컵 쓰레기 없는 맥주 파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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컵 쓰레기 없는 맥주 파티
  • 한들신문
  • 승인 2020.12.01 1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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뿌에블로 젤라또 전효민

 

쿠바의 오후 햇빛은 물만으로는 채워지지 않은 갈증을 부릅니다. 아 시원한 맥주 먹고 싶다~하는데 히히덕거리며 걸어오는 쿠바노(쿠바 사람들) 손에 한가득 들려 있는 것이 맥주무턱대고 어디 파는지 물으니 내게 마시라고 컵을 내밉니다.

 

가르쳐 준 길을 따라가니 골목길 양쪽에 간이식당, 피자 샌드위치 통닭 노점들이 우리네 축제장을 보는 거 같습니다. 곳곳에 큰 맥주통이 들어있는 노점 트레일러 앞은 벌써 북적북적합니다. 내가 서 있는 곳의 풍경, 자꾸 한 모금 권하는 사람들이 재밌고 신기해서 웃다가 우리도 맛보자며 쿠바노 틈에 꼈습니다.

 

내밀어야 하는 건 컵 또는 병. 파는 사람이 아니고 마실 사람이 크고 작은 컵, 병을 내밀면 거기에다 담아줍니다. 마침 우리 손에 물병이 있어 내밀었더니 진짜 한가득 맥주를 채워줍니다.

 

그렇게 맥주 한 병을 다 마시고 나니 드는 생각, 컵 안 가져온 사람은 어떻게 맥주 마시지주위를 둘러보니 머리보다 높이 쌓여있는 손잡이 달린 컵, 1리터는 족히 들어갈 큰 플라스틱 맥주컵들이 주인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이제껏 경험해 온 노천에서 생맥주를 사 마시는 풍경과는 사뭇 다릅니다. 북새통을 이루는 건 같으나 그 주변엔 마시고 버려놓은 한 무더기의 일회용 컵 쓰레기가 없습니다. 비치된 컵(씻어 쓰는) 또는 각자 컵을 들고 와 맥주를 마시고 이따금씩 통을 가져와 집에 포장해 가는 풍경이 그저 놀라워 눈이 휘둥글해졌습니다. 컵 쓰레기가 없는 맥주파티 풍경에 인상 깊어 한참 구경했습니다.

 

다음 날 한낮길에서 사람들이 저마다 크고 작은 통을 들고 지나갑니다. 통마다 맥주가 가득 들었습니다. 꿀꺽. 2015.07.22 산티아고 데 쿠바

 

일회용 쓰레기가 난무하는 세상 속에 살다가 비닐봉지와 테이크 아웃 컵 없는 쿠바는 일상 자체가 흥미롭게 다가왔습니다.

거리 곳곳에 있는 작은 음료 가게 앞에 서서 유리잔으로 음료 한 잔을 마시고 자리를 뜨는 사람들 곁에서, 손수건에 계란 과자를 받아 돌아서면서 쿠바에 갈 때 비닐봉지 챙겨 가면 요긴하다더니 비닐과 플라스틱 없는 삶 이게 가능하구나 감탄했습니다.

될 거라고 생각해 본 적 없었는데, 혹 무척 불편할 줄 알았는데 그들의 삶을 따라 하니 할 만했습니다.

기후 위기의 시대, 쿠바의 일회용 쓰레기 없는 노천 맥주 파티 풍경이 가끔 생각납니다.

2020.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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