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학교 이야기 6]새 친구 맞을 준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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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학교 이야기 6]새 친구 맞을 준비
  • 한들신문
  • 승인 2020.12.14 1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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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상초 교사 최은정

 

선생님, 화요일날 어떻게 할까요?”

금요일 아침, 교실에 들어서자마자 다윤이가 내게 묻는다. 다음 주 화요일에 새 친구 두 명이 전학 온다고 엊그제 귓속말로 아이들에게 슬며시 얘기해 둔 터였다. 소곤대는 내 얘기를 듣고는, 고개를 끄덕이고 눈을 빛내면서 저희들도 목소리를 낮춰 소곤소곤 하고 대답했었다.

어차피 다 알게 될 거고 정해진 사실인데, 나는 왜 마치 비밀인양 귓속말로 아이들에게 소식을 전했을까? 아이들에게 스며들듯 그 소식이 전해져서 새 친구를 반기는 마음이 스르르 생겼으면 하는 바람이 그렇게 얘기하게 한 거라는 걸 나중에야 깨닫는다.

그렇게 살살 뿌려놓은 말의 씨앗에서 오늘 싹이 텄다. 새 친구를 어떻게 맞을지, 어떻게 준비할지 저희들이 먼저 묻고 움직이기 시작한 거다!

좋아! 그렇다면 지금부터 우리, 친구들 만날 준비를 해 볼까요? 무엇부터 하면 좋을까? 같이 생각해 봐요.”

책상이 두 개 더 필요해요.”

다윤이가 묻자마자 냉큼 대답한다. 그래, 자리를 만들어주는 게 첫 번째지.

그렇네, 일단 선생님 책상을 하나 주고, 5학년 교실에 남는 책상이 있다고 하시더라. 그거 가져오면 되겠지요? 또 뭘 준비하면 될까? 그리고 알려줘야 할 것들도 있을 건데 뭐가 있을까요?”

이렇게 묻는 내 말에 다윤이가 대답한다.

짝꿍을 정하면 어떨까요? 여자 두 명이니까 우리들이 한 명 한 명 짝꿍 해서 우리 반 약속들을 가르쳐주면 되잖아요.”

, 좋은 생각인데그런데 상호는 어떻게 하지?”

상호는 선생님 짝꿍 하면 되잖아요.”

미희가 고민을 해결해준다.

, 그럼 되겠네. 상호는 선생님 짝꿍 하면 되겠네. 어때, 상호야?”

상호가 싱긋 웃는다.

그럼 자리는 어떻게 할까?”

이건 어떨까요? 상호는 가운데 앉아요. 남자아이 혼자니까 가운데 앉는 거죠.”

이렇게 말하는 다윤이를 미희가 거든다.

그럼 되겠다. 상호가 수학을 잘하니까 가운데 앉아서 수학을 가르쳐줄 수도 있어요. 상호야, 너 그러면 되겠다. 진짜 그러면 되겠다.”

, 그거 좋겠다. 상호는 어쩌면 그 두 친구들이랑 가장 가까이 있으니까 모두 짝꿍처럼 챙길 수 있겠네. 너무 좋은 생각인데요.”

나는 기뻐서 목소리가 커졌다. 상호가 쑥스러움 담긴 함박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인다. 상호 혼자 남자아이라 마음에 걸렸는데, 아이들이 그 걸림을 부드럽게 넘어가게 해 준다.

으흠. 그렇다면 새로 오는 두 친구는 앞에 앉고 다윤이랑 미희는 뒤에 앉을까? 그리고 앞뒤로 짝꿍 하는 거야. 어때?”

내 말에 고개를 갸우뚱하던 미희가 말했다.

그 아이들이 잘 모르니까, 저희가 앞에 앉으면 어떨까요? 우리들을 보고 따라 할 수 있잖아요.”

, 우리 아이들 진짜 똑똑하다.

우유 도우미도 번호 순서대로 월화수목금정하면 되겠다고 다섯 명이 숫자가 딱 맞다고 야단이다. 아이들의 호들갑에 나도 한술 더 떴다.

한자로 월요일은 달이니까 달의 요정, 화요일은 불의 요정이렇게 부르면 어떨까?”

아이들은 신이 나서 자기가 무슨 요정인지 와글와글 물어본다.

빨리 자리를 만들자고 5학년 교실에서 책상을 옮겨오잔다. 모두 우르르 2층으로 올라가 책상과 의자를 둘셋씩 나누어 들고 낑낑대며 계단을 내려왔다. 자리를 만들고는 우리가 준비할 것과 가르쳐줘야 할 것들을 잊어버리지 않게 써놓기로 했다. 서로 쓰고 싶다 해서 번갈아가며 한 줄씩 연필로 꾹꾹 눌러 적었다.

그렇게 우리는 새 친구 맞을 준비를 했다. (2020.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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