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기 대상 된 농지, ‘어디 이 뿐이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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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기 대상 된 농지, ‘어디 이 뿐이랴...?’
  • 박재영 기자
  • 승인 2021.03.22 16: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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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틈 투성이 농지법이 투기의 원인
거창에서도 소문 무성... 전수조사해야
개발계획 심의 기구 등 민간인도 살펴야

일반인이나 공무원, 군의원들의 농지 투기 문제가 심심치 않게 지적되어 왔다. 농민이 아니고서야 취득해서는 안될 농지가 법의 사각지대에 놓이며 투기의 수단으로 전락되어 온 것이다.

LH 사건이 터지기 이전부터 거창에서는 농지를 이용한 투기에 대한 뒷말이 무성했다. 그중 하나가 거창 교도소였고, LH 사건을 계기로 그 이슈가 이제야 드러나게 됐다.

 

허술한 농지법이 투기의 원인

농지는 논과 밭 등 농작물을 기르는 땅이다. 농지법 등을 보면, ··과수원 등 지목을 불문하고 실제 농작물을 경작하는 곳을 농지로 규정한다. 과수, 조경수 등 나무를 심어도 된다.

헌법을 보면 원칙적으로 농지는 농민만 소유할 수 있다. 헌법 121조에는 농지는 경작자만이 소유할 수 있으며 농지의 소작 제도는 금지된다.’라고 되어 있다. 농지법에도 농업인과 농업법인만 소유할 수 있다고 되어 있다.

물론, 농업인이 아니어도 농지를 소유할 수 있다. 상속으로 농지를 취득하는 경우나 8년 이상 농업경영을 하던 자가 다른 곳으로 이농한 경우, 담보물로 농지를 취득하는 경우, 농지 전용 예정인 농지를 소유하는 경우 등이다.

시간이 흐르며 농지법이 개정되어 왔고, 그 과정에서 투기의 가능성이 열리게 됐다. 주말농장을 위한 예외조항이나 농사를 짓지 않아도 농지를 소유할 수 있는 다른 예외조항도 허용됐다. 농사 계획서만 제출하면 농사 경력이 없어도, 장비가 없어도 농지를 소유할 수 있게 됐다.

LH 직원이나 거창군 공무원(관련 기사 : 1)의 사례처럼 취득한 농지에 조경수를 심어놓고 경작하는 것처럼 꾸미는 게 전형적인 투기 수법이다. 8년 동안 묘목이나 비료 구입 영수증만 내면 농사지은 걸로 인정돼 그 뒤론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농지를 10,000까지 합법적으로 소유할 수 있게 된다.

이런 과정을 거치며 농지는 농업 생산의 대상이 아니라 자산으로서 평가받게 됐고 투기의 범주 속에 포함됐다.

, 서류상으로는 본인이 경작하는 것처럼 해놓고 다른 주민에게 임대를 주는 방법도 투기꾼들의 주요 수법이다. 거창에서도 한 군의원이 가조면의 농지를 자경 하겠다.(직접 농사를 짓겠다.)’라고 취득한 다음 임대를 줘 농지법을 위반하기도 했다.

이 같은 농지법 위반이 확인되는 경우 지방자치단체의 장이 농지의 처분을 명령할 수 있지만, 차명으로 소유하고 있다가 발각되더라도 웬만해서는 소유권을 박탈당하지 않는다. 이런 문제가 농지 투기를 부추기고 있다.

 

투기 의혹 있으면 확실히 조사해야

정부가 매년 농지 실태조사를 하고 있고 전수조사까지 하고 있지만 투기 의심 정황을 찾아내기란 어렵다. 공무원 한 명이 수많은 농지를 담당하고 있는데다가 인사이동을 통해 수시로 바뀌기 때문이다.

거창에서도 농지 투기 의혹에 대한 소문이 많다. 거창 교도소 부지가 그랬고, 상동·송정 택지지구도 마찬가지다. 거창읍 가지리와 동산마을 주변에도 개발에 대한 이야기가 돌자 농지 가격이 상승하고 있다.

이처럼 개발행위가 예정된 인근 지역에 대해서는 거창군이 전수조사를 통해 농지를 소유할 수 없었던 사람이 투기한 게 아닌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 거창군의 개발계획을 심의하는 기구에 참여하는 민간인들을 대상으로도 정기적으로 재산조회를 통해 심의한 부지 인근에 투기 의혹이 있는지 조사한 뒤 임면해야 한다.

 

정부, 투기 근절 대책 내놔

최근 정부는 농지 취득 규제 강화 및 공직자 부동산 재산 등록·신고 의무제 등 전방위적 투기 근절 대책을 내놨다.

정부 설명을 종합하면, 농림축산식품부는 현행 농지 관련 제도가 느슨해 투기 목적의 농지 매입을 걸러내지 못한다는 지적에 따라 농지 매입 사전·사후 관리를 강화하기로 했다. 민간 시민단체나 농업인이 참여하는 농지위원회를 신설해, 투기가 우려되는 지역의 농지를 취득할 때 위원회의 사전 심의를 거치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농지 소재지보다 멀리 떨어진 지역에 거주하는 관외 경작자등 투기 가능성이 있는 농지 구입자 등을 심의 대상으로 할 계획이다.

우량 농지로 지정된 지역(농업진흥지역)을 주말농장 등 목적으로 사려는 경우도 투기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취득을 제한하는 방안도 검토한다. 1미만의 소규모 농지 취득 때에도 영농계획서를 받는 방안도 마련할 계획이다. 농지 취득 이후에는 제대로 농업경영을 하는지 이용실태 조사를 의무화하고, 불법행위 처벌도 강화할 방침이다. 관련 내용은 모두 농지법 등 법 개정을 통해 추진한다.

토지나 주택 개발 정보를 일반인보다 미리 알 수 있는 공무원·공공기관 임직원들의 투기 근절 방안도 마련 중이다. 정부는 부동산 정책에 관여하는 공무원 및 공공기관 직원에 대해 부동산 재산 등록 및 거래 신고를 의무화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부동산 정책 관련 공무원·공공기관 임직원들은 부동산을 거래할 때마다 기관장에게 신고하는 것을 의무화하는 방안도 함께 추진한다. 재산등록제와 마찬가지로 본인 및 배우자, 직계존비속까지 신고 대상으로 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정부는 재산 등록·거래 신고 동시 시행으로 공직자들의 투기 행위를 사전에 억제하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외에 미공개 정보를 이용한 투기로 얻은 부당이익은 최대 5배까지 환수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불법행위 적발 시 부동산 관련 기관 취업 제한 등 제재도 가할 방침이다. 부동산 시장 4대 교란행위(비공개 정보 활용 투기, 시세조작, 허위매물 등 교란행위, 부당청약행위)는 가중 처벌하는 방안도 강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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