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촌한 나에게 농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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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촌한 나에게 농사란
  • 한들신문
  • 승인 2020.12.01 1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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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에 출근하지 않은 지가 10년이 가까워진다.

35년을 쉼 없이 다닌 직장에 출근을 하지 않으니 처음에는 익숙하지 않아 어색하기도 하였다. 그러다 일이 년을 넘기니 이젠 집에서 보내는 게 익숙하다.

텃밭농사라도 하지 않았다면 어떻게 보냈을까 싶다. 일이란 일 없음이 일이라도 했는데. 하지 않아도 되는 일들을 매일 하는 것도 같다. 그래서 일 없음이 일이란 말이 생겼나 한다.

 

일어나는 시간도 자는 시간도 그리고 아침 먹는 시간도 전과 달라졌다. 전에는 매일 정한 시간에 맞추어야만 살 수 있는 하루였다. 모든 직장인이 매일 하는 일처럼 말이다.

이제는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인 일들이다. 자칫 나태해지기 마련이다. 그러나 지금은 시간이 시계를 보고 일어나고 하루 일과를 시간에 맞추어 일을 하지 않고 해 시간에 맞추어 하루 일과를 보낸다.

 

봄 여름 가을 겨울 해가 뜨고 지는 시간이 다르고 기온이 다르고 농사는 심고 거두는 시기가 다르다. 철마다 다르듯 심는 작물의 종류도 일 하는 방법도 다르다.

직장에서는 매일 하는 일이 정해져 있어 반복하면 되는 일이 태반이었지만 시골 살이 농사는 그것도 초보 농사꾼의 일은 순서도 없고 시기도 서툴다. 안 짓고도 살 수 있는 농사이니 망해도 결코 잘못될 일이 아닌데도 작물을 키우는 일이란 손길이 얼마나 가느냐에 따라 성장이 다르고 결실이 달라진다. 말할 수 없는 애착이 가니 마치 자식 키우는 부모 심정이 된다.

 

집에서 먹는 부식 작물을 짓고 있는데 금년에는 처음으로 생강을 재배해 보았다. 귀동냥도 하고 인터넷 정보를 구해 씨 생강을 구입해서 서너 평정도 심었는데 첫해 농사 치고는 수확이 괜찮았다. 모두들 생강 재배가 어렵다고 하는데 웬걸 하늘이 도왔는지 혼자 다 먹기 어려울 만큼 수확이 되었다. 그렇다고 내년에 또 재배를 할 의욕은 없다. 왜냐면 작물이란 게 심으면 수확은 되지만 심는 그날부터 거두는 날까지 일이다. 해서 같은 작물만 매년 짓지를 않는다. 가령 고추는 이 년이나 삼 년에 한 번을 심어 이삼 년을 먹는다. 고춧가루를 빻아서 보관하면 먹을 수가 있다. 간장 된장도 이, 삼 년에 한 번만 담근다. 해서 콩도 이, 삼 년에 한 번씩 심는다. 그렇다고 배추는 그렇지 않다. 김장은 매년 하나 배추의 수는 다르다 좀 많이 담그는 해도 있고 적을 때도 있다. 김장김치도 이년 삼 년 치가 밀려 먹게 되는 셈이다. 고추장 된장 간장 젓갈도 마찬가지다. 내 나름대로 매년 하지 않아도 떨어지지 않고 먹는 방법을 알아낸 셈이다. 시골살이 이십 년에 부식으로 사용되는 시골 가정의 채소들은 거의 키워 본 셈이다. 되 집어 보면 한두 가지 아직 못 심어본 작물이 있긴 하다. 대개 소요가 별 없는 작물이지 싶다. 가령 그 흔한 당근 같은 작물이다. 어쩌다 심을 기회가 올 것이다. 필요가 생산을 유발케 하리다.

 

내가 부식 농작물을 심게 된 가장 큰 이유는 유기농에 대한 집착 때문이다. 비료와 농약을 사용하지 않은, 내 손으로 기른 채소를 먹을 욕심이 이유였다. 처음에는 그런대로 재배가 된 것 같으나 어느 해부터는 농약을 사용하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고추도 몇 년이 지나서는 탄저를 극복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나름대로 대안을 낸 것이 두세 번 정도만 농약을 치자 하였다. 그리고 배추벌레도 처음에는 일일이 손으로 잡았다. 그러다가 또 한두 번만 치자 하게 되었다. 그렇게 점점 관행 농사로 빠지고 말았다. 그러나 적은 양을 심고 땅을 돌려 윤작을 하고 비료 사용을 하지 않으니 땅 심이 나쁜 편은 아닌가 한다. 그리고 논을 밭으로 바꾸어 사용하지만 산중 계단 논이라서 밭으로 바꾼 후에 물 빠짐도 좋아 작물이 잘 되는 편이다.

 

작물을 심고 점점 자라는 것을 아침마다 바라보고 또 무얼 도와주어야 작물이 잘 될까를 생각하는 시간과 일을 해야 하는 의무감들이 나를 행복하게 해 준다는 것을 믿는다. 그리고 자라는 작물을, 그 변화하는 모습을 보는 것도 커다란 행복이다.

농사를 짓는다고 말하긴 자신이 없지만 내가 가장 열심히 그리고 많은 시간을 보내는 일이 농사이기에 나는 나를 자급자족하는 농부라고 말한다. 직업란에는 언제나 자급 농부라고 한다. 우리 조상들은 모두 자급 농부였다. 농사는 자기 가족이 먹고살려고 지었었다.

이제 어쩔 수도 없다. 남은 인생은 시골로 귀촌하였으니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농사짓는 일뿐, 또 재미있고 즐거운 농사일이기에 열심히는 아니지만 쉼 없이 할 것이다. 농사는 천하지 대본이란 말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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