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도서연구회 거창지회와 함께하는 어린이 책 여행 (77)「여우난골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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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도서연구회 거창지회와 함께하는 어린이 책 여행 (77)「여우난골족」
  • 한들신문
  • 승인 2021.02.08 1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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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도서연구회 임혜윤
백석 시 / 성찬 풀어쓰고 그림 / 창비출판사 / 2007.2.9
백석 시 / 성찬 풀어쓰고 그림 / 창비출판사 / 2007.2.9

까치까치 설날은

2021년 달력이 책상에 올려진지가 한 달이 지났습니다. 예년과 다르게 새해를 알리는 보신각 타종행사가 작년 영상으로 대처하고 해돋이 명소는 폐쇄되었고 우리 지역 감악산 해맞이 행사도 취소되었습니다. 우울하게 한 해를 시작하는 듯하지만 올해 연말에는 웃으며 새해맞이를 하려면 오늘의 답답한 심정은 참아야겠지요?

 

많은 사람들이 잃어버린 2020년이라고들 하지만 다행인 건 온라인으로 아이들을 만나고 책 읽어주기 활동을 이어 갈 수 있어 귀하고 감사한 한 해를 보냈습니다. 어서 코로나 이전의 평범한 일상이 돌아오기를 새해 소망으로 기도해 봅니다.

 

다음 주가 설날이라 소개할 책을 여우난골족으로 선택해 보았습니다. 제목에서 벌써 연상되듯이 여우가 자주 나오는 골짜기 마을에 사는 가족들의 정겨운 설날 풍경이 오늘을 사는 우리들의 부러움을 사기에 충분합니다.

사회적 거리 두기가 지속되고 5인 이상 집합 금지라 친척들이 모이는 것이 어렵게 되어 명절 분위기가 나지 않을 것 같습니다. 책으로나마 설날을 기분을 즐겨 보시기 바랍니다.

 

여우난골족은 천재 시인 백석이 193512조광에 발표한 시입니다. 생각해 보니 우리 세대는 국어시간에 백석은 해방 이후 월북한 작가여서 정치적 색깔과 사상에 어긋난 시인이라 하여 그의 시를 공부한 기억이 없습니다. 세월이 흐르니 역사가 바로 잡아지면서 백석은 월북한 것이 아니라 만주를 떠돌다가 해방 이후 일가친척이 모여 사는 고향 평안북도 정주로 돌아간 것이고 고향에서 농사지으며 평범한 삶을 살다가 타계했다는 소식과 함께 백석에 대한 시선이 바뀌기 시작했습니다.

그에 대한 많은 연구와 논문들이 나오고 어린이 그림책에 <개구리네 한솥밥>, <준치가시>, <산골총각>, <집게네 네 형제>나 오늘 소개할 <여우난골족> 같은 책도 나오게 되었습니다.

 

그럼 이제 본격적으로 책 이야기를 시작해 보겠습니다.

책 표지에 한복을 입은 10여 명의 아이들이 어딘가를 향해 달려가고 있습니다. 흰 눈이 펑펑 내리는데 춥지도 않은지 모두 함박웃음을 지으며 신이나 있는 것이 무척이나 즐거운 일이 있나 봅니다. 어린이 책으로 편집되며 많은 부분이 쉬운 말로 바뀌어 재편집되어서 이해가 쉽고 홍성찬 그림작가의 그림이 이야기와 서사를 함께하고 있어 그림만으로도 읽을 수 있습니다. 설날 아침부터 다음날까지 가족이 모이는 모습이 정겹게 나열되어 있습니다.

앞표지부터 뒤표지까지 그림이 가득 이야기를 하고 있고 백석의 유년시절 설날 할아버지, 할머니 댁으로 가는 길에 모여드는 일가친척을 사는 지역과 인물의 생김새로 재미나게 묘사했습니다. 오늘날의 식구 수의 3배는 됨직한 가족들이 모여 왁자지껄 벌이는 설날의 풍경은 아이들을 들썩이기에 충분합니다.

 

원문을 읽어보니 생경한 함경도 사투리와 방언이 가득 쓰여서 다른 나라 글을 읽는 느낌입니다.

아이들과 쉽게 읽히는 그림책을 먼저 읽고 원문을 읽어보는 재미를 느껴보시기를 추천드립니다. 그냥 흘려버릴 수 있는 명절 이야기를 통해 백석이 무얼 말하려 했는지 이야기해보는 것도 의미 있을 것입니다.

일본의 민족말살정책으로 우리의 것이 사라져 갈 때 어린이가 보는 시, 동화 속에 우리의 고유한 가족문화정신이나 각종 음식, 놀이를 방언과 사투리로 최대한 살려서 구체적으로 기록해 놓았습니다. 우리 것을 지키고자 했던 백석의 강한 신념과 노력에 감사한 마음이 듭니다.

 

이번 까치까치 설날 연휴에는 집에 머무는 시간이 많을 것 같습니다. 힘들다, 어렵다, 답답하다는 부정적 불만보다는 내가 있는 곳에서 가족들과 작지만 의미 있는 추억을 만들어 봐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여러분도 함께 하실 거지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거지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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