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과 환경]지구를 살리는 소비를 고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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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과 환경]지구를 살리는 소비를 고심하다
  • 한들신문
  • 승인 2021.01.11 1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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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사회문화연구소 소장 백종숙

이사를 했다. 세월이 켜켜이 쌓인 집은 옛 주인의 손길이 묻어 있다. 병풍처럼 집을 둘러싼 나무를 잘랐다. 나무 한그루가 그냥 자라지 않았을 거다. 오래된 벚나무와 전나무는 남겨 두었다. 비와 바람, 햇빛, 세월도 함께 남아 있으리라. 마당 한견에는 전 주인과 함께 살다 폐기처분된 물건들이 쌓여있다. 이 많은 폐기물, 한 집이 이사 가면서 용도를 잃어버린 물건들이다. 이것들은 재사용하는 방법은 없을까.

전 주인은 장롱과 세탁기를 사용한다면 두고 가겠다고 하였다. 벽지는 깨끗하여 그대로 두고 장판만 새로 깔았다. 싱크대는 아직 사용할만했다. 디자인을 바꾸고 몇 군데만 수선하면 될 것 같아 이곳저곳에 알아보았다. 이런 일을 전문적으로 하는 사람을 찾기도 힘들뿐만 아니라 타 지역에서 기술자를 부르는 비용 또한 만만치 않았다. 재활용보다 새것으로 바꾸는 것이 시간이나 비용 측면에서 훨씬 효율적이었다.

따뜻한 겨울을 보내는데 빠질 수 없는 것이 보일러이다. 이 집은 태양열과 화목보일러 겸용이다. 햇살이 좋은 날은 집안이 훈훈해서 더할 나위 없이 좋다. 하지만 해가 떨어지고 나면 장작을 넣어야 한다. 퇴근하고 집에 들어와서 버튼을 누르면 훈기를 느낄 수 있는 보일러의 편리함에 젖어 있다가 밤에 불을 지피는 일이나 한밤중에 불을 살피는 일은 불편하기 그지없다. “아버님 댁에 보일러 바꾸어 드려야겠어요.” 광고가 생각났다. 우리 집도 보일러 바꾸어야 할까. 편리함에 길들여진 삶이 태양열과 기름보일러겸용을 생각게 한다. 화석연료를 사용하는 기름보일러와 나무를 때는 화목보일러 중 어느 것이 환경에 덜 영향을 미칠까도 생각하다가 어느 어르신의 이야기가 떠올랐다.

1960년대 거창 장날, 둥구나무가 있던 강변에는 땔감을 파는 나무장이 열렸다고 한다. 나무가 귀하던 시절이라 읍내에서도 땔감을 구하지 못하면 밥을 할 수가 없었다. 나무를 팔려는 사람은 새벽밥을 먹고 이삼십 리 길을 나무를 지고 거창장에 왔다. 나무를 사려는 사람은 싸게 사려고 시장을 몇 바퀴를 돌다 파장 무렵에 흥정을 해서 나무를 샀다고 한다. 1950년대 중반부터 대도시에 연탄이 보급되었다. 1970년대 중반 무렵 황폐해진 산림을 녹지로 만든다는 산림녹화사업이 진행되었다. 이때 땔감 채취를 막기 위해 장작을 때던 농촌까지 연탄이 보급되었고, 거창에도 연탄 보급이 대중화되었다, 해마나 겨울철이면 연탄가스 중독 사고는 끊이지 않았지만, 석유와 가스로 난방이 대체하기 전까지 연탄은 취사와 난방을 해결해준 서민 연료였다고 하였다.

요즘 우리나라에서 연탄 사용량은 급격히 줄어들었다. 우리사회가 환경문제에 관심을 가지면서 연탄에서 배출되는 온실가스인 이산화탄소의 심각성을 깨닫게 되었다. 정부는 연탄가격 현실화와 지구온난화 방지를 위해 2015년부터 3년간 연속 71%로 연탄 가격을 올리며, 난방용 연탄을 전기나 석유 보일러로 유도하였다. 하지만 높아진 가격에도 전기나 가스로 난방을 바꾸지 못한 15만여 가구가 여전히 불편한 에너지로 꼽히는 연탄을 사용하고 있다.

추운 겨울을 따뜻하게 보내기 위해 전기나 석유, 가스, 연탄 혹은 나무 등 우리가 사용하는 난방은 지구를 혹사시킨다. 부자든 가난한 사람이든 우리는 편리함을 추구하는 소비에 익숙해져 있다. 우리 모두가 따뜻한 겨울을 보내며 지구에 부담을 줄이는 방법은 없을까? 한국에너지 공단에서는 겨울철 적정 난방온도를 18-20도로 권장하고 있다. 내복이나 얇은 옷을 껴입고 실내온도를 조절하는 따뜻한 겨울나기가 지구를 살리는 작은 실천이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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