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민]웅양면 새 식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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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민]웅양면 새 식구
  • 한들신문
  • 승인 2021.01.25 1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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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농인 고재천
귀농인 고재천

어느덧 2021년 새해가 밝았다. 올해로 8살이 되는 큰딸이 드디어 초등학교에 입학을 하게 된다. 부산에 있었다면 아내가 한 해 휴직을 하고 아이가 처음 가는 학교에 적응할 수 있도록 도왔을 것이다. 도시에서는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이다. 하지만 여기 이 작은 면 단위 학교에서는 그럴 필요가 없다. 아이는 유치원 옆반으로 자리만 옮기고 오랫동안 정이 든 유치원 친구들과 헤어지지 않고 모두 같은 반으로 진학을 하게 된다. 초등 입학 때문에 부모가 느끼는 스트레스가 하나도 없다.

새해 1, 두 가구가 부산에서 웅양면으로 전입해왔다. 지난 한 해 여러 사람들이 많은 노력을 기울인 시골 초등학교 살리기가 성과를 낸 것이다. ‘시골 초등학교 살리기는 아이들 수가 눈에 띄게 줄어들어 폐교 위기에 놓인 면 단위 학교들을 위해 시골집을 리모델링하여 집을 제공하고 일자리도 소개해주는 사업이다. 우리 학교는 가북이나 신원처럼 전적인 지원을 받지는 못 했으나 일부 예산을 지원받아 집 두 채를 수리할 수 있었다. 덕분에 웅양초등학교는 새 식구가 4명이나 들어와 문을 닫을뻔했던 유치원도 그대로 운영될 수 있었고 2명밖에 없었던 2학년도 세 명이 되었다.

아는 만큼 보인다고 했던가? 처음 이 사업을 진행할 때는 사업 담당자도 또는 지역 주변 사람들도 잘 될까 하는 의구심이 컸다고 들었다. 도시에 사는 사람들이 굳이 왜 시골로 아이들을 데리고 올까 하는 것이었다. 우리도 처음 웅양으로 이사를 했을 때 특별히 학교에 대해 기대를 하거나 아이들 교육 때문에 온 것은 아니었다. 그런데 도시에서 나고 자란 우리들의 기준에서 본 웅양초등학교는 도시에 있는 어떤 고급 사립학교나 대안학교보다도 훨씬 좋았다. 무엇보다 아이들이 한 명 한 명 귀한 대접을 받는 것이 느껴졌다. 대도시에서 학군이 좋다고 하는 곳의 학생 수는 보통 한 반에 30명 정도 되고, 아이는 그 안에서 인정받기 위하여 본인도 모르게 주변 친구들과 경쟁하게 된다. 하지만 여기서는 특별히 잘나지 않아도 학교 안 모든 사람들이 이름을 불러 주는 존재이기 때문에 애쓰지 않아도 아이가 가진 그 모습 그대로 인정받을 수 있다.

물론 도시에 산다고 모두 이런 생각을 가진 것은 아니다. 하지만 도시에 사는 많은 사람들이 나와 같은 생각을 한다. 작년에 거창에서 진행한 시골 학교 살리기사업이 모두 다 성과를 낸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올해는 예산이 없어 더 이상 이 사업이 진행되지 않을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더 많은 예산을 들이고도 실질적인 인구 유입에 실패하는 경우가 허다한데, 이렇게 성공적인 길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예산을 문제로 더 이상 사업을 진행하지 않는다는 것은 면에 있는 작은 학교 살리기와 더 나아가 효율적인 면 인구증가 정책을 그냥 버리는 것과 같다. 군은 예산을 배정하여 이 사업이 계속 진행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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