꽃나무가 보이고요. 나팔꽃이 우리를 반기네요. 반쯤 열린 대문으로 슬리퍼를 물고 있는 귀여운 강아지 한 마리가 있어요. 집 뒤편에서는 빨랫줄과 장독대가 보이고요. 담장 밖에 심어진 작은 꽃들이 올망졸망 있네요. 집 뒤편까지 가꾸어 둔 것이 눈에 들어와요.

그 다음 면지를 여니 보라색 나팔꽃이 한가득 피어 있어요. 다음 장, 만희네는 할머니 댁으로 이사를 가는군요. 오른쪽 페이지에 이삿짐을 챙기는 모습이 나와 있어요. 사진 컷처럼 여백을 많이 두고 배치했고요. 본격적인 이야기가 들어가기 전의 프롤로그 같은 부분이에요. 그다음 페이지에는 설렘을 안고 이사 가는 부분을 그림지도로 표현했어요.

 

만희네 집은

동네에서 나무와 꽃이 가장 많은 집입니다.

만희가 유치원에서 돌아오면

개들은 발자국 소리만 듣고도 만희를 알아봅니다.

 

두 페이지에 걸쳐 집 앞 정경을 묘사한 부분이에요. 문틈 사이로 얼굴을 내 보이는 개 세 마리와 유치원 가방을 멘 만희가 고개를 숙여 눈인사를 나누고 있어요. 집은 집주인을 닮겠죠? 마음도 넉넉할 거 같은 이 집에 빨리 들어가고 싶네요. 안방에는 할아버지 할머니가 계세요. 옛날부터 쓰던 물건이 많아요. 자개농도 보이고 재봉틀도 있고요. 가위는 증조할머니 때부터 쓰던 거예요. 맛있는 냄새와 이야기 소리가 있는 부엌으로 가 볼까요? 엄마는 앞치마를 입고 설거지를 하고 있고 만희는 간식을 먹는 중이어요. 도란도란 식구들의 이야기 소리가 들리는듯해요. 개들도 가장 들어오고 싶어 하는 공간이어요. 그다음, 어둡고 서늘한 광으로 가볼까요? 이곳은 과일이나 쌀, 담근 술, 물건들을 보관하는 곳이에요. 광 위의 장독대에 올라가면 된장 항아리, 고추장 항아리 등 여러 항아리가 있어요. 항아리를 보니 나의 어릴 적 생각이 많이 나네요. 그때 같이 놀던 동무들은 어디로 갔을까요?

 

만희네 집 뒤꼍에는 가마솥이 있어요. 요즘은 보기 힘든 가마솥이네요. 가마솥에 누룽지 박박 긁어서 먹고 싶어요. 옆에 수도꼭지도 있고요. 김치 담글 채비를 하는 모양이에요. 대야에 배추가 들어있고 채반에는 고추, 당근, 가지 등의 채소가 있어요. 빨래판과 방망이가 놓여있는 것이 참 정감 있어 보여요.

 

앞뜰 화단에는 접시꽃, 도라지, 해바라기, 나리, 분꽃, 홍초, 옥잠화가 모여 삽니다.

봄에는 하얀 목련과 붉은 모란과 라일락도 핍니다.

 

화단 가득 핀 꽃들을 보니 슬며시 미소가 지어지는군요. 저게 저절로 저리 예쁘게 피진 않았겠죠? 물을 주고 거름도 주고 오며 가며 정성을 들였겠죠? 예전에는 몰랐는데, 이제는 보이지 않게 애썼을 것들에 감사하는 마음이 조금씩 생겨요. 나도 그렇게 보이지 않게 뒤에서 든든히 받쳐주는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요. 그림책은 질문을 던지고 답을 찾게 하는 매력이 있어요. 글도 많지 않고 그림이 주는 편안함이라고 할까요?

이제 화단 맞은편 현관으로 가서 집 안으로 다시 들어가 봐요. 마루 오른쪽을 보면 만희 방이 있어요. 만희가 친구들과 장난감을 가지고 놀고 있군요. 없어진 장난감은 틀림없이 어딘가에 있어요. 그곳이 어디일까요? 궁금하시면 책을 보세요.

욕실에서는 물놀이를 하네요. 아빠가 비누 거품으로 공룡 발톱을 만들어요. 자상한 아빠라는 걸 단번에 알겠지요? 옥상엔 할아버지께서 가꾸시는 작은 채소밭이 있어요. 한쪽엔 빨랫줄이 있고요. 햇볕이 좋은 날엔 엄마가 이불을 널어요. 만희는 부드러운 이불속으로 물고기처럼 헤엄쳐 다녀요. 아빠 방에서는 책 냄새가 나네요. 이제 만희는 꿈나라로 갑니다. 햇빛 냄새 가득한 이불을 덮고요.

 

우리 집에 놀러 오세요.”라는 소리가 들리는 거 같아요. 만희를 따라 집 안 구석구석을 돌아보니 행복감이 전해옵니다. 우리나라 그림책 1세대 작가라고 말할 수 있는 권윤덕 작가의 첫 번째 그림책이에요. 아들 만희를 위해서 그렸다고 해요. 동양화풍으로 세밀하게 그린 그림은 정성이 참 많이 들어간 거 같아요. 1995년도에 초판이 나와 지금까지도 꾸준히 사랑받고 있는 작품이어요. 이 책에서 그림이 먹빛으로 칠해진 곳은 다음 쪽으로 연결되는 곳이에요. 이 공간들이 모두 이어져 집 전체를 머릿속에 그려 볼 수 있어요. 집의 구조를 평면으로 펼쳐놓은 듯이 그린 점이 이 책의 재미있는 점이고요.

아이들은 강아지 세 마리가 어디에 있는지 뭘 하고 있는지 유심히 봐요. 꽃에 관심 있는 어른들은 꽃 그림을 보고 무슨 꽃인지 단번에 알아맞히지요. 아이들도 어른도 모두 미소 짓게 하는군요. 이 책은 두고두고 보고 싶은 그림책이에요. 마음에 먹구름이 낀 날 슬쩍 꺼내 보길 추천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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