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민]세상은 계속 돌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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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민]세상은 계속 돌아간다
  • 한들신문
  • 승인 2020.12.14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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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농인 백상하
귀농인 백상하

코로나 19가 그렇게 기승을 부려도 올해도 어김없이 수능이 치러졌다. 학교 수업도 제대로 받지 못한 수험생들이기에 개인적인 능력보다는 부모의 경제력에 비례해서 좋은 성적을 거둘 것이라고, 그리 많은 것을 생각하지 않더라도 충분히 예상할 수 있다. 지방보다는 도시에서 더 그러할 것이고, 이곳 거창도 교육 도시라고는 하나 웬만한 도시보다 수험생들이 좋은 성적을 거두기는 힘들 것이다. 요즘 아이들은 참 힘든 세상에 살고 있는 것 같다. 더 치열해진 경쟁에다 다양한 직업까지 선택해야 할 것들이 너무나 많고, 더구나 좋은 직장이 많은 수도권은 거주 비용이 많이 들어 쉽게 발을 들이기 힘들다. 아이들에게 많은 선택지가 있는 것 같지만 실제로 선택할 수 있는 것들은 몇 개 없는 형편이다.

내가 거창으로 귀농한 것은 약 10년 전이었고 그 당시 내 딸들은 중학생, 고등학생이었다. 작은딸은 중학교 같은 학년의 학생이 남자 6, 여자 6명이라 매일매일 논다고 정신이 없었다. 여름 방학이 되면 텐트를 들고 계곡으로 돌아다녔고 너무 즐거워해 공부하라는 얘기는 꺼내지 못했고 할 생각도 없었다. 지금도 작은딸과 그 시절을 돌아보면서 그때가 제일 행복했노라고 얘기하곤 한다. 반면 큰딸은 고등학생으로 전학을 와서 그런지 처음에는 애들과 잘 어울리지도 못했고 공부와는 담을 쌓고 지냈다. 그냥 책가방만 들고 학교를 왔다 갔다 하는 것으로 보였는데(물론 그건 전적으로 나의 오해였다) 나와 아내는 그런 부분에 대해 간섭하지 않았다. 때가 되면 제 갈 길을 갈 거라는 믿음이 있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큰 딸은 고등학교 3학년이 되자 자기 미래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기 시작했고 또한 행동으로 옮겼다. 한 해 동안 정말 피나는 노력을 했고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대학 진학을 해서 지금은 졸업 후 직장에 취직하여 한 사람의 사회 구성원으로서 이 세상에 이바지하고 있다. 작은딸은 대학 교육이 필요하지 않다고 선언하고 스스로 들어간 대학교를 자퇴한 후 자신이 하고 싶어 하는 분야에서 고군분투하고 있다.

부모가 아무리 간섭하고 잔소리를 해도 애들은 쉽사리 자신의 생각을 바꾸지 않는다. 또한 세상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빠르게 변화하고 있고 그 변화를 따라가기 힘들다. 이런 상황에서 애들의 미래에 대해 충고한답시고 은근슬쩍 부모의 욕심을 끼워 넣는 행동은 어른답지 못하다. 난 우리 딸들이 자랑스럽다. 잘나서가 아니라 자신들의 꿈을 찾아 열심히 잘 살고 있기 때문이다. 자라나는 세대에게 부모의 욕심을 전가해서는 아니 된다. 그들에게는 그들만의 가치관이 있고 세상을 바라보는 눈이 있다. 그것이 설사 어른들이 보기에 조금 모자라고 불안해 보일지라도 그들의 인생이기에 전적으로 개입할 수는 없다. 그들의 인생이기에 그들 자신에게 맡겨야 한다.

도시에 계속 있었다면 우리 딸들이 저렇게 적극적으로 세상을 살 수 있었을까 생각해 볼 때가 가끔 있다. 아마도 그러지 못했을 것이다. 그건 바로 자연의 힘 때문이다. 애들은 학교를 오가며 봤던 자연의 변화에 매료되었고 그것이 알게 모르게 세상에 나아갈 힘의 원천이 되었을 것이다.

내년이 되면 수능을 봤든 보지 않았든 간에 졸업생들은 사회에 첫 발을 내디디게 된다. 서투르지만 그들 나름대로 세상에 발을 디디면서 성인 사회의 새로운 구성원이 되고 우리 사회를 지탱하고 발전시키는 주춧돌이 되어 세상이란 큰 수레바퀴를 돌려 갈 것이다. 그들의 출발을 축복해주고 힘들고 지치더라도 다시 일어설 수 있게 용기를 북돋아 주는 게 어른들의 할 일이 아닐까?

딸들에게 항상 해주는 얘기가 있다. 선택할 상황이 되었을 때 선택의 기준은 항상 행복이 되어야 한다고. 인생이란 원래 행복을 찾아 떠나는 여행이 아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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