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창 청년 인터뷰] 거창 청년 도영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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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창 청년 인터뷰] 거창 청년 도영락
  • 박지영 시민기자
  • 승인 2020.12.28 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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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기자 박지영

또래문화를 즐길 수 있는 곳이 필요해요

Q> 자기소개해주세요.

A> 거창에서 초··고등학교를 졸업하고 현재 부모님을 도와 영남유리에서 기사로 근무하면서 대학 전공을 살려 커피머신 엔지니어 일도 함께 하고 있는 37살 도영락이라고 합니다. 커피머신 엔지니어 일도 하지만, 이와 병행해 거창군삶의쉼터 등에서 바리스타 강사로 강의도 하고 있습니다.

대학은 바리스타&소믈리에 학과를 전공해서 서울의 유명한 카페에서 팀장으로 근무하기도 했고, 2012년도에 거창으로 돌아와 개인 카페를 운영하기도 했었습니다.

그러다 2014년에 결혼하고 거창에서 가정을 꾸리며 살고 있습니다. 예쁜 딸 둘을 키우고 있고요.

 

Q> 지금 하시는 일에 대해 얘기해주세요.

A> 부모님께서 쭉 해오시던 영남유리에서 기사로 일을 돕고 있습니다. 거창 내 이곳저곳 유리가 필요한 곳을 방문해 설치해주고, 철거하는 일입니다. 유리가 날카로워 다칠 위험이 많아 초보자들에게 어려운 일인데, 어릴 때 부모님을 도와 일을 했던 경험이 있어 잘 적응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커피머신 엔지니어로서, 거창뿐만 아니라 경남 서부지역 및 인근 도시 내 카페를 돌며 커피머신을 유지·관리해주는 일도 합니다. 카페의 전반적인 장비를 납품하기도 하고, 카페 운영에 대한 노하우를 전수하기도 합니다.

, 거창군삶의쉼터에서 바리스타 교육을 4년째 해오고 있습니다. 기회가 되면 다른 교육기관에서도 교육을 계속하고요.

법원사거리 근처에서 Cafe’라는 로스터리 카페를 운영했었습니다. 신선한 커피를 제공하기 위해 커피 원두를 직접 볶아 썼었습니다. 원두를 볶는 건 어릴 때부터 관심을 갖고 있었는데, 로스터리 공장에 연구원으로 취직해 일을 하며 본격적으로 공부를 했었습니다. 그래서 지금도 원두를 볶는 일에는 큰 자부심을 갖고 있습니다.

 

Q> 거창에 다시 오게 된 계기는요?

A> 서울생활이 너무 삭막하고 바쁘게 돌아가 돈보다 여유로운 삶을 살고 싶어 거창으로 내려오게 되었습니다. 거창에 와서 많이 힘들었습니다. 제가 갈 수 있었던 길을 포기하고 거창에서 개인사업을 했었는데, 커피 문화가 미흡하기도 해서 수익이 많이 나지 않았었고 세상 물정을 몰라 적응하기 힘들었습니다.

그래도 거창에서 결혼을 하게 됐고, 예쁜 두 명의 딸을 키우게 됐고, 부모님께서도 옆에 계시며 큰 버팀목이 되어 주셔서 지금까지 잘 버티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지역의 선·후배, 친구들과도 같이 이야기하면서 도움을 주고받을 수 있게 돼 심적인 외로움이나 그런 것은 없었던 것 같습니다.

다시 예전으로 돌아간다고 해도 거창에 올 것 같습니다. 힘들었지만 후회하고 있지는 않고 나름의 삶을 재미있게 살고 있습니다.

 

Q> 거창에 친구들은 많이 있는 편인가요?

A>처음에 거창에 왔을 때 예전에 잘 지내던 친구들이 많지는 않았습니다. 다들 외지에서 직업을 갖고 생활을 했었으니까요.

