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도서연구회 거창지회와 함께하는 어린이 책 여행 (72)「수영장 가는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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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도서연구회 거창지회와 함께하는 어린이 책 여행 (72)「수영장 가는 날」
  • 한들신문
  • 승인 2020.12.01 1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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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도서연구회 이정윤

난 할 수 있어!!!

수영장하면 뭐가 떠오르나요?

내가 어릴 적에는 수영장이 제대로 없었어요. 기껏해야 여름철 실내 풀장이나 계곡에서 몇 번 하는 수영이 다였으니까요. 그래서 그런지 수영장하면 두근두근 설레는 마음이 커요. 오늘 소개할 책은 이런 우리 생활 속 이야기예요. 책을 펼쳐 볼까요? 빤득빤득 빛나는 표지가 꼭 수영장 타일 같이 느껴지는데요. 파란 글씨로 크게 제목이 쓰여 있지요. 그 옆에 볼이 빨갛고 분홍색 딸기 수영복을 입은 여자아이가 한쪽 팔을 들어 다른 쪽 팔을 잡고 엉거주춤 서 있군요. 뒤표지에서는 다른 아이들은 즐겁게 수영을 하고 있어요. 이 여자아이에게 무슨 일이 있는 걸까요?

 

면지도 파란빛의 물감을 번지게 표현하여 수영장이 떠오르게 하네요. 그다음 장 다시 제목이 쓰여 있고 왼쪽에는 아이의 뒷모습이 보여요. 마치 큰 바닷가에 홀로 서 있는 듯한 모습이에요. 걱정과 두려움에 쌓여있는 듯이 보여요. 아이의 마음이 그대로 전해져 오는군요.

매주 토요일은 수영장 가는 날이에요. 글은 아이가 이야기를 들려주는 형식으로 되어 있어요.

 

토요일 아침이었어.

나는 일어나자마자 배가 너무 아팠어.

 

왼쪽에는 그림, 오른쪽에는 글을 배치했어요. 글은 단 두 줄 뿐인데 다 여백으로 둔 것이 이 상황을 더 잘 이해하도록 하는 듯해요.

엄마가 다가옵니다. 엄마는 노랑머리에 빨간색 바지를 입고 있네요. 다정하게 배를 쓸어주며 수영장에 가면 괜찮아질 거라고 다독입니다. 이 책에 등장한 엄마는 긴 설교는 하지 않아요. 수영장 탈의실 안에도 들어가지 않죠. 그냥 묵묵히 기다려주어요. 아이 스스로의 힘을 믿어줍니다.

이 장면에서 잠깐 멈추고 나는 어떻게 하고 있나생각해봐요. 한 발짝 물러서서 응원하지 못하고 내가 직접 뛰어들려고 하지는 않았는지 말이에요. 엄마의 마음, 사랑이라는 허울로 말이죠.

 

수영장에 도착해서 아이는 천천히, 아주 천천히 옷을 갈아입고 화장실에는 세 번이나 갔고, 맨 마지막으로 나가요. 수영장은 시끄럽고 바닥은 차갑고 수영모자는 꽉 끼었고, 배는 계속 아프기만 하네요. 아이는 첫째 날 물속에 들어가지 못해요.

들어가고 싶었는데 못 들어간 마음을 샤워기 아래 선 그림으로 잘 표현하고 있어요. 샤워기를 그림 맨 위에 배치하고 아이는 밑에서 떨어지는 물줄기를 맞고 있는데 낙담한 마음이 그대로 전해오네요. 그다음 토요일에도 배가 너무너무 아파요. 그래도 수영장에 가네요. 선생님이 도움의 손길을 내밀어요. 선생님 도움으로 팔을 젖고 발차기를 하고 수영장 끝까지 건너요. 집에서 목욕할 때 발차기 연습도 하는군요. 그다음 토요일은 어땠을까요?

배가 아프지 않아요. 새 수영복 모자도 챙겨서 수영장에 가요. 선생님 도움 없이 이제 물속으로 들어가는군요.

 

이제 물에 뜬 불가사리가 되어 볼 거예요.”

우아......’

물속은 아주 조용했고

눈에는 모든 게 새롭게 보였어.

 

아이가 물에 혼자 뜬 장면을 두 쪽에 걸쳐 표현하고 있어요. 크게 뜬 눈과 벌어진 입술이 새로운 세상이 열리는 듯한 표정이에요. 이 책의 핵심 장면이지요. 이 느낌을 전해주려고 가장 고심했을 거 같은 부분이죠.

 

이런 경험 있으신가요? 이를테면 자전거를 처음 타던 날 말이에요. 뒤에서 밀어주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나 혼자 자전거를 타고 있었던 때의 그 기분이요. 이제 아이에게 이런 순간이 많겠죠? 늘 처음은 겁나고 서툴고 힘들지만 해 보면 할 수 있다는 걸요.

 

일상적인 소재로 아이의 생활을 포착하여 그림책으로 담아내었어요. 색채가 밝고 따뜻해서 정감이 가는 그림책이죠. 수영장 모습을 두 면 가득 펼쳐서 배치해 시원한 느낌이 들어요. 자칫 지루해질 수 있는 단순한 내용을 수영장이 갖고 있는 매력을 잘 살려서 독자에게 아이의 시선을 따라 느낄 수 있도록 그린 점이 좋아요. 아이와 같이 수영장에 간 기분이 드니까 말이죠. 그리고 또 하나 작가가 미국에서 산다고 해요. 그래서 그런지 그림에서 여러 인종을 표현하고 있어요. 피부가 하얀 사람, 노란 사람, 까만 사람 등 여러 사람이 함께 어울려 사는 것을 자연스럽게 표현한 것도 이 책을 여러 번 보게 하는 재미가 있어요. 이 책을 쓴 작가 염혜원은 볼로냐 라가치 픽션 부문 우수상, 에즈라 잭 키츠 상, 미국 아시아 태평양 도서관 사서 협회 선정 문학상을 받았어요. 지금 활발하게 그림책 작업을 하는 작가이니 눈여겨 볼만하네요. 이 책이 마음에 든다면, 염혜원 작가의 다른 책도 찾아보세요.

오늘은 수영장에 가서 불가사리가 되어보고 싶어요. 같이 가실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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