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리지와 거창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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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리지와 거창가
  • 한들신문
  • 승인 2021.01.11 1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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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학자 신용균

택리지라는 책이 있다. 조선 후기 이중환이 쓴 지리지다. 제목부터 남다르다. ‘택리라고 했으니, 좋은 마을을 선택해 살라는 말이다. 논어에서 따왔다. “어진 마을이 아름다우니, 어진 마을을 가려서 살지 않으면, 어찌 지혜롭다고 하겠는가!” 택리지는 거창은 땅이 비옥하고 산수가 좋아 살만한 곳이라고 했다. 지금 거창은 살만한 곳인가?

거창은 소송 판이다. 소위 국제연극제 소송에서 거창군이 패했다. 어리석은 계약으로, 십 수 억여 원을 물어주어야 할 판이다. 여론이 비등하다. 여기에 군의원 한 사람이 고발되었다. 혐의는 군의회 방청 거부다. 코로나 때문이라는 변명이다. 그러나 다 안다. 군의원이 아니라 군수다. 군의회가 아니라 국제연극제. 방청 거부가 아니라 무능과 탐욕이다. 하루가 아니라 10년이다. 같은 사건의 연속이다.

소송과 고발을 가볍게 볼 일이 아니다. 지역사회에서는 좀처럼 송사를 벌이지 않는다. 향촌에는 소송이 아름답지 않다는 전통이 있다. 혹 잘못했더라도 꾸짖으면서 스스로 뉘우치기를 기다린다. 이것이 어진 마을이다. 그런데도 소송이 발생했다면, 이미 심각하다. 역사를 보면 안다.

예전에도 나쁜 정치가 있었다. 거창 선조들은 4가지 방법으로 대응했다. 첫째가 도망이었다. 견딜 수 없어 떠났다. 당시 이사는 불법이었다. 그래서 밤에, 몰래, 가족이 함께 도망쳤다. 때로는 한 마을 사람이 모두 도망치기도 했다. 이름하여 야반도주다.

모든 사람이 도망칠 수 있었던 것이 아니다. 오히려 그들은 소수였다. 대부분은 떠날 수 없었다. 그들이 택한 방법이 항조거세였다. , 세금 거부다. 처음부터 그러지는 않았다. 군수에게 청하다 청하다 어쩔 수 없이 한 일이다. 그러다가 관청에 끌려가 곤욕을 당했다. 때로는 곤장을 맞아 죽기도 했다.

일이 여기에 이르면, 소송의 단계로 들어간다. 이름하여 의송이다. 오늘날의 고소, 고발, 소송이다. 그때는 법원이 따로 있지 않았다. 경상감사(도지사)가 재판했다. 거창에는 유명한 의송이 있었다. 1841, 거창의 유생들이 못된 수령을 고발했다. 묵살되었다. 오히려 유생들이 매 맞아 죽고, 옥에 갇히고, 귀양 갔다. 울분을 참지 못한 유생이 고발장을 노래로 지어 불렀다. 곧 전국으로 퍼졌다. 그것이 거창가. 거창가는 조선 후기 대표적인 민중의 저항 가사다.

여기에 거창이 폐창이 되었다는 유명한 구절이 있다. 첫머리에 나온다. 요즘 말로 풀어쓰면 이렇다. ‘이재가라는 놈이 어떤 놈인데, 그놈이 거창에 오고 나서 거창이 폐허가 되고, 거창 사람들이 모두 못살게 되었구나!’ ‘거창폐창의 대조가 선명하다. 한때 이 구절은 전국에, 오랫동안 유행했다. 일제시대 잡지에도 거창이 폐창이라는 기사가 나올 정도였다.

저항의 마지막 단계는 소위 민란이다. 실제 거창가 사건 20년 후, 거창 농민들이 봉기했다. 군청을 점령하자 수령이 도망갔고, 향리와 토호의 집을 불살랐고, 암행어사를 욕보였다. 후에 수령은 파면되고, 부패한 향리들이 맞아 죽고 참수되었지만, 저항했던 유생과 농민 또한 희생당했다. 비극이었다.

도망, 세금 거부, 소송, 봉기. 지금은 어느 단계인가. 소송과 고발이 그 조짐이다. 이미 오래 묵었다. 거창교도소 싸움에서 여실히 드러났거니와, 아직 거창군수는 사과 한마디 없고, 주민투표에서 명백한 불법을 저지르고 유죄판결을 받은 군의원은 여전히 당당하다. 국제연극제의 부패를 지적한 지 10여 년이 지났지만, 무능과 탐욕이 무수히 교차되고, 덩달아 이권에 군침을 흘리는 토호까지 설쳐댄다. 세월 차이가 180년인데, 그때와 지금이 너무 닮았다. 수령, 향리, 토호가 주범이다. 무능과 부패, 독선과 탐욕이 원인이다.

모든 일에는 징조가 있다. 그 조짐을 읽는 자가 현명하다. 예나 지금이나 거창군민의 소망은 한결같다. 택리지에서 말한 살기 좋은 거창이다. 이것이 변치 않는 거창의 민심이다. 한계를 넘으면 폭발한다. 거창가에서 말한 폐창이다. 혹 떠났고, 떠날 수 없었던 사람들은 세금을 거부하고, 소송 걸고, 봉기하여, 저항했다. 이 또한, 거창의 민심이었다. 자고로 민심은 곧 천심이라 했다. 불변의 법칙이란 뜻이다. 바로 해결할 일이다. 방법은 간단하다. 결자해지, 반성하고, 사과하고, 고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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