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 민주화 운동과 연대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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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얀마 민주화 운동과 연대하자
  • 한들신문
  • 승인 2021.05.03 1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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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학자 신용균

말은 묘하다. 한없이 가벼우나 빠르기는 질풍이요, 잠시 사라지나 한달음에 천 리를 간다. 때로는 말 한마디가 천금보다 귀하다. 지금 미얀마 민중들은 따뜻한 말 한마디를 기다리고 있다. 힘내라, 미얀마 민주 시민들이여! 민주주의는 피를 먹고 자라지만, 반드시 승리한다!

 

과거, 우리도 그렇게 갈급했을 때가 있었다. 돌아보면, 박정희 유신 독재 시대 고립무원의 처지에서 민주화 운동을 벌일 때, 외국에서 들려오는 지원의 목소리가 큰 힘이 되었다. 광주항쟁의 비극을 겪고 전두환 군사 독재에 진실이 압살당할 때, 세계 지성인들의 말 한마디가 천군만마였다. 지금 미얀마가 그렇다. 우리가 비록 멀리 있으나 한 길에 있음을 알린다.

 

한국과 미얀마의 역사는 서로 닮았다. 한국이 식민지를 겪었듯이 미얀마도 그랬고, 한국인이 독립운동을 했듯이 미얀마인도 그랬고, 한국이 독립했듯이 미얀마도 그랬고, 한국이 군사 독재를 겪었듯이 미얀마도 그랬다. 차이라면, 한국이 민주화를 달성했고, 미얀마는 아직 군사 독재 아래 있다. 한국의 민주주의가 승리했듯이 미얀마의 민주주의도 승리할 것이다.

 

꼭 이긴다는 말을 전한다. 우리도 겪었고, 저항했고, 고통받았고, 죽었다. 그러나 승리했다. 일찍이 19604월 혁명으로 이승만 독재를 타도했고, 1980년 광주항쟁으로 저항했으며, 19876월 항쟁으로 승리했고, 드디어 촛불혁명으로 완성했다. 그 길은 험난했고, 오래 걸렸다. 그러나 우리는 지금 민주 세상에 살고 있고, 우리 자식들에게 독재 정권을 물려주지 않았다는 자부심이 있다. 미얀마에도 그런 날이 머지않았다는 것을, 우리의 경험으로 안다.

 

미얀마에서 아웅산 장군의 꿈이 이루어지기를 기원한다. 아웅산은 미얀마 독립운동의 영웅이다. 그래서 미얀마 국립묘지의 이름이 아웅산이다. 그는 영국 제국주의의 지배에 저항하여 독립운동을 벌였다. 2차 세계대전 중 일본군이 들어왔을 때 잠시 일본의 힘을 빌려 영국을 몰아냈으나, 곧 일제 침략자들의 흑심을 알고 거부했다. 전후, 영국으로부터 독립 약속을 얻어냈으나 불행히도 암살당했다. 그는 한국의 김구였고, 인도의 간디였다. 그의 딸이 아웅산수지다. 그들 부녀는 미얀마 독립과 민주화의 상징이다.

 

다시 민주주의 국제 연대가 필요하다. 그것은 국제사회 최고의 선이다. 현대 지성인은 연대를 통해 양심을 실천했다. 일찍이 스페인의 피카소가 프랑크 파쇼정권을 피해 프랑스로 망명했을 때, 프랑스의 사르트르, 영국의 조지 오웰은 프랑크 독재에 반대하는 스페인 민중과 연대했다. 헤밍웨이의 소설 누구를 위해 종이 울리나에 등장하는 주인공은 스페인의 파시즘에 맞서고자 지원했던 미국의 청년이었다. 이때 스페인의 민주주의를 위해 자원했던 의용병은 53개국 3만여 명이었다.

 

여기에는 아일랜드 청년 250명도 포함되어 있었다. 당시 아일랜드는 스페인보다 더 어려운 처지였다. 오랜 영국의 식민 지배로 가난 속에서 허덕였으며, 지금도 아일랜드 더블린의 리피 강가에 기아 조각상이 전시되어 있다. 그러나 당시 아일랜드인들이 의용병으로 스페인으로 가서, 스페인의 프랑코 독재에 맞서 싸우다가 죽었다. 국제 연대의 정신이었다.

 

국제 연대는 동양에도 미쳤다. 미국인 의사 노먼 베쑨은 중국 혁명을 지원해 중국으로 가서 활동하다 거기에서 죽었고, 그의 아내 님 웨일즈는 중국에서 한국인 독립운동가 김산의 일대기를 썼으니, 그 유명한 아리랑이다. 일찍이 미국인 헐버트는 선교사로 한국에 왔으나 한국의 독립운동을 지원하여, 을사늑약이 체결되었을 때 미국으로 돌아가 한국의 독립을 호소하고, 헤이그 특사 파견을 후원했다. 우리가 독립운동과 민주화 운동에서 세계 지성을 도움을 받았던 것은 한두 해가 아니며 한두 번이 아니었다. 이제 우리가 미얀마 민주화 운동을 지원할 때다. 연대할 때다.

 

누구나 한 지역에 살고, 한 나라에 살고, 동시에 세계 속에 산다. 그러나 어떤 이는 세계인으로 살고, 어떤 이는 한국인으로 살고, 어떤 이는 지역인일 뿐이다. 마음먹기에 달렸다. 지금 미얀마의 민주 시민들은 우리의 지원을 바라고 있다. 그들과 연대하는 것이 세계인으로 살아가는 길이다. 발 없는 말이 천 리를 간다. 우리가 비록 직접 가서 시위대에 합류하지는 못하나 말 한마디를 아낄 이유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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