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과 사회]행위시법주의(行為時法主義)와 재판시법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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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과 사회]행위시법주의(行為時法主義)와 재판시법주의
  • 한들신문
  • 승인 2021.05.03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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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문상변호사
권문상변호사

<사례>

A는 인형뽑기 게임기를 운영하던 중인 20191110일 게임기 안에 시가 5,790, 8,900원 상당의 경품을 넣어놓아 게임산업 진흥에 관한 법률 위반으로 적발되었다. 게임산업 진흥에 관한 법률은 사행성을 조장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경품 지급을 원칙적으로 금지하면서 경품의 시가가 낮은 경우는 예외적으로 허용해 주는데 그 기준시가는 시행령으로 정하도록 하였다. 201912월 당시에 기준시가는 5,000원이었고 시행령은 20201211만원으로 상향개정 되었고 202115일부터 시행되었다. A에 대하여는 201912월 게임산업 진흥에 관한 법률 위반으로 벌금 30만원 약식기소 되었고 같은 내용의 약식명령, 정식재판 청구 절차를 거쳐 20213월에 판결을 선고하게 되었다.

 

<우리 형법의 소급효금지와 추급효금지>

행위시법주의(行爲時法主義)란 행위시와 재판시 사이에 형법 법규의 변경이 있는 경우에는, 행위시의 형법 법규를 적용하여야 한다는 원칙을 말한다. 이는 사후입법에 의한 처벌 및 형의 가중을 금지하는 죄형법정주의의 내용인 소급효금지의 원칙을 천명한 것이다. 관련 법규는 다음과 같다. “형법 제1조 제1: 범죄의 성립과 처벌은 행위 시의 법률에 의한다.”

행위시법주의의 대칭 개념은 재판시법주의라고 할 수 있는데 우리 형법은 피고인에게 유리한 경우는 예외적으로 재판시법주의를 인정하고 있다. 관련 법규는 다음과 같다. “형법 제1조 제2: 범죄 후 법률의 변경에 의하여 그 행위가 범죄를 구성하지 아니하거나 형이 구법보다 경한 때에는 신법에 의한다.” 우리 형법이 소급효를 금지한 것은 분명하다. 문제는 행위 후 범죄를 구성하지 않은 경우에도 처벌하는 추급효이다. 위 형법 제1조 제2항을 엄격히 적용하면 추급효는 금지되며 당연히 A는 처벌 받지 않게 된다.

 

<한시법 개념과 이론>

독일형법 제2조 제4항은 일정기간 효력이 있는 법률(한시법)은 그 법률이 실효된 경우에도 그 효력이 있는 기간 중에 행해진 행위에 대하여 효력이 있다라고 하여, 명문으로 한시법의 경우 그 법이 폐지된 경우에도 그 법이 효력이 있는 기간에 행해진 범죄행위를 처벌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와 같은 규정이 없이 단지 형법 제1조 제2항 규정만 있는 우리 형법 체계에서도 법규정 속에서 추급효의 인정을 명문으로 밝히는 경우에 대해서는 학설상 논란이 없다. 다만 문제는 사례처럼 유효기간을 정해 놓지 않은 경우이다.

이에 대해서 크게 세 입장이 대립하고 있다. 첫째는 추급효를 인정하자는 입장으로서, 그렇게 하지 않으면 법의 효력이 상실되는 시점에서 법위반이 난무하여 법의 목적과 권위를 유지하기 힘들다는 것을 근거로 든다. 둘째는 추급효부인설로서, 한시법의 효력 상실도 형법1조에서 말하는 법률의 변경에 해당한다고 보아 일단 폐지된 후에는 적용되지 않는 것이 당연하며 이렇게 해석하는 것이 죄형법정주의에 충실한 해석이라고 한다. 세 번째로 우리나라 대법원(동기설)은 법률 변경의 동기가 단순한 사실관계의 변화에 있으면 추급효를 인정하고, 그 동기가 법적 변경 내지 법률 이념의 변경에 있으면 추급효를 부인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사례의 경우>

서울중앙지법은 위 사례에서 벌금 30만원, 유죄를 선고하였다(2019고정2356). 위 판결은 물론 대법원 판례의 입장인 동기설에 따른 것이고 게임산업진흥법 시행령에서 경품의 소비자 가격을 5,000원에서 10,000원으로 상향 조정한 것은 종래의 처벌 자체가 부당했거나 형이 과중했다는 반성적 고려에서 개정된 것이 아니라 단순히 경제 사정에 따라 법령을 개정한 것으로 판단한 결과이다. 대법원 판례의 입장인 동기설은 이론적, 당위적으로 타당하게 생각되지만 그 약점은 모호함이다. 구체적인 사례에서 어떤 것이 반성적 고려이고 어떤 것이 그렇지 않은 경우인지 판단하는 기준이 모호하다는 것이다. 사안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당장 위 판결을 한 재판부와 필자의 의견이 다르다. 위 사건은 항소가 되었는데 항소심은 어떤 결론을 내릴지 궁금하다. 독자님들의 의견은 어떠하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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