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촌단상]잘 배워서 칭찬받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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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촌단상]잘 배워서 칭찬받고 싶다!
  • 한들신문
  • 승인 2021.03.08 1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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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촌인 정애주

드디어 농지를 구입했다. 340평이다. 낙향한 지 3년이 되어 첫 목표가 달성된 것이다. 마을 선배님이 추천해주셔서 인연이 된 땅이다.

이 목표가 생긴 연유는 이렇다. 낙향하면서 처음 생각은 구입한 가옥을 수리해서 써야겠다고 생각했는데 아무리 수리를 해도 단열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는 전문가의 판단이었다. 신축을 위해 거창 소재 건축사무실을 인터넷으로 찾던 중, 지인의 지인인 건축가 한 분이 나의 은밀한 계획을 알게 되었다. 깜짝 놀랐다. 그때까지만 해도 열 사람 정도만 알고 있었다. 세상에 비밀이 없다는 것은 여러모로 확실하다! 단호하게 거절하고 피해봤지만 어쩔 수 없이 할 수 없이, 그러나 자발적으로 그분께 건축 일체를 맡기게 되었다. 전문가는 이런 경우 앞서의 모든 계획을 모조리 없던 일로 만드는 특별한 권위가 있다.

우여곡절 끝에 집은 완성되었고 특별한 조경은 하지 않기로 하고 대문도, 담도 부탁 부탁해서 만들지 않았다. 마을 이웃들과의 조우를 위해. , 풀과의 전쟁을 미리 차단하고자 건축가의 동의하에 마당을 전부 파쇄석으로 깔았다. 호기롭게!

그런데... 호기롭게가 얼마 되지 않아 부끄럽게되었다.

낙향하며 내심, 경험하지 못한 문화를 살면서 새로운 이웃을 찾아 인연을 만들어 살겠다 했던 그 대견한 생각과는 별개로 얼마나 무지몽매한 결정을 했는지를 이주한 이듬해 봄에 알게 된 것이다.

내용인즉, 우리 마을 선배들은 손바닥? 만한 땅에서도 소산물을 만들어 가계에 보탬이 되게 하는 탁월한 기술자들이셨다. 그러니까 내가 파쇄석으로 깔아버린 마당 규모이면 당신은 물론 자식들과 사돈까지 퍼주고도 남을 식재료를 만들 줄 아는 장인들이셨다. 그러니 그 아까운 땅을 못쓰게 만들어 버린 나는 그분들의 눈에 나이만 먹은 철없는 도시 사람이었다. 기가 차셨을 것이다.

눈치가 보인 나는 텃밭을 조금 만들어 죽을 둥 살 둥 작물재배를 시작했다. 울면서도 했고 앓으면서도 땅을 팠다. , , 씨앗, 벌레... 내가 얻으려는 작물에는 도무지 도움이 되지 않는 적군들 없는 흙과의 씨름을 하면서 때때로 덥고, 춥고, 아프고, 서러웠다. 아아... 나는 이 일을 누가 시켜서 하는 것도 아님에도 이렇게 버겁고 힘겨운데 이 땅만이 기업이셨던 양반들은 이 고달픈 일을 천직으로 평생 해오셨구나!!! 죄송했고 부끄러웠고 존경스러웠다. 진심으로 깊이. 그런 연고로 고민이 시작되었고 목표가 섰다. 빠른 시일 내에 농부가 되어야겠다고. 내가 배워야 할 문화였고 새로운 인연들과의 동병상련할 언어 교감 입문이었다.

작물도 결정했다. 당분간 목하 비밀이다. 이젠 행복한 유통에 대해 꿈꾼다. 적어도 우리 마을의 이름으로 상표를 붙이고 싶다. 수요자들에게는 믿음직한 유통이 될 수 있는 브랜드로 만들어가고픈 야무진 목표를 세운다. 천천히 그리고 부지런히.

작물재배의 특정은 농부가 한다. 그러나 판매의 불확실성 때문에 주로 일반적이고 안정적인? 작물을 재배하거나, 큰 기관이 해마다 추천하는 작물을 농작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러다 보니 안정되지만 특별하지 못하고 추천에 의한 손실임에도 결국 한 해 농사의 실패는 농부 개인의 몫이 된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그래서... , 적어도 내가 결정하고 내가 책임지는 생산자가 되고 싶다. 독립 농부라고나 할까?! 내 경험치에서 건져내고 내 능력의 한계를 알고서 시작해야 한다. 서울에서 귀하게 구매하던 작물을 심기로 했다. 항상 중국산이지 않을까 의심하면서 먹던 작물이다. 기대하시라.

땅을 중매해 주신 마을 어른, 농부 선배로부터 차근차근 배워볼 참이다. “잘 배워서 칭찬받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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