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과 전문 예술인의 연결고리, ‘우리 동네 미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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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과 전문 예술인의 연결고리, ‘우리 동네 미술’
  • 박재영 기자
  • 승인 2020.12.28 23: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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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 예술인의 작품과 주민 참여 작품 전시
‘전문’과 ‘비전문’ 경계 허물어...마을 전체가 전시장

 

대나무로 풍경 만들고 있습니다. 집에 걸어놓을라고.”

23, 죽전마을회관 2층에 마련된 교육장에서 대나무 풍경을 만들고 있던 죽전마을 주민은 무얼 만들고 계시는지묻는 기자의 질문에 부끄러운 듯 말을 짧게 줄이고 이내 손을 바삐 움직였다. 추운 날씨 탓에 손이 얼어 실수도 있었지만, 높은 집중력을 보이며 막힘 없이 작품을 만들어 나갔다. 해당 주민은 대나무가 많았던 예전 죽전을 다시 회상하는 일이라고 말하며 최기순 작가의 지도를 받아 작품 활동을 이어갔다.

죽전마을에서 진행하고 있는 공공미술 프로젝트 우리 동네 미술은 예술인에게 일자리를 제공하는 문화 뉴딜 사업이지만, 주민들에게는 직접 마을을 예술로 꾸미는 참여의 장이 되고 있다.

공공미술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르네상스 아카데미는 우리 동네 미술을 통해 주민공동체 프로그램으로 5개의 범주, 8개 세부 수업을 구성했다. 공공미술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36명의 작가 중 10명이 우리 동네 미술에 참여했으며, 10회기 동안 죽전마을 주민 300여 명과 만나 소통하며 작품을 만들었다.

그중 하나가 대나무 풍경을 만드는 바람의 소리수업이다. 이번 수업을 지도하는 최기순 작가는 대나무 풍경을 제작하는 것은 물론, 각자의 집에 설치한 풍경이 바람에 흔들리며 울리는 소리를 감상하는 것 까지 하나의 활동으로 표현했다.

이 활동에 참여한 주민들이 각자의 집에 풍경이 설치되면 모든 집이 작품 전시장이 되는 셈이다.

뿐만 아니라 이미숙, 이춘경 작가의 타피스트리(죽전)’, 곽종권 작가의 전각’, 최은경 작가의 민화’, 김선영 작가의 가죽공예’, 정영아 작가의 라탄-일상의 따뜻함을 담다’, 김효근, 정선화 작가의 대나무 시루’, 경정숙 작가의 사군자(대나무)’ 까지 주민들이 참여하는 모든 수업이 진행됐다.

참석자 중 박혜주(72) 씨는 처녀 시절부터 그림 그리는 것을 좋아했는데 꾸준히 취미로 삼을 기회를 만나지 못해서 늘 아쉬웠다. 그러던 차에 이번 프로젝트에서 민화, 콩나물시루, 풍경 수업을 체험했는데, 까다로운 형식 없이 자유롭게 창작할 수 있어서 참 기뻤다. 학창 시절로 돌아간 느낌이 든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 르네상스 아카데미는 주민 참여형으로 죽전마을 내 학교 학생들이 직접 참여하는 활동도 진행했다. 거창여자중학교 학생들이 식물을 그려 액자화 한 보태니컬 아트는 죽전마을회관 2층의 한 벽면에 전시되어 있고, 샛별초등학교 학생들이 그린 작품은 타일 작품으로 만들어져 죽전 만당 한편에 부착됐다.

특히, 죽전마을 주민들이 직접 의미를 부여하고 작가가 만든 솟대가 죽전마을 회관 앞에 전시됐다.

공공미술 프로젝트 우리 동네 미술은 주민 공동체 활동과 주민 참여형 활동 이외에도 전문 예술인이 참여하는 설치형 작품도 전시된다.

설치 작가들은 과거 대나무밭이 많아 죽전(竹田)’이라고 불리는 이곳의 기억과 소재 등을 작품에 연결해 현대미술을 벽면상에 입체적으로 다양하게 표현하는 설치형, 원형 서클 속에 작품을 타일로 표현한 형태인 복합추진형 등 다양한 작품을 만들었다.

지금까지의 예술 사업은 전문 예술인과 주민들의 경계가 명확해 작품의 질이 크게 차이 났다. 그래서 전문 예술인의 작품과 주민들의 작품이 섞이지 못해 어색한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이번 우리 동네 미술은 작가들이 경계를 허물어 주민들을 주체로 작품을 만들었고, 죽전이라는 공간에 녹여 마을 전체를 예술작품 전시 공간으로 만들었다.

르네상스 아카데미는 이번 달 내 모든 작품을 설치하고 19일 개장식을 열어 주민들에게 작품을 공개할 계획이다.

공공미술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르네상스 아카데미의 신용구 대표는 공공미술 프로젝트를 통해 마을 주민과 작가들이 모여 서로의 단절된 삶을 소통하고 연결하여 모두의 삶에 새로운 희망을 품게 하는 것이 저희의 목표이다.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앞으로도 거창의 지역 작가들을 소개하고 발굴하며 예술을 지역민의 삶에 더욱 친근하게 다가가게끔 노력할 것이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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