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부의 격차 그리고 의식의 격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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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부의 격차 그리고 의식의 격차
  • 한들신문
  • 승인 2021.04.08 1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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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교조 거창지회 초대 지회장 윤진구

에어컨이 잘 된 자동차를 타고 다니는 사람들은 뙤약볕의 들판에서 땀을 흘리며 일하는 농부들도 자신처럼 모두가 시원하리라고 착각한다. 전원의 농사를 신선놀음쯤으로 생각하기 일쑤다.” 지인의 어조는 잔잔했으나 말에 담긴 뜻은 뜨거웠다. 인간의 의식은 좀처럼 바뀌지 않는다.

자기 배가 부르면 주림의 고통을 실감하지 못한다. 때문에 선비는 약간 배가 고픈 듯해야 세상을 보는 눈이 밝다는 옛사람들의 말뜻을 짐작할 만하다. 서 있는 자리가 달라지면 의식의 자리도 달라지고 만다, 그게 소위 세속의 형편이다.

수십억 원의 큰돈도 푼돈에 지나지 않는다는 큰 손들의 재판 이야기, 수십만 원의 생활비 때문에 목숨을 끊은 작은 손들의 죽음을 큰 손들은 아직도 모르는 게 분명하다. TV나 유튜브 할 것 없이 매체마다 투자를 통한 불로소득만이 노예인 당신을 자유롭게 하리라는 외침이 가득하다. 부동산 문제로 고통받고 있는 무주택 서민들, 한 달에 200만 원 벌어서 비싼 월세 내고 나면 별로 남는 게 없는 청년들, 비싼 임대료 내고 나면 남는 게 없는 자영업자들. 사람들은 부익부 빈익빈을 걱정한다. 나 또한 동감이다. 지난 이야기다.

 

2014, 서울 송파구 세 모녀 자살은 온 나라를 슬픔에 잠기게 했다. 세상을 등지면서도 밀린 방세를 주인에게 남긴 너무나도 착한 어머니라 더 안타깝기 짝이 없었다.

2015, 대구에선 30대 장애 언니를 돌보던 여동생이 언니와 함께 세상을 하직하고 말았다. 평생 장애 언니를 돌보아야 하는 신세를 비관한 여동생이 언니와 같이 생을 마감한 것이다.

20184, 충북 진천의 한 아파트에 살던 40대 엄마와 딸의 시신이 발견됐다. 편지통에는 고지서와 독촉장이 잔뜩 쌓였고 수돗물을 넉 달이나 쓰질 않았다. 생활고 자살로 추정된다고 했다. 그러나 시신이 넉 달이나 방치됐다니 기가 찰 노릇이다.

20198, 탈북 어머니(42)와 병든 아들(6)이 서울 관악구 임대아파트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집세가 여러 달 밀렸고, 냉장고가 텅 비었고, 음식물이 전혀 없는 거로 봐서 굶어 죽었을 것이란다. 은행 통장에는 석 달 전 마지막 잔고 인출 소인이 찍힌 것으로 봐서 죽은 지 몇 달 됐을 거란다. 결혼에 실패하고 이혼한 엄마는 병든 아들을 수발하느라 변변한 직장도 구할 수 없었던 거로 추정된다는 것이다. 이 어머니는 32살에 탈북해 온갖 산전수전을 다 겪으며 10년 세월을 남녘땅에서 버티다 끝내 저승으로 가고 말았다. 얼마 전 장애아들과 함께 살던 어머니가 어느 날 갑자기 세상을 떠났다. 전기가 끊기고 먹을 것도 없다. 장애아들은 죽은 어머니 곁을 석 달 넘게 지키다가 길거리로 나섰다. “도와주세요라는 팻말을 들고 전철역 입구에 쭈그리고 앉았다. 이렇게 석 달이나 거리를 떠돌았다. 그러던 어느 날 어떤 사회복지사의 눈에 띄었다. 그래서 반년이 지난 후에야 두 모자의 가엾은 사연이 알려지게 됐고 어머니의 장례도 치를 수 있게 됐다.

 

개인마다 자살의 동기가 다르다. 우리는 주로 빈곤, 실직, 실업 등 경제와 연관된 게 대부분이고, 그중에서도 생활고 자살이 가장 많다고 한다. 늘 죽은 후, 약방 문을 두드린다. 수급 신청 자격, 부양 의무 유무, 책임 소재 등을 놓고 시비를 벌이곤 한다. 하지만, 문제의 핵심을 찌르지 못하고 비껴간다.

이제 나는 빈부의 격차에 못지않게 의식의 격차가 더 큰 걱정이다. 의식의 격차는 한 우리 안에서 살아야 할 사람들을 모래알처럼 흩어놓는다. 말을 건네도 말이 이어지지 않는다. 서로의 뜻이 다르기 때문이다. 나와 남 사이에 높은 담을 쌓고 좁은 공간 안에 도사리고 있다. 벌집이 연상된다. 벌집은 크게 보면 하나지만 구멍 속에 들어가면 저마다 다른 성()이 되고 만다. 물길처럼 생각도 이왕에 흘렀던 길을 따라서만 흐른다. 말하자면 외곬의 의식이 뿌리 박힌다. 그 결과는 사고의 경직으로 나타난다.

국민통합은 수감된 전직 두 대통령을 사면하는 것이 아니라 국민 모두가 정치적, 경제적, 사회적 소외감을 떨치고 인간답게 살아간다고 느낄 때 비로소 이루어진다. 인도의 성자 마하트마 간디는 노동 없는 부()’는 망국의 조짐이라 외쳤다, 여름밤 불빛을 향해 마구 모여드는 나방처럼 근로소득보다 불로소득을 쫓는 군상들, 어떤 수단 방법을 동원해서라도 돈만 벌면 장땡이라는 부동산 투기가 판치는 대한민국은 분명 병든 사회다. 이 땅의 부동산 시장이 정상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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