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도서연구회 거창지회와 함께하는 어린이 책 여행 (80)「가시소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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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도서연구회 거창지회와 함께하는 어린이 책 여행 (80)「가시소년」
  • 한들신문
  • 승인 2021.03.22 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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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도서연구회 김은옥
권자경 글 / 하완 그림 / 천개의 바람 / 2021
권자경 글 / 하완 그림 / 천개의 바람 / 2021

나는 가시투성이야

학기 초가 되어 아이들이 학교에 가고 나면 분주함이 사라지기도 전에 엄마들은 또 하나의 고민이 슬그머니 올라온다. 우리 아이는 학교에서 친구들을 잘 사귀고 있을까? 하는 걱정 말이다. 잘하겠거니 하는 믿음이 있지만 학교에 돌아온 아이에게 오늘 어땠니? 친구하고는 잘 놀았니?’ 하며 아이의 표정을 살피기 바쁘다.

아이들도 예외는 아니다. 처음 만나는 낯선 환경, 낯선 친구들에게 가시를 곤두세운다. ‘나 건들지 마의 메시지를 담아 친구들을 탐색하면서 자신을 방어한다. 한참을 이렇게 저렇게 좌충우돌하다 친구 사귀는 법도 터득하게 되고 자신의 가시를 다를 줄 도 알게 된다.

오늘의 소개할 책은 바로 그런 책이다. 친구를 사귀고 자신 안에 있는 가시를 다루는 방법을 다룬 그림책 가시소년이다.

사람과 관계를 하다 보면 내 취향인 사람과 내 취향이 아닌 사람이 가려진다. 내 취향이 아닌 사람은 함께 대화를 하는 것 자체가 힘들고 어렵다. 괜히 기를 빨리는 것 같아 자연스레 멀리하게 되고 안 만나게 된다. 하지만 몇 달 만에 만나도, 몇 년에 한 번 만나도 푸근하고 힘을 나누는 사람이 있다. 아마도 사람마다 갖고 있는 가시의 모양, 날카로움의 정도, 자신의 가시를 다루는 방법이 달라서 그럴 것이다. 그것이 취향이라는 이름으로 포장된다.

누구나 자신의 가시를 가지고 있다. 때론 날카롭게, 때론 뭉툭하게 불쑥 튀어나오는 가시, 그 가시를 다루기가 쉽지 않다. 어른도 늘 서툴고 어려운데 아이들의 경우는 더 하다. 세상에 나와 가족 이외에 처음으로 친구를 만나 서로를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과정은 쉽지 않다. 그러나 어른보다 아이들이 훨씬 지혜롭고 자신의 가시를 더 잘 다룰 줄 아는 것 같다.

이 책은 반동일시 그림책이다. 글과 그림이 일치하는 듯 일치하지 않는 듯 서로 보완하면서 보여준다. 글은 간결하다. 오히려 그림이 더 많은 정보와 내용을 보여준다. 그래서 이 그림책은 그림을 먼저 충분히 보고 글을 봐야 한다.

가시투성이인 아이는 친구들에게 다가가지 못한다. 그러나 그 아이 손에는 친구 만드는 방법이라는 책이 들려있다. 참 모순이 아닐 수 없다. 친구는 사귀고 싶으나 자신의 가시를 어떻게 다룰지 모른다. 그림작가는 가시소년을 한 면 가득 차게 배치하고 친구들은 대각선의 한 모서리에 아주 작게 배치하여 극도의 위압감을 느끼게 하였다. 가시소년의 입에선 시끄러워, 이 바보들아!’라고 마구 뾰족한 가시를 쏟아낸다. 건드리는 사람 모두 가시에 찔린다.

다음 장면은 반전이다. 가시소년은 조그맣게 표현되어 있고 우산을 받쳐 들고 있다. 옆 화면의 친구들은 비록 울고 있으나 복받쳐오는 감정을 보여주는 듯 크게 그려져 있다. 친구들이 쏟아내는 눈물을 우산으로 받아낸다. 친구들의 아픈 감정을 한 톨도 내 안에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강한 방어기제를 보인다. 가시는 매일 자라고 가시소년은 혼자 일어나고 혼자 밥 먹고 혼자 공부하고 혼자 집에 돌아오는 일상이 계속된다. 아침에 일어날 때는 얼굴 표정이 그나마 덜 어둡지만 집에 돌아올 때는 화난 얼굴에 뻘겋게 상기된 정도는 점점 심해져 온통 빨갛게 된다.

선생님에게도 혼나고, 벌을 서고 친구들은 놀리고, 엄마·아빠는 다툴 때, 가시는 때론 아주 크게, 아주 많이, 아주 날카롭게 내민다. 누구에게나 가시는 있어 버스를 기다리는 사람들의 그림자처럼 드리워진 가시의 모습이 저마다 다르고 개성 있게 그려져 웃음을 머금게 한다.

무서운 가시로 나를 두렵게, 무섭게, 아무도 건들지 않게 하자, 말하려고 하는 사람도 없고 다가서는 사람도 없다. 화면은 압도적으로 무섭게 가시를 내밀고 덤비는 가시소년을 피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생동감 있게 표현했다.

사막과도 같은 건조하게 메마른 산등성이는 인생에서 넘어야 할 산처럼 이어져 있고 가시소년은 선인장에 기댄 채 아주 조그맣게 쪼그려 앉아 있다. 그리고…….

혼자 있는 건 눈물이 나는 일이야

가시가 없다면 나도 웃을 수 있을까?”

가시소년은 드디어 핀셋을 집어 들었다. 거울을 갖다 대고 입에 솟구친 가시를 조심, 조심 뽑아낸다. 옆 화면엔 가위, 손톱깎이, 핀셋이 다양하다. 그중 하나를 집었다. 노란 점선을 따라가면 안다. 재미있는 유머다. 다음 장면 또한 반전이다. 혼자서도 할 수 있었던 일이 아니었다. 입에 돋은 가시는 단단했다. 오랫동안의 습성과 잘못된 품성은 쉽게 뽑아지질 않는다.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하다. 의사의 도움으로 마침내 가시를 다 뽑아낸다.

 

마침내 하고 싶은 말을 내뱉는다. 그리고 그 아이는 자신의 가시와 안녕을 한다. 가시는 그림자가 되어 자신의 가시 그림자와 안녕을 하는 그림이 긴 여운을 남긴다. 누구에게나 있는 가시를 어떻게 다루고 이별해야 하는지, 이별 뒤에도 불쑥 튀어나올 수 있는 가시를 어떻게 다루어야 하는지 묵직한 여운이 있다. 어른도 마찬가지로 자신의 가시를 볼 줄 알아야 하고 다룰 줄 알아야 한다. 그러나 어른이 더 못한다. 스스로 핀셋을 드는 노력, 스스로 가시를 뽑고 세상으로 나와 나랑 놀자~’를 말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하는 아이들만도 못하는 어른이 너무 많다.

 

나랑 놀자

나를 안아 주세요

나는 너를 좋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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