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를 띄우다】남은 자투리 음식의 모둠, 그 잡탕에 첨가된 걸쭉한 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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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를 띄우다】남은 자투리 음식의 모둠, 그 잡탕에 첨가된 걸쭉한 추억
  • 한들신문
  • 승인 2021.01.11 1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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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편지 집배원 염민기, 시인

국시기

김경애

 

하루 한 끼 
삼 년 동안 먹으면 부자가 된다는 
할매의 껄쭉한 말씀

보리밥에 묵은지 쭝쭝쭝
물고구마 서너 개
쪼매던 양이 배로 불어난

모깃불 피워놓은 덕석마당 두레상에 
온 식구 옹기종기 앉아 먹던 
그놈의 부자 국시기  

『2011, 거창문학축전 기념 시선집』


프루스트 현상이라는 심리학 용어가 있다. 프랑스 소설가 마르셀 프루스트가 쓴 장편소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에서 성인이 돼 가는 주인공이 어느 날 홍차에 적신 마들렌 과자를 먹는 순간 마음이 기쁨으로 넘쳐 오르면서 예전 일들이 떠오르는, 이 유명한 냄새의 기억 장면 때문에 프루스트 현상이라는 말이 생겨났다.

먹을거리에 대한 기억은 추억의 맛이거나 냄새이다. 식은 밥에 묵은지 떡가래 물고구메 라면이나 국수, 남은 자투리 음식의 모둠 그 잡탕에 첨가된 걸쭉한 추억.

각 지역을 대표하는 음식이 있다. 경상도가 고향인 사람에게는 국시기가 그렇다. 사흘거리 먹다 보면 신물이 나던, 이제는 허기진 시절에 온 식구 옹기종기 앉아 먹던 맛이 별미가 되는 시대이다.

날이 많이 쌀쌀해지고 비가 오려는지 꼽꼽하다. 멸치 다시마 육수를 내려 따끈따끈한 추억을 끓여서 감만에, “국시기 한 그륵, 하실래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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