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촌단상]아...정보는 힘이다, 예나 지금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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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촌단상]아...정보는 힘이다, 예나 지금이나!
  • 한들신문
  • 승인 2021.02.08 1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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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촌인 정애주

낙향하고 빈집을 샀다. 마을 전체가 담이나, 대문을 두고 있지 않은 탓에 새로 지어 살게 된 집과 옆집은 경계가 불분명했다. , 뒤 유리창이 외벽인 우리 집은 밤이고 낮이고 이웃한 집에서 훤하게 들여다보이는 아주 개방적인(?) 구조임에 난, 그 빈집을 지인이 사서 우리 부부의 사생활을 좀 가리는 일에 도움을 받고 싶었다. 그러니, 내 의사를 100% 동의해줄 친밀한 관계여야 했다. 결과적으로 나의 사심 가득한 계획은 불발! 예산도 없이 또 감행했다. 일단 빈집 매입을 마치고 나니 생각지 못했던 일이 자꾸 더해진다. 수리 비용이 계속 늘어갔다. 아이들이 오면 숙박할 수 있는 본채와 부속 건물 중 일부를 수리하여 그럭저럭 쓰고, 흙으로 지어진 헛간은 한 계절 내내 토치로 야리꾸리한 냄새와 벽과 천장에 붙은 가축분뇨들을 굽고 태워서 나름 잘 사용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작년에 반복하여 휘몰아치던 물, 바람이 헛간의 양철지붕을 날려버리는 참변이 일어났다. 흙집은 물이 부수고 뭉개서 자칫 허물어질 것 같았고 남은 양철지붕은 언제 날아가 흉기로 변할지 알 수 없었다. 임시방편으로 먼저 낙향한 이웃들이 물받이를 해주고 물길을 내어 보았지만... 연일 쏟아지는 비와 하루걸러 다녀가는 바람에는 속수무책이었다. 하는 수 없이 이장님께 여쭈어 마을 구원투수를 소개받았다. 그리하여 제법 값을 치르고 문제의 영역을 교체하여 지붕을 수리했다. 다음 숙제는 흙벽돌을 보수해야 한다. 산 넘어 산.

새해가 시작하고 며칠 뒤 친구가 왔다. 우리 부부가 낙향한 뒤 우리 마을에 빈집을 구입한 용감한 친구다. 금년에 집을 보수해서 이사를 한다 하며 그녀가 툭 던지는 말, “귀향인 빈집 리모델링 지원사업이 있더라. 넌 지원받았니?”라고! , 뭐지?! , 모르고있는 거지?! 가뭄에 단비같은 정보!!! 친구이기에 알려주는 고급 정보!!!

매주 화요일 오전은 시간을 비웠다. 정확히 말하면 그 시간은 마을을 배우기로 했다. 기회가 좋았다. 하성(적화)마을 역사위원회라는 단노을문화센터의 동아리가 마을 인생 기록관을 출범시켰다. 그 한 부분 자발적인 용역을 담당하기로 했다. 매주 마을 분들을 모셔서 2시간 남짓 살아온 이야기를 듣고 보존하는 일이다. 지극히 개인의 이야기이지만 마을공동체의 과거 현재를 짐작할만한 서사가 있다.

어쩌면 다시 듣기 어렵겠다 싶은 어른들을 우선 모셨다(현재 코로나 방역지침에 따라 고령의 어른들은 잠시 차순으로 하고 있다). 자연스럽게 일제강점기, 한국전쟁을 거쳐 어찌 살아내셨는지를 듣게 되었다. 미혼여성들 기름 짜는 곳으로 강제동원될까 봐 혼기가 아니어도 시집을 가야 했고 남성들은 돈 벌 기회라는 말에 바다 건너 일본을 가기도 했단다. 퇴각 못한 북한 병사는 마을 서당에 와서 글을 배우기도 했다는 이야기, 후에 국군이 들어와 그 어린 병사를 사살했다는 이야기. 누구도 완전 죄인이 아니어도 너무도 서글펐던 삶의 현장을 배운다.

문득 질문이 생겼다. 첩첩산골 산도 내도 오르고 건너야 다음 마을에 다다를 그 시절 세상 정보는 어떻게 전해 들었을꼬? 누가 전했을까? 내가 여쭙는다. 혹 방물장수들이 다녀가십니까? 했더니 그건 아니고 장에 가면 이야기들을 듣고 온다 하셨다. 그 나머지는 마을의 구장(이장)을 통해서란다. 그러니... 정보는 소문, 풍문이거나 행정적인 시혜자가 독점했음이 분명하다.

지금도 정보는 힘이다. 때때로 아니 아주 자주, 인격보다 우선하고 지식보다 우월하다. 상상력이 발동한다. 정보전달자들은 화이트리스트, 블랙리스트가 있었을 것이다. 정보수혜자를 취사선택하고 축소하거나 과장하거나 왜곡하고 비틀어 오염된 정보는 또 얼마나 무기가 되었을까? 내 편은 좋은 정보, 네 편은 나쁜 정보! 그들은 위세 등등했을 터이고 수혜자는 눈치 보기 바빴을 터이다. 그 시절 정보 독재자의 공평한 정보공유가 가능할 수 있었을까?

지금을 사는 나도, 내 친구의 정보가 없었다면 몹시 억울할 뻔했을 일이 있는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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