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창양민학살 억울한 죽음 뒤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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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창양민학살 억울한 죽음 뒤처리
  • 한들신문
  • 승인 2021.01.11 1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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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김운섭 전 거창사건유족회장

이 기고는 고 김운섭 전 거창사건유족회장이 거창사건 당시 겪은 경험을 책으로 만든 ‘거창양민학살 억울한 죽음 뒤처리’입니다. 한들신문은 당시 김 전 회장이 겪은 생생한 경험담을 기고로 옮기면서, 생동감을 전하기 위해 책에 사용된 표현까지 그대로 인용함을 알려드립니다.

▶ 차  례 ◀

합동위령사업비 확보를 위하여
거창양민학살 희생자 유족의 요구(1)
거창양민학살 희생자 유족의 요구(2)◀
제48주기 11회 합동위령제
두 고문의 불만

거창양민학살 희생자 유족의 요구”(2)

서울로 돌아와 탄원서를 작성하고 517명이 묻혀있고 위령비가 쓰러져있는 거창사건 박산 희생자묘역과, 김 총리 부모 두 분이 묻혀있는 묘지 사진을 첨부하여 총리에게 전하여달라고 강종희 의원에게 주었는데, 강의원은 총리에게 전달했다가 크게 꾸중을 들었다고 했다.

부지매입비를 3월 내에 받아내야 한다 하여 317일 예산청 기습 시위를 하기로 계획하여 유족을 모았으나 신원에서 16명 서울에서 문충현 씨와 나 합하여 18명이 고작이었다. 18명이 예산청 앞에 도착하니까 정보가 들어갔는지 그곳에는 전경들이 가로막고 있었다. 많은 유족이 와서 과격한 행동을 할 줄 알고 당황했던 예산청이, 의외로 적은 인원에 사람들이 양순해 보였는지, 예산청 간부가 나와서 구내식당으로 안내하여 식사를 제공해주며 친절을 베푼다.

식사대접을 잘 받고 우리의 뜻을 전하니까 예산이 반영되지 않는다고 예산청을 찾아와 시위를 하는 일은 흔치 않다며 협조하겠다는 약속을 받고 해산했다. 거창양민학살사건이 어떻게 해서 발생했나? 국가가 잘못한 것을 살아남은 유족이 왜 법을 제정해 달라고 읍소해야 하며 후속 조치를 하기 위하여 애걸을 해야 하는지 기가 막히다. 제대로 된 국가의 정부라면 억울한 사건들을 바로잡아야 되는 게 아닌가 한심스럽다.

32318시 강종희 의원 비서한테서 내일 1430분에 김종필 총리와 면담을 하기로 했다고 전화가 왔다. 촌에 있는 임호섭 회장에게 알리고 올라오라 했더니 바빠서 못 온다 하여 급히 임원 구성을 했다. 회장은 내가 맞고 이용구를 총무, 문충현 씨를 이사로 구성하여 약속시간에 광화문정부종합청사 로비에서 강종희 의원을 만났다. 강 의원 왈 유족들이 준 탄원서를 총재님께 전하였더니 총재님이 노발대발(怒發大發)하여 10여분이나 꿇어앉아 빌었다는 것이다.

그러니 촌 노인들이 모르고 한 일이니 용서해달라고 빌라는 것이다. 강 의원의 엉뚱한 제의에 기가 막혔다. “좋은 결과가 있을 줄 알고 달려왔는데 황당한 제의에 우리가 뭘 잘못했습니까? 기가 막혀! 그렇다면 만나지 않겠습니다.” 자기를 봐서 그렇게 좀 해달라고 국회의원이 사정을 한다. 난감했다. 잘하려다가 난처해진 국회의원을 부담스럽게 해서도 안 될 것 같아서, 한참 실랑이를 하다가 강 의원님 입장 곤란하게 하지 않을 테니 갑시다. 아직 정치에 때가 묻지 않은 자민련 전국구의원이다. 귀빈용 엘리베이터를 타고 9층에 내렸다. 총리실 입구에는 많은 방문객이 있었다.

