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학교 이야기 12]조리사로 일한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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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학교 이야기 12]조리사로 일한다는 것
  • 한들신문
  • 승인 2021.03.08 1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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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일과는?

출근하면 조리실 기온, 냉장고와 냉동고 온도를 확인한다. 식자재 배달 차가 오면 차의 냉동고 기온을 재고, 식품 검수를 한다. 식품 검수는 식자재의 종류, 상태, 무게를 확인하는 건데, 식단을 보면서 하나씩 확인한다. 쌀을 씻어 밥을 안치고, 육수를 끓일 동안 메뉴에 맞게 식자재를 소독하고 씻어서 썰어 둔다. 1040분쯤, 밥을 하기 시작하고 국도 끓이는데, 이때부터 정말 바빠진다. 1140분까지 밥과 국, 반찬 세 가지를 모두 다 해야 된다. 1150분부터 배식 준비를 하고, 1240분 정도에 배식이 끝난다. 유치원생 배식이 끝나고 초등학생에게 배식하기 전 비는 시간에 점심을 먹는다. 2시쯤 설거지가 끝나면 일지 쓰고, 내일 식단을 확인한다. 식단에 따라 미리 준비할 게 있으면 준비를 다 한 뒤에 쉰다.

 

조리사로 일하게 된 계기는?

14년 전에 자녀 3명이 거창에 있는 ○○초에 다녔다. 어느 날, 아이에게 급식 메뉴를 물었다. 국수를 먹었다고 했다. 다음 날에도 국수를 먹었다고 했다. 나중에 사정을 알고 보니, 조리사 혼자 일하는데 조리사가 아파 그랬더란다. 그 이야기를 듣고 설거지라도 도와주고 싶어서 고무장갑만 들고 두세 번 학교에 갔다. 그게 계기가 되어 조리실무사가 되었고, 9년 동안 거창여중에서 일했다. 3년 전에 조리사가 되었고, 주상초등학교는 조리사로 일한 첫 직장이다.

 

기억에 남는 일, 보람 있다고 느낄 때는?

○○초에서 일할 때, 급식소에서 김치 담그고 있으면 자녀 세 명이 서로 손잡고 와서 지켜보곤 했다. 그 모습이 참 예뻤다. 또 그때 같이 일하던 조리사, 다른 동료와 셋이 정말 많이 웃으며 지냈다. 그때가 지금도 자주 생각난다.

아이들이 점심 먹고 가면서 잘 먹었습니다.”라고 인사할 때 가장 보람을 느낀다. 몸은 힘들어도 아이들 인사말을 들으면, 피로가 풀린다. 요즘 아이들이 인사를 너무 잘해서 기분 좋은 날이 많다. 그런 아이들을 보는 게 참 좋다.

 

신경 쓰이고, 힘들거나 어려운 점은?

음식 하는 일이라 맛, 간이 항상 신경 쓰인다. 국은 염도측정기로 초등학생 기준인 0.6에 맞춘다. 다른 반찬은 사람마다 싱겁고 짜게 먹는 정도가 달라서 중간에 맞추려고 애쓴다. 소스가 있는 음식은 손이 많이 간다. 튀김에 소스가 있으면 튀김도 하고, 소스도 만들어야 하기 때문에 그렇다.

조리실무사가 오기 전까지 식재료를 혼자 준비해서 시간에 쫓길 때가 많다. 여름에는 튀김, 전을 할 때 열이 나고 땀이 많이 흘러 힘들다. 겨울에는 요즘은 시설이 많이 좋아져서 예전보다 나은 편이다. 특히 따뜻한 물을 계속 사용할 수 있어서 좋다. 장화를 신어도 발이 시려서 양말을 두 켤레 신는다.

 

바라거나 하고 싶은 말은?

올해 같이 일했던 조리실무사는 초단시간 근로자였는데, 채용시험에서 경력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한다. 어린 자녀를 둔 여성이 조리실무사(초단시간 근로자)로 일을 시작하는 경우가 많고, 계속 일을 하고 싶어 한다. 그런데 초단시간 근로자라고 일한 경력을 인정받지 못하니까 구직에 어려움이 있는 것 같다. 같이 일해 온 동료로서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초단시간 근로자로 일한 시간도 경력으로 인정되면 좋겠다.

예전에 같이 일했던 조리사가 조리실에 들어올 때 화나는 일은 밖에 두고 들어오세요. 기분 좋게 해야 음식도 더 맛있어요.”라고 했다. 그 말이 기억에 남는다. 화나는 일이 없을 수는 없지만, 그래도 모두 다 웃으면서 지내면 좋겠다. (2021.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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