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편지 집배원, 김태섭 시인
나도 비장의 무기를 갖고 싶다
신승열
투병 중이던 선배의 부고를 받고
산을 오른다가을 한가운데로
몸 던져 죽은 말벌의 주검이
낙화한 물매화의 꽃잎처럼 흩날리고
도망은 커녕 본 척도 않는
풀밭의 까치독사를 보며
저들만의 믿는 구석이란 게
독이란 걸까
죽음이 다는 아니란 걸까벼랑 끝에 앉아
한참을 토하고 나니
스스로 목숨 끊은 선배의 말소리가
물매화 꽃잎에 하얗게 물들어온다
너는 어떤 비장의 무기를 가지고 있느냐약수터 지나 빈 물통 들고
태연히 산을 내려오다『내 마음에 굴참나무가 산다, 도서출판 뜨란』
‘몸을 던져 죽은 말벌’처럼 詩는 가을날 폐부를 찌르는 창이었다.
또 ‘낙화하는 물매화의 꽃잎처럼’ 쓸쓸히 흩날리는 노래였다.
아니 오열 끝에 보았던 ‘태연한 산’이었을지 모르겠다.
그래서 삶 앞에 ‘스스로 목숨을 끊을’ 만한 배짱이 없다면,
살면서 ‘어디 믿는 구석’이라도 만들어 놓지 못했다면,
이도 저도 아니라면,
지금부터 요란한 당신의 ‘빈 물통’에 물을 채우시라!
도망가지 않는 ‘까치독사’처럼 물러서지 마시라!
세상과 당당히 맞짱 뜰 ‘비장의 무기’를 가지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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