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민]농사지을 땅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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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민]농사지을 땅이 없다
  • 한들신문
  • 승인 2021.04.08 1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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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농인 백상하
귀농인 백상하

요즘 온 나라가 땅 투기 논란으로 시끌벅적하다. 수도권의 신도시 예정 택지를 미리 선점한 LH공사 일부(?) 직원들 때문이다. 직업상 알 수밖에 없는 정보를 이용하여 미리 땅을 사두어 두었고 아주 짧은 시간에 정당한 노동으로 벌어들이는 수익의 몇 배 이익을 취했으니 그런 기회를 갖지 못한 사람들의 상대적 박탈감은 커질 수밖에 없다. 아무래도 수도권 지역이 개발 행위도 많고 주택 공급도 아직 많이 필요하기 때문에 부동산 투기의 기회가 많이 주어지겠지만 이곳 거창도 교도소가 들어설 때 미리 정보를 안 사람들이 땅을 선점했다는 의혹이 스멀스멀 제기되고 있는 것 같아 마음이 무겁다. 이런 농촌지역에서 조차도 땅 투기가 벌어지다니!!

부동산 투기가 사람들로부터 지탄받는 이유는 공정하지 않다는 데 있다. 모두에게 공평한 기회가 주어진다면 아무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겠지만 시작부터가 이미 기울어진 운동장이다. 정보를 선점한 권력과 결탁해 막대한 이익을 취하는 부동산 투기는 하루하루 열심히 살면서 미래의 희망을 잃지 않으려는 대다수 평범한 사람들의 의지를 꺾어버릴 뿐만 아니라 부동산 가격을 상승시켜 집과 땅을 갖지 못한 사람들의 주거, 임차 비용을 늘려 생활을 피폐하게 만든다. 공정한 사회가 아니라 일확천금이 비일비재한 사회를 만들어 버린다.

농지도 투기 대상이 되면서 농사를 짓지 않는 도시 거주자에게 팔려 농산물이 아닌 토지 보상용 식물이 자리를 차지한다. 무늬만 농지이지 농지의 기본인 농산물 생산이 중단된다. 말로만 경자유전의 원칙을 이야기할 뿐이지 이것이 유명무실해진 것은 오래전 일이다. 농지에 대한 제도적 보완 장치와 감시 장치가 많이 있어야 하지만 이 역시 있으나마나한 제도로 전락한 지 오래며 특히 상속된 농지 중 비교적 도로에서 멀리 떨어져 있거나 아니면 산중에 있는 전답은 거의 대부분 농사를 짓지 않는 묵은 전답이 되어 있다. 우리 동네도 마찬가지다. 산 위로 조금만 올라가면 예전에 논밭이었던 곳에 나무가 많이 자라고 있는 걸 쉽지 않게 볼 수 있다. 해마다 농지가 줄어들고 있는 건 굳이 자료를 들이대지 않아도 누구나 다 알 수 있다. 수도권과 충청권에 일 년이 멀다 하고 들어서는 신도시가 그렇고 시골 어른들이 돌아가시면서 묵는 논밭이 그렇다.

시골에서 농사로 밥벌이가 쉽지 않다 보니 이곳이 고향인 사람들을 제외하고 농사를 업으로 삼으려고 들어오는 귀농인은 찾아보기 힘들다. 도시에서 축적한 부가 일정 정도가 되지 않으면 이곳에 와서 제대로 된 규모의 농지 및 관련 장비, 창고 등을 갖추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가뜩이나 사람도 없는 데다 진입 장벽도 높고 두껍게 만들어 놓았으니 이는 장기적으로 농촌을 더 피폐하게 만든다. 그 한 예가 진학 아동이 급격하게 줄어들고 있는 현상이다. 아마도 몇 년 지나지 않으면 웅양초등학교와 웅양중학교는 진학할 학생이 없어 이곳에 사는 학령 아동은 읍으로 통학 버스를 타고 다녀야 할지도 모른다.

농사를 지으면서 이곳에 살고자 하는 사람들이 쉽게 농지를 저렴한 가격으로 임차할 수 있어야 하며 농지의 대대적인 실태조사 없이는 불가능하므로 목적성 있는 실태조사 및 그에 따른 대폭적인 제도 개선이 되어야 하고, 특히 부재지주에 대해서는 엄격한 제한을 두어야 한다고 본다. 농지를 회수하거나 임차로 강제전환시키는 법안이 말뿐이 아닌 현실이 되도록 해야 하고 임차를 희망하는 귀농인, 현지인들에게 큰 제한 없이 제공되어야 함은 말할 필요도 없다. 농사 없이 단순 거주를 희망하는 사람들도 늘어나고 있으므로 면 지역에 이들을 위한 빈 집을 현대식으로 개조하거나 시골형 임대 주택을 건설하여 장기로 임대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해서도 적극 고민해 보아야 한다. 놀이판을 벌려야 사람들이 모일 것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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