그런데, 제가 거창을 오고 난 뒤 한 명 두 명 거창으로 돌아오더라고요. 제가 카페를 하다 보니 친구들이 사실을 알고 명절 때나 거창에 내려올 때 가게에 놀러 와서 이야기를 나눴었는데, 고향을 그리워하더라고요.

그러다 다른 친구들과 제가 거창에서 정착해 생활하는 모습을 보고 타지에 살던 친구들도 결심을 한 경우도 있었던 것 같습니다.

거창에 다시 돌아온 친구들도 부모님 일을 물려받거나 자기가 하고 싶었던 일을 하면서 살고 있는 것 같습니다. 물론 다들 힘들긴 하지만요.

 

Q> 청년으로서 거창에 살면서 불편한 부분이 있다면?

A> 문화생활을 즐기기 힘든 것 같습니다. 진짜 잘해봐야 영화관 가고 PC방 가는 것밖에 할 게 없더라고요. 연극한 편 보려면 대구까지 가야하고, 거창에서는 청년들의 눈높이에 맞는 공연을 거의 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 가끔 관심 가는 공연이 있다 하더라도 다른 지역 사람들이 몰려 금세 매진되는 바람에 볼 수도 없고요.

뭘 배우거나 같은 고민 혹은 같은 관심분야가 있는 친구들끼리 만나 이야기를 나누는 것도 어렵고, 마음 편하게 이야기 나눌 수 있는 곳도 없는 것 같습니다. 그런 또래문화를 즐길 수 있는 곳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Q> 청년을 위해 거창군이 해줬으면 좋겠다 하는 일이 있다면요?

A> 육아하기가 힘듭니다. 아이를 낳아 기르는 입장에서 도시보다 돈을 덜 벌 수밖에 없는데, 소모되는 비용은 비슷합니다. 그러다 보니 주위에 친구들도 아이 낳아 기르기 힘들다는 볼멘소리를 자주 하는 편입니다.

거창에서 남성 청년 한 명이 돈을 벌어도 아이 두 명 기르기엔 어려움이 많거든요. 그런 청년 가구를 위해 거창군이 지원금을 조금 주기는 하지만, 턱없이 부족한 상황인 데다 정책에 관심이 없는 청년들은 모르고 놓치는 경우도 있더라고요. 그래서 육아에 대한 지원 정책을 확대하고 폭넓게 알렸으면 좋겠습니다.

, 거창에 내려와 정착을 할 때도 지원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타지에서 기술을 배워서 거창에 왔는데, 스스로는 활용할 곳이나 그 기술에 맞는 직업을 구하지 못해 전공과는 전혀 다른 일을 하면서 힘들게 생활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런 청년들을 위해 거창에 정착하는 데 도움을 주기 위한 여러 지원 정책들이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가장 어려운 점은, 집값이 너무 비싸다는 것입니다. 대도시도 아닌데, 아파트 값이 너무 비싸고, 도심 속 빈집이 많은데도 불구하고 내놓는 사람이 없어 가격이 내려가지 않고 있는 것 같습니다.

저는 결혼할 때 아이들 크기 전까지 정착할 집을 구했고, 지금까지 살고 있는데, 아이들이 커도 이사를 가지 못할 것 같습니다. 이런 점에서 거창군이 집값을 잡아줬으면 좋겠는데 아직까지 그런 게 없는 것 같아서 아쉽습니다.

 

Q> 앞으로의 계획은요?

A> 커피는 제가 전공을 하긴 했지만 좋아하고 있는 일입니다. 그래서 커피와 관련된 일들을 계속해나가고 싶습니다. 그러나 현실적인 부분에서 계속 이어질 수 있을지 의문이기도 합니다.

앞으로 부모님의 일을 전적으로 물려받아 확장을 시켜야 하나 하는 고민을 심각하게 하고 있습니다.

전공은 취미로 둬야 할 것 같아 가장 속상하긴 합니다. 그래서 하고 싶은 일을 하기 위해 진주로 가야 하나 고민도 듭니다. 그곳에서는 새로운 기회가 생길 수도 있을 것 같아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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