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민]어느 이주 노동자의 죽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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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민]어느 이주 노동자의 죽음
  • 한들신문
  • 승인 2021.01.11 1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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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농인 백상하
귀농인 백상하

묵은해가 지나고 새로운 해가 왔다. 새해 초반에 대부분의 매체들은 새로운 희망을 얘기하고 더 나은 세상에 대해 너나 할 것 없이 목소리를 높인다. 나도 새해에는 좋은 일만 있었으면 좋겠고, 작년 한 해를 힘들게 한 코로나 19도 물러가서 일상으로 돌아갔으면 하고, 이상 기후도 잠잠해져 농사가 잘 되어 가정 경제가 좀 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하지만 저절로 세상이 좋아지진 않는다는 걸 우린 잘 안다.

작년 한 해 동안 우리가 막지 못한 부조리가 얼마나 많은가? 고 김용균 군을 포함하여 산업 현장에서 원칙을 지키지 않아 세상을 달리 한 사람들이 수십 명을 넘었고, 그를 통제하고자 국회에서 중대재해기업법이 계류 중에 있으나 아직 통과가 요원하다. 어떤 이들은 이런 법들이 기업들의 기업 활동을 제약한다고 우기고 있으니 통탄할 노릇이다. 아무리 우리가 자본주의 국가에 살고 있다지만 일부 소수의 이익을 위해 죽어 가는 사람들조차 책임지지 못하고 일부는 죽음이 그들의 부주의 때문이라고 밀어붙이고 있으니 우리가 진정 21세기 민주주의 세상에 살고 있는 것인지 의문을 가지지 않을 수 없다.

작년 말 경기도 포천 지역에서 한 캄보디아 이주 노동자의 죽음이 전해져 왔다. 나이도 이제 겨우 30세이고 죽음의 원인이 동사라고 하니 듣기에 참담할 뿐이다. 농장의 비닐하우스에서 자다가 변을 당했다고 하니 같은 시골에 있는 나로서는 그 소식이 달리 들렸다. 나름대로 꿈을 가지고 한국에 일하러 왔을 것이고, 몇 년 고생해서 고국으로 돌아가 가족들과 즐겁게 지낼 계획이었을 텐데 그 희망은 꿈으로 끝나 버렸다.

지금은 코로나 19로 인해 시골에서 외국인 이주 노동자들이 많이 줄었으나 2~3년 전만 하더라도 많은 이주 노동자들이 주변에 많이 있었으며 돈을 아끼기 위해 그 더운 여름날에도 대여섯 명이 한 방에서 지내는 걸 많이 보았다. 그때마다 안쓰러운 생각이 많이 들었고 하루빨리 그들이 원하는 돈을 벌어 고국으로 돌아가 즐거운 삶을 살길 기도했다. 왜냐하면 그들 역시 인간이고 행복을 누릴 권리가 있으며 이 지구의 구성원으로서 똑같이 대우받길 원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실은 많이 그렇지 못하다. 말이 통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학대받기도 하고 그 나라의 생활 습관이 우리 것과 다르다고 해서 무시당하기 일쑤다. 만일 우리나라 사람이 다른 나라에 가서 그런 처우를 받는다면 우리 스스로 그걸 당연하다고 인정할 수 있는가?

한 걸음 더 나아가 다문화 가정에 대해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현재 우리나라 다문화 가정이 백만 가구 이상이란다. 한 가구당 애가 1명이라 쳐도 해당되는 사람은 삼백만 명 이상이다. 이런 상황인데도 아직 우린 이들에 대한 배려가 너무도 부족하다. 그 일례로 추석이나 설이 되면 각종 매체에서 백의민족이니, 우리 민족이니 하면서 전통을 강조하면서 은근슬쩍 핏줄의 정통성에 대해 정당성을 강요한다. 본인들이야 그렇다 쳐도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이 사회의 구성원이 되어버린 2세들은 이를 어떻게 받아들일까? 그들이 성인이 되어서도 이 사회를 진정 자신이 비비고 살아야 할 사회라고 인정할 수 있을까?

365일이 지나면 또 새해가 온다. 그러나 우리가 진정 새로워지려면 구태를 버려야 하고 끊임없이 새롭게 깨어 있으려는 노력을 하지 않으면 안 된다. 사회의 부조리에 대해 관심을 가져야 하고 목소리를 내어야 하며, 그래야 하루하루 지날 때마다 어제보다 더 나은 세상이 될 수 있다. 제목이 가물가물하지만 어느 책에서 우리가 세상에 온 이유를 이렇게 적어 놓은 걸 봤다.

우리가 세상에 온 이유는 이 세상을 어제보다 나은 세상으로 만들기 위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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