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장이 찾아가는 인터뷰]전병재 교수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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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장이 찾아가는 인터뷰]전병재 교수님
  • 한들신문
  • 승인 2020.12.28 2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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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을 공부하고 또 공부하며 우리 곁에 사시는 전병재 교수님

지인의 소개로 교수님 댁을 찾았다. 깔끔하고 소박한 옛집이 편했다. 교수님의 살아온 이야기는 며칠을 들어도 모자라지 싶다. 교수님의 삶 앞에 저절로 고개가 수그러졌다.

고향 거창에 정착하기까지 삶의 여정을 들려주세요.

마리 초등학교 2학년 때 해방이 되었어요. 부산중학교 일 학년 때는 6·25 전쟁이 났지요. 연세대학교 법과대학 재학 중 폐결핵으로 휴학도 했어요. 다행히 1963년 평생 반려자도 만나고 법학석사도 되었지요. 2년 후 미국 인디애나 법과대학에 입학해서 법학석사를 거처 사회학과 박사과정을 밟으면서 남일리노이 대학 전임강사 노릇도 하고요. 1972년 박사학위를 얻고 조교수로 있다가 귀국했어요, 1973년 연세대학교에 신설된 사회학과 초대 과장으로 모교로 돌아왔습니다.

80년과 81년에는 미국 정부 장학금으로 예일대학, 버클리 대학, 하와이대학에 교환교수로 가 있었어요. 91년에는 독일 튀빙겐 대학, 스웨덴 스톡홀름 대학, 일본 게이오대학에 교환교수로 돌아다녔지요. 그리고 2002년에 정년 퇴임하고 곧장 지리산 고요한 소리 역경원에서 3년간 근본불교 수행을 했습니다. 진짜 공부는 그곳에서 한 것 같네요. (웃음) 2005년 가을 어린 시절을 보낸 고향 거창군 마리면 학동으로 들어왔습니다. 벌써 15년 흘러갔군요. 돌아보니 모두가 섭리고 은총이었습니다.

 

요즘 하고 계신 활동(공부)을 소개해 주세요.

최근에 결성한 원학시우회에서 시조창 공부를 하고 있어요. 매주 목요일 오전에 마리면 조암 유원지에서 공부하고 있는데요. 진주에 계시는 문정 김창선 선생 지도를 받고 있어요. 요즘 젊은이들은 귀가 서양화가 되어서 우리 전통 가락이 낯설기도 하고 거북할 수도 있어요. 하지만 유교의 예악 사상에 바탕을 둔 정악의 멋을 제대로 알게 되면 시조창이야말로 서구화된 문화 식민 현상에서 벗어나는 첫걸음임을 깨닫게 될 겁니다. (웃음)

날씨가 따뜻해지면 갑갑한 실내를 벗어나 수승대 관수루, 북상의 용암정 등 산수가 수려한 곳에서 시조 공부를 계속할 생각입니다. 그런데 코로나 문제로 계속할 수 있을지 걱정이 되기도 하는군요.

인터넷 줌으로 빠알리어(부처님이 쓰신 언어) 경전공부를 하는 모임에 가끔 참가하고 있고요. 악조건 속에서도 출가수행을 단행했던 조선조 승려들의 사상, 특히 서산대사의 선가귀감 속에 근본불교적 요소가 어떻게 담겨 있는지를 틈틈이 살펴보고 있습니다. 팔정도의 바른 생각과 바른말 하기 공부도 하고 있어요.

 

죽음에 대한 교수님의 철학이 궁금합니다.

근본불교의 윤회 사상을 기반으로 생사 문제를 공부하고 있어요. 서양의 분석철학은 뇌가 일체 마음 현상을 좌우한다고 봐요. 그래서 뇌가 죽어 기능을 상실하면 의식도 정지되는 것으로 생각하지요. 이런 철학에는 윤회 사상이 용납될 수 없고 현생의 죽음이 모든 것의 끝인 것이지요. 그러나 이런 주장은 생물이 이 세상에 태어날 때 제각기 다른 조건을 타고나는 이유를 설명할 수 없어요. 불교에서는 업과 윤회 사상에 근거해서 생사 문제를 설명하고 있는데 사람의 자유의지를 강조하고 있어요. 나의 미래는 내 과거의 행한 업에 의해서만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현재의 내 노력으로 좌우되는 것이지요. 어리석은 중생들은 과거부터 굳어진 인습에 젖어 맹목적인 삶을 살지만, 현명한 자는 나쁜 습관은 버리고 순간순간 새롭게 태어나는 삶을 살고자 노력하는 것이지요.

불교와 기독교는 죽음의 문제에 공통점이 많아요. 두 종교는 죽음을 끝이 아닌 새로운 시작으로 본다는 점, 덧없는 세상의 허상에 집착하지 말라는 점, 더 나은 사후 세계를 위한 선행과 공덕을 강조한 점이지요. 두 종교의 허심탄회한 대화가 자본주의에 오염된 정신적 공황과 철학적 빈곤에서 새로운 활로를 열어 줄 수 있다고 봅니다.

 

거창의 젊은이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인류의 운명은 젊은이들 어깨에 달려있어요. 인류 생존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감각적 쾌락을 위한 과학적 사고의 문제와 한계를 직시하고 선정을 바탕으로 하는 새로운 세계로 나갈 길을 찾아야 해요. 공부해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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