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혁은 혁명보다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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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혁은 혁명보다 어렵다
  • 한들신문
  • 승인 2020.12.14 1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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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교조 거창지회 초대 지회장 윤진구

현 정부의 트레이드 마크는 도덕성과 개혁이다. 검찰개혁, 정치개혁, 재벌개혁, 교육개혁, 노동개혁, 성불평등개혁, 부동산개혁 등 개혁자가 안 들어가는 데가 없다. 그런데 기존의 정책이나 제도 하에서 누려온 기득권 세력의 저항이 만만치 않다. 항상 개혁이라는 것이 기존의 기득권을 가진 사람들의 힘을 약화시켜야 하는 문제이기 때문에 하나의 치열한 권력투쟁이다. 이 치열한 권력투쟁에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밑으로부터의 압력이 없이는 권력투쟁에서 성공할 수 없다. 소수의 새로운 비전을 갖고 있는 세력이 등장하더라도 이 세력이 튼튼한 사회적 뒷받침을 갖지 못하기 때문에 대체적으로 급진적 요구를 내걸게 되고, 타협하지 못하게 되고 그것이 실패로 가는 과정을 반복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국회라는 제도가 있지만, 국회는 합리적으로 운영되는 것 같지만 그것은 철저한 권력투쟁이고 국회에서 누가 다수를 차지하는가에 따라 수구세력은 대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그에 대한 대항세력은 원칙, 도덕, 비전을 내세우지만 수구세력은 자기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기 때문에 이 수구세력을 제압하기 위해서는 제도권 바깥의 물리적인 힘이 동원되지 않으면 제도 내에서의 개혁이란 상당히 힘들다.

지난 21대 총선에서 국민들은 개혁 지향 정치세력에 180석의 틀을 만들어 주었다. 그러나 아직도 개혁 의제를 두고 국회는 여전히 비생산적인 정쟁(政爭)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정치는 누가 해도 욕을 먹는다. 모든 사람을 만족시킬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모두를 품겠다는 발상은 난센스다. ()도 그렇게 못한다. 단지 더 많은 국민들의 지지를 받는 정책을 수행하는 것으로 그 책임을 다하는 것이다. 정치는 이런 공방의 연속이다. 의대 정원 확대, 공공 의료인력 양성을 둘러싸고 한바탕 싸움이 벌어져 의사국가고시 거부로 남아 있는가 하면 무소불위의 검찰 권력을 통제해야 한다는 개혁 세력과 70여 년 동안 권력에 안주하며 기득권에 젖은 검찰 세력의 싸움이 뉴스를 온통 도배하고 있다. 공수처 설치와 검찰개혁은 20년이 넘도록 이어져 온 국민의 바람이었다. 그러나 야당의 반대로 공수처 설치와 구성이 과연 언제 이루어질 수 있을지 전망이 불투명하다.

어느 시대이든 개혁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개혁을 주도하는 사람들의 끈끈한 결집력과 이를 지지하는 대중의 열망이 결합되어야 하며 동시에 새로운 정책을 뒷받침할 수 있는 일관된 이념이 필요하다. 또 보수적 개혁이든 진보적 개혁이든 그 성공은 정치문화의 도덕성, 윤리성이 확립되는 토대 위에서만이 가능하다. 과거 정치사를 둘러보면 개혁 주도자들은 일반 대중과 견고한 연대를 확보하는데 실패하였다. 그래서 개혁 세력과 기득권층의 반개혁 세력, 개혁 주도자들 내부의 권력투쟁 양상으로 표출되는 경우가 많았다. 더욱이 이념의 취약성 때문에 오래지 않아 개혁의 한계가 명확해지면서 개혁정책은 변질되고 때로 실종되기도 했다. 결국 기득권층 중심의 반개혁 세력이 조직적이며 집요하게 회유와 속임수, 폭력을 동원하여 개혁 세력을 굴복시켜 버린 것이다.

앞으로는 한 지도자가 절대권력을 가지고 개인적 차원에서 사회를 움직여 나가는 식의 구조는 더 이상 안 된다. 이미 우리 사회는 자체의 시스템에 의해 굴러갈 정도로 성장했다. 대통령 개인이 국민을 이끌어가는 시대가 아니라 국민들이 정치가들로 하여금 올바른 방향으로 가도록 압력을 행사해야 하는 시대가 되어야 한다. 2000416대 국회의원 선거 때 총선 시민연대의 낙천ㆍ낙선운동을 두고 유권자 혁명’, ‘무혈의 시민혁명이라는 극찬에서 시민운동단체의 권력기구화’, ‘포퓰리즘의 전형이라는 비난까지 극단적인 평가를 받았지만 권력의 감시자 역할에 머물러 있던 비정치적인 시민단체가 정치권의 전면적인 개혁을 행동으로 요구하며 정치개혁을 추진한 예는 시민사회의 힘으로 제도권 정치를 개혁하겠다는 의도가 실천으로 옮겨진 것이었다. 그러면 앞으로의 시대에 가장 중요한 과제는 무엇인가? 바로 이러한 국민들의 의사와 압력을 제대로 반영하고 효과적으로 시행할 수 있는 시스템을 어떻게 만들어야 할 것인가 하는 일이다. 지금으로서는 국민들로 하여금 영웅이 나타나 모든 것을 해결해 줄 것이라는 노예근성을 버리고 최소한의 주인의식을 갖도록 하는 것만도 다행이다. 대의 민주주의 아래에서 국민의 대표들이 절차적 대표성의 장막 뒤에 숨어 자의적이고 비민주적인 행위를 저지르지 않도록 그들의 목줄을 바짝 잡아당기려면참여적이고 구체적인 형태의 직접행동 민주주의가 반드시 필요하다. 그럴수록 검찰개혁과 적폐 청산은 눈앞으로 바짝 다가올 것이다. 참으로 개혁은 혁명보다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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