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학교 이야기 14]상전은 바로 당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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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학교 이야기 14]상전은 바로 당신
  • 한들신문
  • 승인 2021.04.08 1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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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상초 주무관 김동언

함양 서상초에 있을 때 일이다. 운전 주무관님이 유치원 아이들과 매우 친했다. 유치원 아이들이 운전 주무관님을 잘 따랐고, 그게 부럽기도 했다. 운전 주무관님이 퇴직했을 때는 많은 아이들이 울었다. 그것도 부러웠다.

하루는 그 주무관님이 유치원 아이들이 자기 말을 잘 따른다면서 얼마나 잘 따르는지 보여주겠다고 했다. 유치원 아이 한 명에게 나를 가리키면서 못생긴 아저씨라고 놀렸다. 아니나 다를까. 그 유치원 아이가 나를 보고 바로 못생긴~~ 아저씨라고 따라 했다. 옆에 아이에게도 전염이 됐는지 나를 못생긴~~ 아저씨라 놀렸다. 급식소 밥 먹으러 갈 때나 화장실 갈 때나 어디서나 매일 내가 보이기만 하면 못생긴 ~~ 아저씨를 합창했다. 17명 정도나 되는 꽤나 많은 아이들이 단체로 그러면, 나는 어느 때는 기분이 그렇게 좋지 못하기도 했다.

나는 운전 주무관님에게 사정을 했다. 학생들에게 그만 하게 해달라고 했다.

, 그러면 나의 위상을 확인했지.”

짐짓 거드름을 피우며 당장 바꿔주겠다고 했다. 유치원 아이들에게 나를 가리키면서 오늘부터 잘생긴 아저씨야. 그렇지 얘들아!” 했다. 유치원 아이들은 바로 ~~~”하고 합창을 했다. 그날부터 어디를 가나 잘생긴~~ 아저씨를 합창했다. 유치원 수업을 하다가도 내가 그 옆을 지나가면, 그 학생들이 전부 나를 향해 잘생긴~~ 아저씨라고 합창을 했다. 체육관에서든 운동장에서든 한 아이가 잘생긴~~ 아저씨라고 하면 순식간에 전염이 돼서 17명이나 되는 아이 모두가 잘생긴~~ 아저씨라 합창을 하며 내 주위를 돌았다. 황홀했다. 거의 아이돌 가수가 된 기분이 들었다.

그때를 생각하면 지금도 피식하고 웃음이 나온다. “잘생긴~~ 아저씨합창소리가 귀에 맴맴 돈다. 그렇듯 나는 아이들에게 위로를 받고 있다. 돈으로 환산할 수 없다. 내 인생 행복의 원천이다.

올해 1월 초에 고등학교에서 근무를 하다가 주상초로 발령이 났다. 방학 중에 놀러 온 아이들과 축구를 했다. 골키퍼를 하면서 아이들 눈망울을 봤다. 지금 놀고 있는 아이는 행복해 보인다. 나도 행복했다. 그 여운은 그 날 퇴근 후까지 이어졌다. 주상초는 행복학교라고 한다. 행복학교는 아이의 행복을 위한 거지만 아이가 행복해지면 우리도 덤으로 행복해진다.

나는 교사도 아니고 전문 교육자도 아니다. 학교에서 행정업무를 보고 있다. 하지만 아이와 평생 같이 살아야 할 운명에 있다. 굉장한 축복이자 고마움이다. 우리는 아이들 때문에 사는 그들의 수혜자이다. 그들은 우리의 주인이다. 아이들이 행복해야 우리도 좋다.

주상초는 아이들이 행복하기에 좋은 자연환경을 가졌다. 언덕 위에 지은 주상초는 작은 동산이 있고, 텃밭과 오솔길이 있다. 학교 자체가 자연이다. 거기서 노는 아이들은 티 없이 맑아 보인다. 그 아래 닭장은 아이들이 가장 많이 가는 주상초의 명소다. 아이들이 닭과 대화하는 모습도 자주 본다. 닭을 친구로 생각하는 듯 다정하다. 자연히 생명을 소중하게 여길 줄 안다. 작은 운동장에는 전망 좋은 곳에 위치한 각각 모양의 놀이터가 있다. 거기에서 노는 아이들은 각각의 추억을 만들고 있다.

주상초에는 학생을 행복하게 하는 좋은 교사와 직원이 많다. 언제나 미소를 머금고 있으며, 마음이 참 따뜻하다. 아이들 이야기에 귀 기울이고 다정하게 소통한다. 나를 따뜻하게 꽃과 삼행시로 맞아 주었다. 여기 온 지 3개월 채 안 되는데, 10년의 정이 든 듯하다. 나도 고마움에 6행시로 행복한 주상초의 현재 주인을 위해 화답해 본다. (2021.3.23.)

 

: 주인이 누구냐?고 물으신다면

: 상전은 바로 당신!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 초인처럼 주상초 80년 역사에

: 등장한 지금 오늘 우리 학생, 학부모님 말입니다.

: 학교의 모든 교사, 직원은 두 팔 벌려 언제나 당신을 환영합니다.

: 교육은 행복학교 주상초에 안심하고 맡겨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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