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진주시에서는 이·통장단 제주도 연수 이후 30여 명이 무더기로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19 확진 판정을 받았고, 인근 합천군에서 27일 기준 세 명의 확진자가 발생하는 거창 인근 시·군의 코로나 확산 상황이 심상치 않다.
당장 거창 주민들과 방역당국도 ‘거창에서 다시 코로나 확진자가 나오지 않을지’ 코로나의 3차 대유행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런 가운데, 거창군이 경상남도에 보고한 ‘읍면동별 직능단체, 공무원 대상 해외․관외 연수 실시 현황’에 따르면, 지금까지 걱정할만한 상황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거창 내 한 농협 임원들이 제주도 여행에서 오늘(27일) 돌아오는 데다가 개별 여행은 파악하지 못해 방역당국도 긴장을 늦추지 않고 있다.
그런데다, 거창군이 경상남도로부터 ‘여행 자제’ 공문을 받고도 이장들의 제주도 연수를 허가했다가 연수 직전 취소하는 등 코로나 19 대응의 허술함이 드러나기도 했다.
거창 내 농협 임원들, 제주도 여행 중
거창 내 한 농협은 지난 24일부터 임원협의회 이사 11명이 제주도 여행 중이라고 밝혔다. 임원협의회의 여행은 연수의 성격이 아니다.
특히, 농협은 진주시 이·통장들의 집단 감염으로 경상남도에서도 사회적 거리두기 1.5단계를 발표한 지난 26일에도 ‘임원협의회의 개별 여행’이라는 이유로 여행 취소를 적극적으로 요구하지 못했다.
해당 농협 관계자는 “출발을 안 한 상태면 모르겠는데, 그전에 출발해 이미 제주도에 있는 상태라 오라고 할 수 없을뿐더러 임원들끼리 매달 돈을 모아 간 거라 이래라저래라 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다만, 현재의 상황을 전달해 ‘조심하는 게 낫겠다, 사람 많은 데는 최대한 가지 말라’라고 했지만, 숙식이 예약되어 있는 상태라(안될 수도 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한테 속해있는 임원이라 걱정스러운 부분도 있다”라면서 “오는 즉시 검사를 받을 수 있도록 유도하고 있다. 제주도에서 일정 마치고 오면 늦게라도 검사받도록 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거창 주민들이 여행을 자제하며 지키고 있는 코로나 19의 방역에 일부 ‘공공성’을 띄고 있는 농협이 코로나 19 확산 방지에 최선을 다하지 않고 있어 논란이 생길 것으로 보인다.
경남도의 ‘단체여행 자제’ 공문에도 관외 연수
또, 경상남도가 지난 10월 26일, 거창군을 포함한 경남도 내 모든 지방자치단체에 ‘코로나 19 확산 방지를 위한 이·통장 등 단체여행 자제 협조 요청’ 공문을 보냈는데, 그 이후에만 14건의 연수가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다만, 지금까지 특이사항은 없는 상태라 코로나 19 유행으로는 번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경남도는 공문을 통해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서는 가을철 야외활동 증가에 따른 감염 확산 방지를 위해 단체여행 자제를 권고하고 있다’라며 ‘이·통장 및 마을공동체 모임 등을 통한 단체여행을 자제해 주시기 바란다’라고 협조 요청했다.
그러나 거창에서는 10월 26일 이후 남상면 자유 총연맹의 안보유적 견학(거제시), 전몰군경 유족회 거창군지회 유자녀 위령제 행사(강원도 철원) 등 총 14건의 관외 연수가 진행된 것으로 집계됐다. 그중 20인 이상 여행을 다녀온 곳도 9곳에 달했으며 거창문화원은 ‘역사문화유적지 답사’에 100명씩 두 차례, 총 200명을 보내기도 했다.
경남도 공문은 ‘공람’ 처리..거창 이장들도 제주도 갈 뻔
특히, 거창군이 위의 공문을 접수했으면서도 이 내용을 강조하지 않아 거창 이장들도 제주도 길에 오를 뻔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거창군이 코로나 19 대응에 안일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군은 경남도의 공문을 접수한 뒤 담당자들이 볼 수 있도록 ‘공람’ 처리만 했고 각 기관·단체에 직접 전달하지는 않았다. 거창군 관계자는 “특별히 지적해 공문이 내려온 게 아니라 공람 처리만 했다”라고 설명했다.
거창군의 안일한 대처로, 거창 내 일부 이장들도 진주시 이장들의 코로나 19 집단감염사태가 터진 날 제주도 연수를 떠날 예정이었다. 다행히 경상남도가 이장들의 연수 일정을 파악하고 나서며 부랴부랴 거창 내 이장 연수도 여행 당일 취소됐지만, 이러한 안일한 대응이 도마에 오르고 있다.
거창 내 시민단체의 한 관계자는 “거창 주민들은 여행을 자제하며 확산 방지를 위해 노력하는데, 행정 기관이나 농협 같은 단체에서 이러한 모습을 보여 유감”이라며 “지난번 거창 내 코로나 유행으로 자영업자들이 힘든 시기를 보낸 것을 고려해 조금 더 적극적으로 코로나 예방에 나서야 한다”라고 당부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