같은 당 국회의원과 한 약속이라서 면담은 쉽게 이뤄졌다. 비서의 안내를 받아 김종필 국무총리 집무실로 들어섰는데, 오적에 나오는 시구절과 같이 운동장만 한 사무실에 산같이 높은 책상, 바다같이 깊은 의자에 앉아다가 다가오는데, 강의원은 고개를 깊이 숙여 인사를 했고 김 총리는 우리 일행과 악수를 했다. 자리에 앉자 총리는 먼 데서 오시느라 수고하셨습니다. 거창 유족들은 전에도 만난 적이 있고 조사단 파견도 했으며 특별법 제정에도 협조를 많이 했습니다.” 한다. 나는 정중하게 국정에 바쁘실 텐데 시간을 할애해 주셔서 고맙다고 인사를 했다. 그리고 본의 아니게 선영을 들먹인데 대해 김 총리는 유감스럽습니다. 대대로 일구어 온 곳인데, 그곳을 흔드는 것은 적절치 않으며 하나하나 차근차근해봅시다.”라고 했다.

선영을 흔드는 것이 적절치 않다는데, 약간의 반항심이 울컥했으나, 마음을 진정시키고 그러지 않았다면 하늘같이 높으신 분과 이렇게 마주 앉아 우리의 뜻을 전할 수 있었겠습니까? 합동위령사업 부지를 선정하여 용역까지 마쳤는데 예산이 없어서 땅 매입을 못하고 있습니다. 한화갑 원내총무가 1/4분기 예비비에서 주기로 약속을 했는데 시일이 촉박합니다. 다음 달부터는 논밭에 파종을 하고 과일나무에는 전정과 비료를 줍니다. 늦어지면 그 값까지 물어주어야 되는데 예산에 차질이 생겼습니다.” 총리는 김완기 심의관에게 국회에서 그런 연락이 있었느냐고 물었다. “한 총무가 유족들과 약속을 한 것 같습니다.” 총리는 잘 알았다며 돌아가 계시면 연락을 주겠다고 했다. 감사하다는 인사를 하고 총리실을 나와 강 의원에게 체면 유지가 되었습니까?”

만족스러운 표정은 아니지만 이유는 달지 않았다. 문제는 일부 유족이었다. 이용구에게 오늘 이 자리에 못 가게 방해를 하는 유족 간부가 있었다. 방해자는 유족회 일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무엇이든 자기가 했다가 되어야 하는 사람이라고 말했다. 실망과 배신감에 상종도 하기 싫으나, 그 하나 때문에 대사를 그릇되게 할 수 없어서 치미는 울화를 삼켜야 한다.

1999331일 국무회의에서 거창사건합동위령사업 부지매입비 28억 원을 반영했다. 이날 김대중 대통령은 김기재 장관에게 억울한 사람들이니 잘해주라고 당부까지 했다하여, 41일 총무처와 내무부가 행정자치부로 통합된 김기재 장관과 면담이 이루어 졌다. 예산이 반영되어 고맙다는 인사를 하고 기념촬영도 하였다.

부지매입비가 반영되기까지의 파란만장한 과정을 백분의 일도 적지 못했는데 후속조치가 기상천외하다. 부지매입비 당초 계획은 43억인 것을 줄여야 된다기에 30억으로 난산이 되었는데, 13억이 줄어 30,5%가 깎인 셈이다. 전체사업비도 30,5%를 깎아버렸다. 이런 와중에 회장이 회원 의회비로 운영하는 유족회 공금을 판공비로 많이 썼다고 시비가 생겼고, 이철수 씨는 청연 묘역을 별도로 청연 자기네 산에 조성하겠다고 하며, 박성출은 박산 박헌영 산을 매입하여하지 않는데 불만이다. 박산 묘역은 기증을 받아 등기까지 되어있는데 박헌영 씨가 자기 땅이라고 우겨서, 이상근 씨가 보관하고 있던 기증서를 내놓으므로 일단락되는가 하더니, 묘역 주변 땅 2천여 평을 고가로 매입해주었는데 아무 쓸모도 없는 뒤편 악산까지 매입하라고 끊임없이 졸라댄다. 재주는 곰이 부리고 이권은 망나니가 챙기는 작태가 한심스럽다. 거창양민학살로 억울하게 희생된 원혼들이 안주할 추모사업을 하자는 것인데 돈이 좀 나오니 저마다 이권에 혈안이다.

다음에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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