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도서연구회 거창지회와 함께하는 어린이 책 여행 (81)「에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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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도서연구회 거창지회와 함께하는 어린이 책 여행 (81)「에밀리」
  • 한들신문
  • 승인 2021.04.08 1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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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도서연구회 이정윤
마이클 베다드 글 / 바바라 쿠니 그림 / 김명수 옮김 / 비룡소 / 1998.03
마이클 베다드 글 / 바바라 쿠니 그림 / 김명수 옮김 / 비룡소 / 1998.03

 

신비의 여인

오늘 소개할 그림책은 어떤 사람의 이야기입니다. 우리와 아주 달라 보여 이상하다혹은 미쳤다라고 말하기도 했던 그녀는 과연 누구일까요?

이 글을 쓴 마이클 베다드는 그녀가 살았던 집을 방문합니다. 그는 피아노가 있는 거실에 앉아 보고 글을 쓰던 방에도 가보고 창문 아래에 서 있어봅니다. 그림을 그린 바바라 쿠니도 그 집을 방문하고 스케치를 합니다. 여러 해 동안 그림책으로 만나게 해 주려고 글작가와 그림작가가 많은 노력을 했습니다. 이 사람은 바로 1830년 미국 매사추세츠 주의 암허스트에서 태어나 1886년 그곳에서 생을 마친 에밀리 디킨슨입니다. 그럼 글작가와 그림작가가 말하는 책 속으로 들어가 볼까요?

 

우리 거리에, ‘신비의 여인이라고 불리는 아주머니가 한 사람 살고 있습니다. 그 아주머니는 길 건너편 노란 집에서 자기 여동생과 함께 살아요.

그 아주머니는 거의 20년 동안 자기 집을 떠난 적이 없습니다. 낯선 사람이 찾아오기라도 하면, 그분은 달려가서 숨어 버려요. 어떤 사람들은 그 아주머니를 두고 미쳤다고도 말합니다.

하지만 나에게는 에밀리랍니다......

 

이웃집에 사는 한 소녀가 바라본 시각으로 이야기는 펼쳐집니다.

소녀가 이사 온 지 얼마 안 된 어느 날, 편지 한 통이 날아옵니다. 납작하게 말린 꽃이 들어있는 편지에는 음악으로 자신에게 봄을 가져다 달라는 부탁이 있습니다.

 

아빤, 그 아주머니가 외로울 거라고 생각하세요?”

때로는 그렇겠지. 우린 모두 다 이따금씩 외롭단다. 하지만 그분은 동무가 되어줄 여동생이 있고, 또 우리처럼 꽃을 가꾸고 있지. 그리고 시를 쓴다더구나.”

 

납작하게 말린 초롱꽃의 답례로 무엇을 가져갈까 고민하던 소녀는 백합 알뿌리 두 개를 가져갑니다. 둘 다 하얀 옷을 입고 계단 아래에서 만나는 장면이 인상적입니다.

 

, 이걸 숨겨 두렴. 나도 네가 준 선물을 숨겨 둘 거야.

아마 머지않아 둘 다 꽃이 필 게다.”

 

소녀는 시를 선물로 받아옵니다. 백합꽃이 피듯 시가 피는 것은 어떤 것일까요?

 

하얀 눈이 내리는 겨울을 배경으로 한 이 그림책은 꽃이 피는 봄으로 끝맺음을 합니다. 소녀의 마음속에 에밀리는 어떤 사람으로 남았을까요? 뒷이야기를 상상해봅니다.

 

에밀리는 시인입니다. 생전에 발표된 시는 네 편정도 밖에 되지 않았다고 합니다. 그녀가 죽은 후 그녀의 책상 서랍에서 이천 편이 넘는 시가 발견되었습니다. 어떤 것에도 얽매이지 않고 자신과 깊은 교감을 나누었을 에밀리를 떠올려봅니다. 항상 흰 옷을 즐겨 입었다는 그녀는 참 정갈하였을 것 같습니다. 자연을 사랑하고 어린이를 좋아한 그녀가 정원을 거니는 모습이 눈 앞에 보이는 듯합니다. 시를 쓰는 영혼을 가졌으니 맑고 깨끗하고 감수성이 예민했겠지요. 자신의 작은 공간 안에서 머나먼 우주까지 품었을 깊은 내면을 엿봅니다. 코로나 195인 이상 집합 금지, 이동의 제한으로 갑갑함이 늘어나고 피로감이 쌓이는 요즘입니다. 에밀리를 통해 내가 머무는 공간이 새로운 시선으로 돌아봐졌습니다. 내 눈과 귀가 너무 바깥으로만 열려있었다는 반성도 해 봅니다. 그리고 그녀의 이야기가 궁금해졌습니다.

 

꽁꽁 얼었던 겨울, 아무것도 없었을 거 같았던 겨울이 준비한 봄은 찬란합니다. 꽃들이 만발하고 새와 나비들이 춤추는 사월입니다. 우리 마음속에도 꽃을 피울 신비로운 일 한 가지쯤 마련하고 싶은 오늘입니다.

 

지상에서 천국을 찾지 못한 자는-

하늘에서도 천국을 찾지 못할 것이다-

우리가 어디로 가든 간에,

천사들이 우리 옆집을 빌리기 때문이다.

 

애정을 기울여

에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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