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학교 이야기 7]닭과 함께 한 6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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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학교 이야기 7]닭과 함께 한 6년
  • 한들신문
  • 승인 2020.12.28 2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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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상초 교사 하오근

6년 전 이야기이다.

닭장을 만들어 닭을 기르고 싶어요!”

동아리 활동을 위한 학생 다모임에서 의견이 나왔다.

닭장이라?’

한번 만들어 볼까?’

며칠 뒤 기르기부가 만들어지고 닭장을 짓기 시작했다. 아이들과 선생님들이 나무를 자르고 톱질을 하였다. 닭장이 만들어졌다.

부화기를 구입하였다. 20일이 지나고 나서 병아리들이 태어났다. 아이들이 교무실에 와서 구경을 하고 신기해하며 좋아했다. 밤에 학교는 추워서 병아리가 죽기 때문에 내가 아파트에 가지고 갔다. 박스에 전구를 달아 따뜻하게 해 주며 2주간 키웠다. 그리고 닭장에 가지고 와서 아이들과 함께 키웠다. 기르기부 아이들과 나는 닭에게 모이와 물을 주고 닭장을 깨끗하게 청소했다. 신선한 계란으로 여러 가지 요리를 하여 다른 반 친구들과 나누어 먹었다.

 

아이들에게 닭장이란?

동물을 기르는 것은 아이들에게 생명의 소중함을 체험으로 가르쳐 주는 일이며 책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살아있는 교과서이다. 닭이 알을 품어서 병아리가 되고 병아리가 자라서 암탉이 되어 알을 낳는 자연의 이치를 배우는 곳이기도 하다. 살아있는 동물은 아이들이 교감하게 만들어 아이들이 동물을 사랑하는 마음을 가지게 되고 나아가 성격 발달에도 큰 영향을 준다. 주상 닭장은 아이들의 놀이터이며 참 공부를 하는 살아있는 배움터이다.

 

아이들의 마음에서 떠난 주상 꼬꼬댁

사람의 마음은 똑같다. 항상 새로운 것을 원한다. 닭을 기른 지 2년의 세월이 지나자 아이들도 닭똥 냄새와 닭장 청소에 지쳐갔다. 그리고 기르기부는 없어졌다.

이제 어떻게 할까?’

계속 키워야 하나 아니면 그만 할까?’

기르기부는 없어졌으나 구경 오는 아이들이 있었다. 특히 유치원 아이들이 자주 왔다.

그래 내가 계속 키워 보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

매일 8시에 출근하여 닭장 청소를 하는 걸로 나의 하루는 시작되었다. 그렇게 또 2년의 세월이 흘러갔다.

 

달걀을 팔아서 기부하기

2018, 새 교감선생님이 오셨다. 닭장을 유심히 보시고, 이걸 교육활동으로 만들어 보자고 하셨다. 우리 학교에는 콩&콩깍지 활동을 하고 있었다. 선생님(콩깍지)과 아이()들이 함께 점심도 먹고 서로 친하게 지내는 활동을 하는 모임이다. 그래서 콩깍지 별로 1주일 간 점심시간에 닭장을 청소하고, 달걀을 꺼냈다. 달걀은 냉장고에 보관하여 교직원에게 10알에 4,000원씩 팔았다. 그리고 1년 후 바자회 돈과 함께 36만 원의 현금을 모았다. 3만 원씩 월드비전 재단에 기부하고 작년(2019)에는 초록우산 재단에 기부하였다.

 

숲 놀이터로 이사

올해(2020) 봄 방학 때 선생님과 주무관이 새 닭장을 지었다. 예전 닭장보다 깔끔하고 예쁘게 지었다. 그리고 병아리도 태어났다. 하지만 몇 달 후 산짐승이 닭장에 들어가 닭을 모두 죽였다. 슬펐다.

어떻게 할까?’

교장선생님께서 학교 옆 동산을 숲 놀이터로 만든다고 하셨다. 닭장을 본관 뒤편에서 학교 옆 동쪽 동산으로 이사하고 마당도 만들어 더 크게 만들었다. 아이들이 놀이터에서 놀기도 하고, 닭 구경도 하여 활용도가 더 높아졌다. 아이들은 학교에 오면 아침은 물론 점심시간에도 항상 닭장으로 달려가서 닭과 함께 논다. 닭장이 살아있는 놀이터가 된 것이다. (2020.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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