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학교 이야기 11]졸업을 앞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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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학교 이야기 11]졸업을 앞두고
  • 한들신문
  • 승인 2021.02.22 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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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상초 6학년 담임 금원배

곧 졸업이다. 6학년을 졸업하면서 기억에 남는 이야기를 쓰자고 했다. 고개를 숙이고만 있다. “선생님, 뭐 써요?” 쓸 마음이 일어나야 쓰지. 할 말이 있어야 쓰지. 어떻게 아이들 마음을 일으킬까?

비가 온다. 밖으로 나가자. 우리가 걸었던 그 길을 오늘 걸어보자. 그럼 싸매 두었던 이야기보따리가 풀릴지 몰라. 노래도 부르자. 우리가 함께 불렀던 그 노래를.

 

<고민> ○○

빨리 졸업을 하고 싶다. 졸업하면 장학금을 받고 방학도 한다. 졸업해서 중학교도 구경해보고 싶다.

여섯 살 때부터 다닌 학교를 바로 떠나는 건 힘들다. 오랫동안 다닌 학교라서 더 힘들다. 중학교도 가보고 싶지만 더 초등학교에 있다가 가고 싶다. 졸업식이 점점 가까워질 때마다 시간은 더 빨라지는 거 같다.

 

<기타 줄> ○○

산책을 갔다 오고 ◊◊이가 글쓰기를 하기 전에 노래를 부르자고 했다. 몇 명은 듣고 싶은 것 같고 몇 명은 원하지 않는 표정이었다. 선생님이 보라색 수건 같은 것에 기타를 들고 왔다. 음을 맞추려고 선생님이 기타 줄을 하나씩 쳐 보면서 조율기로 음을 맞춘다.

하나는 리 링링하는 소리가 들리고 다른 하나는 띠딩하는 소리가 들린다. 조율기를 돌릴 때마다 음하고 소리가 바뀐다. 음을 맞추고 선생님이 기억이라는 노래를 불러준다. 노래 중간에 이름을 불러준다. 이름을 불러줄 때 , 이제 졸업이구나라는 생각을 했다.

 

<추억> ○○

오늘 4교시에 산책 갔다 와서 선생님이 노래를 불러 주셨다. 선생님이 기타 음을 맞추고 있다. 음 맞추는 걸 들으면 마음이 편해진다. 선생님이 노래를 부른다. 노래를 들으면 , 벌써 6학년이 끝났구나라는 생각이 든다.

선생님이 노래를 부르면서 이름을 말한다. 내 이름을 말하는 게 기다려진다. 내 이름을 듣는 순간 마음이 뭉클해진다. 6학년 처음에는 빨리 끝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점점 6학년이 지나갈수록 추억이 생길수록 아쉽다는 생각이 든다. 친구들이랑 도토리 주워서 도토리묵도 만들어 먹고, 선생님 집에 놀러도 가고, 우리가 키운 채소로 요리도 하고 정말 많은 추억이 생겼다. 시간이 지날수록 아쉽다는 마음이 더 커진다.

 

<일기> ○○

나는 이번 겨울방학에 학교를 다니면서 처음으로 날마다 일기를 썼다. 선생님은 자주 글쓰기를 시키셨다. 덕분에 날마다 일기를 쓸 수 있었던 것 같다. 방학이 끝난 다음 날, 일기를 쓰는 게 재미있었는지 안 써도 되는 일기를 내 몸이 멋대로 일기를 쓸려고 했다.

 

<숲 놀이터> ○○

오늘 3교시에 밖으로 나가서 우산을 쓰고 숲 놀이터 위로 올라갔다. 숲 놀이터는 작년에 만들어졌다. 만들어지고 나서는 학생들이 숲 놀이터에서 많이 놀기도 한다. 놀이터에는 그네가 있다. 학생들이 그네를 타며 이야기를 한다. 나는 우리 학교에서 숲 놀이터가 제일 좋다.

 

<학교> ○○

이제 졸업까지 10일 남았다. 유치원부터 6학년까지 지내오면서 학교가 참 많이 변했구나라는 생각이 든다. 유치원 때는 놀이터만 있었다. 지금은 숲 속 놀이터가 생겨서 그네, 그물 사다리, 해먹, 출렁다리에서 놀 수 있다. 학교 뒤에 있던 닭장도 텃밭으로 갔다. 이제 산책을 갈 때 냄새가 안 난다. 지금은 트리하우스를 만들고 있다. 우리가 졸업하고 완성할 것 같다. 다른 애들이 우리 대신 더 재밌게 놀아주면 좋겠다.

그동안 지내오면서 학생 수가 많이 없었는데 이제는 학생 수가 많아지면 좋겠다. 우리 학교에는 좋은 곳이 많아서 참 좋다.

 

<졸업> ○○

조금만 있으면 졸업이다. 내가 이 학교를 졸업하고 중학교에 가려고 하니까 후배들이랑 같이 논 것이 기억에 남는다. 이제 졸업할 날이 다가오니 자랑스럽기도 하고 섭섭하기도 하다. 후배들이랑 같이 논 기억 때문에 졸업하려니까 마음에 걸린다. 같이 얼음땡도 하고, 술래잡기도 하고 해서 그런가. 시간이 빨리 지나가는 것 같다. 6학년이 끝나는 날이 이제 10일이 남았다. 졸업이 다가오니 마음이 무거워진다.

 

<하오근 샘> ○○

졸업을 하려니

하오근 샘이 그리워진다.

늘 같이 축구하던 쌤인데

내가 가장 좋아하는 쌤인데

이젠 함께 축구도 못 하고

고민도 이야기할 수 없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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