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도서연구회 거창지회와 함께하는 어린이 책 여행 (83)「봄이 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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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도서연구회 거창지회와 함께하는 어린이 책 여행 (83)「봄이 오면」
  • 한들신문
  • 승인 2021.05.03 1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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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도서연구회 이정윤
한자영 글·그림 / 사계절 / 2000.03
한자영 글·그림 / 사계절 / 2000.03

 

너였구나! 봄 향기

그림책의 매력은 무엇일까? 예술적인 그림과 시적인 문장과의 만남으로 두고두고 보고 싶게 하는 것일까? 사실 집에 작가의 그림을 걸어두기는 쉽지 않다. 그런데 그림책을 소장하고 있으면 그게 가능하다. 거기에 딱 맞는 문장까지 갖추어져 있으니 금상첨화가 아니겠는가. 집 안에 조그만 나만의 갤러리 공간을 만들어서 이달의 그림책 몇 권을 전시해 둔다면 훌륭하리라. 오늘은 집 안 가득 봄꽃을 들여다 놓을 수 있는 그림책 한 권을 소개하고 싶다. 이 봄이 다 가기 전에 말이다. 책 제목은 봄이 오면이다. ‘하면 생각나는 게 참 많다. , 냉이, 진달래, 벚꽃, 민들레, 개나리, 시냇물, 개구리, 병아리, 아지랑이 등등이 떠오른다. 이 책에서는 봄이 오면 무엇을 떠올렸을까?

 

책 표지를 양쪽으로 펼치면 봄꽃과 나비들이 한가득이다. 몽글몽글 노란 동그라미가 크게 또는 작게 번지듯이 그려져 있다. 봄의 햇살을 표현한 거 같다. 바람결에 날아다니는 꽃술을 닮은 작고 희미한 그림이 있는데 마치 봄의 요정처럼 보인다. 면지를 열면 꽃술이 예쁜 빛깔의 구름을 타고 어디론가 날아가고 있다. 첫 장을 펼치니 조그만 도자기 화분에 씨앗이 움트려고 한다.

 

엄마랑 아기랑,

꾸벅꾸벅 꼬박꼬박

 

백구도

곰돌이도

아기 호랑이도,

 

누가 와서 자장자장

자장노래 불러 주었나?

 

이 책은 시 그림책이다. 찬찬히 그림을 들여다본다. 엄마랑 아기랑 꾸벅꾸벅 조는 모습이 그려지는가? 아이에게 책을 읽어주다가 스르르 눈이 감긴 엄마, 아이도 엄마 팔에 기대에 꼬박꼬박 졸고 있다. 엄마의 초록색 치마에도 봄꽃이 가득이다. 커튼 사이로 비추는 햇살이 포근하다. 다음 장을 넘기니 큰 창이 난 거실과 뜰이 보인다. 내가 꿈꾸던 집의 모습이다. 뜰에는 백구가 있고 거실에는 곰돌이 인형과 아기 호랑이 인형이 졸고 있다. 한참 동안 이 페이지에 눈이 머문다. 그리고 다음 장을 펼치니 백구가 크게 그려져 있다. 졸고 있는 백구의 모습이 좋은 꿈이라도 꾸고 있는 듯하다.

 

뜰에 놀던 아이도, 할아버지도

사르르르 스르르르

 

가겟집 바지런한 아주머니도

얼룩얼룩 고양이도

스르르르 사르르르

 

누가 와서 소곤소곤

옛이야기 들려주었나?

 

마당 한 곁에서 붕붕이를 타던 아이도, 신문을 읽고 있던 할아버지도 사르르르 잠에 빠져있다. 그 다음 장, 카메라가 시점을 옮기듯이 집을 나와 가겟집의 풍경을 비추고 있다. 가겟집 아주머니, 고양이도 스르르르 잠 속에 있다. 쑥을 다듬는 아주머니도 옛이야기 들려주는 요정이라도 만나 여행 중이신가?

 

아빠 오리,

콜콜 쿨쿨

 

머위 밭에 생쥐도

 

집 짓던 거미도,

콜콜 쿨쿨

아빠 오리, 엄마 오리, 아기 오리, 생쥐, 거미, 무당벌레, 참새, 구름, 바람까지 모두 모두 스르르 잠들게 한 건 뭐였을까? 짐작이 가는가? “아하, 너였구나, 봄 향기!”

봄에는 나른하고 졸음이 쏟아지기도 한다. 꾸벅꾸벅 조는 모습을 아기, 엄마, 누나, 할아버지, 가겟집 아주머니, 길고양이, 오리가족, 무당벌레, 생쥐, 거미, 참새, 구름, 바람으로 확장시켜 나간다. 이 봄을 만물이 다 만끽하는 모습으로 그린 것이 인상적이다. 한낮의 풍경이 이토록 평화롭고 다정스러울 수 있을까? 봄의 느낌을 사랑스럽게 잘 표현한 그림책이다. 봄 향기가 마치 요정처럼 날아다니며 코끝을 간지럽힌다.

 

한 면을 접어서 세 면까지 볼 수 있게 만든 페이지에는 책 표지에서 봤던 꽃들과 나비들이 온통 피어있다.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이야!’ 봄을 한가득 선물 받은 것 같다. 봄기운의 따스함이 전해진다.

매년 돌아오는 봄이지만 갈수록 봄이 아름답게 느껴지는 건 왜일까? 자연의 경이로움을 비로소 알아가는 나이가 되었기 때문일까따스한 책 한 권으로 마음을 훈훈하게 데우고 싶다면 이 책 어떠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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