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편지 집배원, 염민기 시인
소
김경남 거창초등 1학년
할머니 집에 갔다
소가 ‘음모’ 거리는 것을 보았다
소한테는 송아지가 있다
송아지는 엄마 품에 안겨 잤다
내가 송아지를 만질 때에는 송아지가 나를 쳐다본다
내가 밥을 줄 때마다 송아지가 한 그슥 물고 온다
나는 송아지 보고 뛰어오라고 하면 밖으로 뛰어온다
동생이 ‘무섭다’ 하면 들어간다
나는 그런 놀이가 재미있다
내가 놀고 있을 때 배가 고프다고 뛰어온다
『제2회 거창학생문예상. 거창문학 제7호(1996년)』
아이의 눈은 천상의 눈이라 한다. 그래서 아이들의 글은 하늘을 담은 글이다.
시골 할머니 집에서 품에 안기고 뛰어오라고 하면 뛰어오고, 무섭다고 하면 큰 눈을 껌벅거리며 송아지는 들어간다. 서로 해하지 않는 그런 것이 더불어 사는 삶의 놀이다.
『동물 권리 선언』이라는 책에서 이렇게 말하고 있다. ‘모든 동물은 지구를 공유하며 산다. 동물은 생각하고 느끼며 또한, 온정을 받을 자격이 있다.’
‘교감은 배려로, 단절은 경시로 이어진다. 그러나 세상은 동물들에게 온정적이지 않다. 온정이야말로 모든 살아 있는 존재에게 서로 도움을 준다.’
해마다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로 시름 중이다. 축산 농가들이 애써 키운 닭이나 오리가 매장된다. 또 구제역으로 소·돼지가, 산 채로 매장되기도 한다.
그런데 사람들이 과욕에서 편의대로 만들어 놓은 허울에서 살처분 되는 것은 가축들일까, 아니면 우리의 심성이었을까?
해코지하지 않는 마음. 그걸 담을 그릇이 어른들에게는 있을까? 그것도 한그슥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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