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장이 찾아가는 인터뷰]"청년농뷰" 세 번째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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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장이 찾아가는 인터뷰]"청년농뷰" 세 번째 이야기
  • 백종숙 이사장
  • 승인 2021.04.19 1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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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장 백종숙

※이사장의 인터뷰는 거창에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습니다.

청년 농부들은 어떤 생각을 하고 있으며, 그들이 바라는 농민으로서의 삶은 어떤 것일까? 20·30세대의 농부들의 연애, 문화생활, 지역사회, 농민정책에 대한 이야기를 담았다.


여자 친구가 있냐는 질문에 정수영은 헤어진 지 얼마 되지 않았다고 하였다. “일주일 전에 헤어졌는데, 뜻이 안 맞아서 깔끔하게 헤어졌다.”라고 하였다. 본인은 농사가 가장 해 보고 싶은 것이었으나 여자 친구는 농사보다 다른 일을 해 보고 싶어 하였다.

최원규는 연애를 하는 게 쉽지 않은 게... 거창에서 이성을 만날 기회가 없어요. 학교 다닐 때는 친구나 후배로 만나기도 하고, 직장을 다니면 동료로 만나기도 하는데... 또 농사일이라는 게 한가할 때나 겨울에는 여자 친구와 보내는 시간이 많아지는데, 농번기는 불가능하거든요. 이런 걸 여자 친구가 이해해주면 괜찮은데 몇 달을 못 만나면 잘 안되더라고요. 여자 친구가 생기면 여자 친구는 여자 친구가 하고 싶은 걸 하고, 농사는 저 혼자 짓는 거죠. 서로가 하고 싶은 걸 하면 되죠.”

유위현은 여자 친구가 농사를 짓는 것에 대해 긍정적인 생각을 해 주기를 바랐다. “같이 하자는 것은 아니나 존중해 주는 것이 필요하다.”라고 하였다. 정수영은 농사가 힘들긴 하지만 좋은 직업이라고 했다. “과수원 일이 좋은 건 비수기가 있다는 거죠. 어느 정도 선에서 조율이 가능하단 말이에요. 완전 성수기가 아니면 개인이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어요. 4월에서 6월까지는 계속 농장에 있어요. 한번 돌아서 안 되니까 돌고, 돌고 하면 6월까지 가고, 8월에 가서 또 솎을 게 보여요. 그러다 보면 연애나 결혼에 대한 여유가 없어요. 여자 친구가 생기면 출퇴근도 할 수 있는데, 지금은 내가 농사에 미쳐서 콕 처박혀 있거든요. 일에 집중하기도 좋고 공부하기 편해요. 제가 사과 농사짓는 사람들 중에 제일 어리거든요. 그러다 보니 경쟁심이랄까 그런 게 없고(경쟁 대상자로 여기지 않음), 또 고립되어 있다 보니 나 같은 사람이 있을까 생각하게 되고, 내가 농사짓는 거, 농업에 대해 생각하는 거 이런 것을 알리고 싶은 욕구가 생겨요.” 그는 <청년농뷰>들의 농사짓기와 재미있게 노는 것을 유튜버로서 보여 줄 계획을 세우고 있다.

한국농수산대학을 졸업하고 병무청으로부터 후계농업경영인 산업기능요원 복무자로 결정 통보를 받고 현재 함양에서 사과농사를 짓고 있는 박창환은 전화로 인터뷰하였다. “저 같은 경우는 산업요원이라 군대를 가지 않아 2년이라는 시간을 자신의 앞길에 투자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요. 하지만 농사를 짓는 군인이라 지역을 벗어나면 안 돼요. 타 지역으로 가면 탈영이 되는 거예요. 제가 훈련소에서 표창장을 받았거든요. 그러면 군인은 포상 휴가를 받잖아요. 저는 해당 사항이 없어요. 휴가는 일 년에 보름 받아요. 군인 급여도 없어요. 농사를 지으니까 자기 수익이 있다고 보는 거죠. 농사 이외에는 아무것도 하면 안 돼요. 아르바이트 이런 것도 하면 안 되고 오로지 함양에서 농사만 지어야 해요.”

그에게 제일 힘든 것이 무엇인지 물었다. 지역을 벗어날 수 없으니 친구도 자주 만날 수 없고, 교육을 함께 다니지 못해 아쉽다고 하였다. 반면에 2년 동안 자신의 앞길에 투자할 시간을 갖게 된 것이 장점이라 하였다.

청년 농부들의 직장은 대부분 면 단위에 위치한다. 최원규와 유위현은 읍내에 집을 구해놓고 출퇴근한다. 이유를 물었더니 직장과 집을 분리하기 위해서였다. 일 끝내고 거창으로 오면 간단하게 캔맥주 하나 마시는 소소한 즐거움, 친구 만나기, 헬스클럽 등 자신만의 여가를 즐기고 싶기 때문이라고 하였다. 읍내에 살기 위해 아파트 청약 부금도 들어가고 있다고 하였다. 2030 청년 세대는 부모 세대와 다른 소비생활과 직장생활, 문화생활에 대한 갈망이 있다.

