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과 환경]방치된 슬레이트, 석면 노출의 위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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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과 환경]방치된 슬레이트, 석면 노출의 위험
  • 한들신문
  • 승인 2021.03.08 1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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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사회문화연구소 소장 백종숙

환경 파괴나 환경 오염은 인간의 삶을 위협한다. 더불어 환경 문제의 분포가 기존의 불평등한 사회 구조와 밀접하게 연계되어 있다. 오늘은 환경 문제 중 석면이 농촌 사회에 어떻게 방치되고 있는지, 어떤 유해성이 있는지를 살펴보고자 한다.

인류가 석면을 사용한 역사는 그리스-로마 시대부터였다. 석면을 이용하여 불에 잘 타지 않는 천, 건축재, 여성 의복을 만들었다는 기록이 있다. 고대 이집트인들은 파라오를 미라로 만들 때 석면을 사용하였다. 석면이 널리 이용되기 시작한 때는 산업혁명 이후부터이다. 20세기에 석면은 섬유, 건설자재, 전기나 열의 전도를 끊기 위해 사용(절연체)되었으며, 불에 타지 않고 잘 견딜 수 있는 재료(내화재), 자동차 브레이크 라이닝 등을 포함하여 우리 일상에 널리 사용되었다.

석면은 머리카락의 5천만 분의 1 정도로 아주 미세한 입자이다. 일반 마스크로 입자가 걸러지지 않는다. 석면을 철거할 때, 작업자들은 방진 마스크를 반드시 착용해야 하고, 6개월에 한 번씩 특수검진을 통해 폐에 이상 여부를 체크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러한 석면이 어떻게 농촌 사회에 퍼지게 되었을까? 1970년대 새마을운동의 상징으로 알려진 농촌 지역 지붕개량에 사용되었던 슬레이트가 석면의 주범이다. 정부는 초가지붕을 걷어내고 슬레이트 지붕으로 바꾸도록 종용하였다. 동아일보는 빚까지 지면서 어느 새마을이건 지붕개량을 제일 큰일로 생각하고 있다고 보도하였다. 당시 보도를 보면, 삼 칸 초가(25~30)를 슬레이트로 개조할 경우, 슬레이트 90(한 장당 시중 가격 430)이 든다. 정부는 지붕개조 비용으로 가구당 최소 59,300원이 드는데, 5천 원의 보조금과 1만 원을 융자로 지원하고, 나머지는 농민이 부담하였다(동아일보, 1972.4.12, 6). 새마을운동이 한창이던 시절에 전국에는 240만 개의 초가지붕이 슬레이트로 바뀌었다. 슬레이트는 농촌의 풍경과 주거환경 바꾸어 놓았지만, 비용은 고스란히 농민의 몫이었다.

1990년대에 이르러 슬레이트의 주성분인 석면 가루가 인체에 막대한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석면은 석면폐증과 중피종, 폐암 등과 같은 질병과 상관성이 있다는 증거가 드러났다. 우리나라는 2009년부터 석면이 전면 사용 중단하였고, 농촌의 슬레이트 지붕은 철거 대상으로 둔갑했다.

한때 농촌에서는 지붕 공사를 하고 남은 슬레이트에 돼지고기를 구워 먹기도 했다. 슬레이트는 기름을 잘 흡수하고, 슬레이트 골을 따라 기름이 흘러내려 고기를 구워 먹는 불판으로 인기가 있었다. 석면에 대한 규제도 없을뿐더러, 석면이 인체에 해로운지 몰랐기 때문이다.

지금 농촌에 슬레이트 지붕이 남아 있는 곳은 거의 없다. 문제는 오래되어 허물어진 집이나 빈집 여기저기에 깨진 슬레이트이다. 슬레이트 지붕은 철거의 대상인데, 깨어져 나뒹구는 석면에 대한 대책이 없다. 노령화된 농촌에서 깨진 슬레이트 조각에 관심을 두는 사람은 없다. 바람에 날리는 석면 가루는 농촌에 사는 사람과 동물, 환경에 심각한 피해를 준다. 지자체는 석면 슬레이트 지붕 수거에만 관심을 가지지 말고 방치된 슬레이트 조각을 수거 계획을 세워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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