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를 띄우다】세상과 당당히 맞장 뜰 ‘비장의 무기’를 가지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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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를 띄우다】세상과 당당히 맞장 뜰 ‘비장의 무기’를 가지시라
  • 한들신문
  • 승인 2021.02.22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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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편지 집배원, 김태섭 시인

나도 비장의 무기를 갖고 싶다

신승열

투병 중이던 선배의 부고를 받고
산을 오른다

가을 한가운데로
몸 던져 죽은 말벌의 주검이
낙화한 물매화의 꽃잎처럼 흩날리고
도망은 커녕 본 척도 않는
풀밭의 까치독사를 보며
저들만의 믿는 구석이란 게
독이란 걸까
죽음이 다는 아니란 걸까

벼랑 끝에 앉아
한참을 토하고 나니
스스로 목숨 끊은 선배의 말소리가
물매화 꽃잎에 하얗게 물들어온다
너는 어떤 비장의 무기를 가지고 있느냐

약수터 지나 빈 물통 들고
태연히 산을 내려오다

『내 마음에 굴참나무가 산다, 도서출판 뜨란』


몸을 던져 죽은 말벌처럼 는 가을날 폐부를 찌르는 창이었다.

낙화하는 물매화의 꽃잎처럼쓸쓸히 흩날리는 노래였다.

아니 오열 끝에 보았던 태연한 산이었을지 모르겠다.

 

그래서 삶 앞에 스스로 목숨을 끊을만한 배짱이 없다면,

살면서 어디 믿는 구석이라도 만들어 놓지 못했다면,

이도 저도 아니라면,

 

지금부터 요란한 당신의 빈 물통에 물을 채우시라!

도망가지 않는 까치독사처럼 물러서지 마시라!

세상과 당당히 맞짱 뜰 비장의 무기를 가지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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