고제 용초 정수영 사과 농장
고제 용초 정수영 사과 농장

정수영은 거창에는 운동하는 모임은 많은데 청년들이 함께 할 수 있는 문화가 부족함을 느낀다고 하였다. “청년들 인프라 자체도 없는 것 같고, 접근성도 어려워요. 저같이 타지에서 와서 모르면 처음에 접근하기가 어렵구요. 또 오픈 마인드면 좋겠는데, 너무 끼리끼리인 거 같아요. 제가 잘 몰라서 그런지...” 그는 자신처럼 도시에서 취업을 고민하다 농사를 지으려고 오는 친구들이 많을 텐데, 이들에 대한 가이드가 부족하다고 했다. <청년농뷰>우리처럼 농사짓고, 잘 노는 모습, 우리의 고민을 보여주고 싶다고 했다. “저희 연령대로 농업인들이 활동하는 단체는 4-H 밖에 없어요. 파란농부, 농부사관학교 몇 개 만들기도 했지만 활동 모습은 잘 안 보이더라고요. 부당한 것도 많고, 제약도 많은데 청년 유입이 많으면, 국가 차원에서도 관심을 가질 것이고, 작고 천천히지만 우리의 목소리를 키워 나가고 싶어요.”

농민회에 가입은 어떠냐는 질문에, “농민회 회원 대부분은 아버지 또래여서 불편하다.”라고 딱 잘라 대답하였다.


청년창업농 정책에 관하여

2018년 농식품부는 청년창업농 영농정착지원사업을 실시하였다. 청년농업인 육성 사업은 문재인 정부의 대선 공약사항으로 국정과제로 반영되었다.

청년들이 영농 진입 초기에 겪게 되는 소득불안이나 농지 확보, 농업기반, 영농기술 등의 애로를 해소하는데 중점을 둔 청년 농업인 1만 명 육성이 목표였다. 첫 해에 영농의지와 발전 가능성을 지닌 청년창업농 1,200명을 선발하였다. 이들에게는 정착지원금(1년 차 월 100만 원, 2년 차 월 90만 원, 3년 차 월 80만 원)과 농사자금으로 3억 대출(3년 거치 7년 상환)을 지원하였다.

정수영, 최원규, 박창환은 청년 창업농 대상으로 선정되어 월급 받는 농부가 되었다. 정착지원금은 이들의 생활을 안정화하는데 큰 도움이 되었다. 이제 8월이면 이들은 청년창업농 영농정착지원사업의 첫 졸업생이 된다. 처음 농사를 짓는 청년이 3년 만에 정착하기는 생각처럼 쉽지 않다. 농사란 개인의 노력도 요구되지만 날씨에 따라 소득이 출렁거리기때문이다. 최원규는 2년 차까지 냉해로 제대로 수확하지 못했다. 그는 만약 대출받아 농지를 구입해서 농사지었다면 파산했을 것이라고 하였다. 농사자금 대출을 받은 이들은 올해부터 상환해야 한다. 최원규는 3년 거치 7년 상환의 대출금을 갚는 데는 무리가 있다고 하였다. 대출을 받을 경우, 1년에 600만 원의 이자를 납입해야 하고 4년 차부터 5천만 원 정도를 갚아나가야 하는데 쉽지 않다는 것이다. “초보가 땅 사고, 창고 짓고, 살 집 마련하고, 교육받으러 다녀야 하고, 생활비 드는 거까지 하면 농사를 잘 지어도 일 년에 5천만 원 갚기가 힘들어요. 우리들끼리는 어떻게 될지 모르니까 처음부터 시설 투자하면 안 된다는 이야기를 많이 해요.” 2020년부터 농식품부는 5년 거치 10년 상환으로 거치기간을 늘려 청년들의 부담을 줄이기 위한 정책을 냈다. 하지만 그 이전에 대출받은 청년들은 해당하지 않아 올해부터 생활안정자금 지원 중단과 융자금 상환의 이중 부담을 지고 있다. “같은 사업인데 앞에 받은 사람은 그대로 두고 뒤에 받은 사람만 혜택을 주더라고요. 1, 2년 갭이 작은 게 아니잖아요. 갚기 시작하면 몇천만 원인데, 이걸 변경을 안 해 주는 거예요. 그에 대한 안전장치라든지 그런 걸 제시해야 하는데...” 박창환은 산림 쪽은 15년 거치 30년 상환 이런 게 있어 숨 쉴 틈이 있는데, 농업에는 그런 정책이 없어요. 정말 청년이 농사지을 수 있도록 할 거면 상환 기간을 늘려야 한다.”라고 하였다.

정수영은 한 달에 나오는 돈(100만 원, 90만 원), 이것만 바라보고 접근하는 사람도 있어요. 실제 농사를 안 짓는데, 쉽게 접근할 수 있겠다 싶어서... 감사 부분에 대해 실망인데, 농사를 안 짓는데 이게 용돈처럼 나오잖아요. 이런 걸 보고 달려드신 분도 있고... 헛돈 쓰고 있는 거예요. 돈이 딴 데로 안 새게끔 감사를 잘해야 해요.”

청년 농부의 이야기처럼 농업을 살리려고 실시한 정책이라면 현장의 목소리를 듣고 이들이 잘 정착할 수 있는 관리, 지원과 관심이 필요하다.

청년들은 농민에 대한 처우 개선, 농작물 재해 피해 보상할 때 시설 설비에 따른 피해보상의 문제점, 지원사업의 다양성 부족(지역별 특상품에 대해서만 보조사업이 몰려 있음) 등에 대한 의견을 제시했다. <청년농뷰>는 유튜버 활동을 통해 그들의 이야기를 담을 계획을 했다. 우리 농업 주권을 지킬 청년 농부들의 이야기가 유튜브로 전해지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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