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촌단상]낙향이 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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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촌단상]낙향이 답입니다!
  • 한들신문
  • 승인 2021.01.11 1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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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들어도 귀향’, ‘귀촌은 아닌 듯해서... 단어 찾기를 했다. 돌아간다, 돌아온다는 행위의 뜻이 담긴 가 적절하지 않아서다. ‘(시골)으로 돌아간다, 고향으로 돌아간다는 사전적 의미를 무시하고 그냥 그렇게 쓸 뿐이라고 밀어내도 여전히 찝찝하다. 왜 그럴까? 남들이 다 쓰는 그 단어를 불편해하는 이유는 무얼까? 내 속내는 무엇일까?

출생과 성장과정, 그리고 삶의 전반을 도시만 살다온 사람의 정체성에서 비롯된 잘난 척? 혹은 시시한 우월감? 남과 다름에 대한 즐김? 수시로 나를 들여다보지만 내 속을 내가 다 알 수는 없으니 절대라고 단언할 수 없다.

그런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수막에, 유인물에, 출퇴근 시 KTX 열차 모니터에서의 정부 혹은 지자체 홍보물에, SNS, 공영방송, 케이블 방송, 심지어 개인 유튜버까지 동원되어 외치는 정보 또는 홍보 문구 속 귀촌인이라는 단어가 보이고 들리고 읽히는데... 매번 당황스러운 것은 나의 냉랭한 정서다. 분명히 시골, 곧 촌으로 이주한 나는 귀촌인카테고리에 속하지 않는 듯하여 귀촌인을 위한 그 어떤 대단한 사업도 해당사항 없음으로 판단하고 주의를 기울이지 않는다. 손해 막급이다!

이즈음 세 번째 겨울을 맞으며 이 생각이 좀 더 진전되었다. 내가 주장하고 유포할 내용이 발견되었다. 나와 같은 이주 형태는 낙향으로 칭하자! 정부여 지자체여.. 우리 낙향자들을 위한 프로그램도 사업을 개발해주이소!!!

떨어진다는 의미, 내려간다는 뜻 혹은 자리를 이동하되 위에서 아래로 옮길 때, 사용하는 단어다. 한문문화권에 있었던 조선시대 쓰임새를 찾아보니 를 쓸 때는 주로 강제이주(벌 받아서)의 성격이 있어 보이고 을 쓸 때는 자발적인 이유(관직에서 물러나는 등)로 쓰였음을 확인했다.

그래서 지금부터는 나의 주장을 해 볼 참이다.

우선, ‘귀촌을 고민하는 분들에게는 일단 절대로 고향으로는 돌아가지 마시라고 당부한다. 특히 도시살이를 마치고 은퇴 즈음 금의환향하듯 고향으로 돌아가 노년살이를 하고자 하는 분들에게는 부탁드린다. 제발 고향에 가서 도시 쫌 살았네 우쭐대다가 외롭게 노년을 맞지 마시라. 제발! 시골, 촌에서의 어린 시절 추억을 새삼 살기 위해서라면 더더욱 참으시기를 권한다. 배우자에게는 새삼스럽게 시집살이나 처가살이를 시키는 꼴이다. 돌아가도 내가 기억하는 그곳이 아니기 때문에 공연한 배신감을 자처하지 마시라. 부디!

그러나 그러니 도시 경력자들이여 낙향하십시다! 인생의 힘을 빼야 할 시기에 흙과 산과 바다로 삶의 자리를 옮기는 것은 정말 도움이 됩디다. 내 직위의 아우라, 신분에 따른 예우, 보직에 해당하는 대우.. 등등을 현역과 동일하게 받을 수 없고 받아서도 아니 되는 줄 알면서도 은근히 기대하고 주변을 기웃거리는 미련함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합시다. ‘낙향이 답입니다. 왜냐하면, 가족공동체든지, 사회공동체든지 또는 국가공동체든지 해야 할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주어진 힘을 사용하다가 자기와 동일시된 습관적이고 관성적인 태도를 교정하려면 환경을 바꾸고 자리를 옮겨서 다시 초보(?)가 되는 것이 유익하기 때문.

한 번 대통령을 평생 대통령이라 하고, 한 달 장관도 생을 마칠 때까지 장관이라고 칭하고 하루 지자체장도 사는 동안 내내 시장님으로 불리는 삶이 정말 행복할까? 선배님, 선생님, 호형호제하는 것이 즐겁지 않을까? 은퇴는 그 힘을 반납하는 일이다.

그래서 난, 세금으로 도시 경력자들이 낙향할 수 있도록 지자체에서 중앙정부에서 인생살이에 기반을 둔 프로그램들을 만들면 좋겠다. 시골 초보자로 새 출발 할 수 있도록.

혼자 흐뭇하다. 도시 경력자들이 시골 초보자로 낙향할 경우 도시의 집들은 현역들에게 양보되고 시골 경력자들이 시골 초보자들의 선생님이 되는 마을학교가 세워질지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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